‘헌정사상 4번째로 구속된 전 대통령’ 이명박, 그의 구속에서 되새겨야 할 것은

[공감신문 시사공감] 어제인 22일 밤 11시57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논현동 자택에서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에 구속됐다. 그와 관련한 의혹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지, 꼬박 10년 만의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로 떠나기 전, 자신의 측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4번째로 구속된 전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이때,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 그 자체일 것이다. 

지난 10년 간 권력의 꼭대기에 서 있던 두 명의 대통령이 연달아 구속되는 사태가 또 한 번 발생한 이때. 이 같은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을 그리고 오늘을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오늘의 시사공감은 MB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래서 오늘 시사공감팀이 준비한 이야기는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이명박에 관한 것이다. 

 

■ 이명박, 의혹에서 구속까지
처음 그에 대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7년, 그가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였을 당시다.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모두 한나라당의 쟁쟁한 경선후보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두 사람의 의혹공방은 10여년이 지난 후 대한민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MBN 뉴스 캡쳐화면]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뒤에 최태민 목사 일가가 있다는 의혹을,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며 각축을 벌였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의혹’ 공방전은 10여년 후인 지금, 그들의 ‘현실’이 되었다. 

대선 후보로 올라선 그에게 BBK, 다스, 도곡동 부동산 등의 비리의혹들이 줄줄이 쏟아졌지만 당시 검찰은 이에 대해 ‘전면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2007년 12월 19일, 그는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음모론’은 재임 기간에도, 퇴임 후 박 전 대통령 정권 하에서도 꾸준하게 이어져왔지만 번번이 음모론에서만 그치곤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이뤄진 공영방송 장악과 국정원 댓글부대, 4대강 사업, 공기업 민영화 추진 등 그의 행적은 국민들의 원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MB하면 녹조라떼를 빼놓을 수가 없다(...)

여기에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까지. 10년 동안 내재돼 있던 국민적 분노는 열화와 같이 터져 나왔고 결국 10년 간 이어진 보수집권 시대는 막을 내렸다. 

정권교체 이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10월13일 장용훈 옵셔널캐피탈 대표의 다스 관련 검찰 고발을 시작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급 전개양상을 나타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필 입장문 [이명박 대통령 페이스북]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정치보복’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구속되기 전인 21일 새벽에 작성한 자필 입장문에서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는 뜻을 전하기도. 

 

■ 주요 혐의와 그에 따른 형량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14개 안팎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특가법)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법) 횡령 ▲특가법 조세포탈 ▲특가법 국고손실 ▲형법상 수뢰 후 부정처사 ▲정치자금법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이다. 

나열돼 있는 것들만 보더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 하지만 이 외에도 이번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추가 수사가 필요한 혐의들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혐의라기엔 정도가 지나치고 가짓수도 많다(...)

현재 구속영장 청구에서 적용된 혐의 가운데 가장 형량이 무거운 것은 특가법상 뇌물수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원과 불법자금 36억6000만원, 삼성전자 다스 소송비 67억7000만원 등 총 111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는 수뢰액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여기에 징역형은 물론 추징금과 벌금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최순실 씨는 지난달 1심 판결에서 받은 뇌물 액수만큼인 72억원의 추징금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따르더라도 수뢰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기본 징역 9~12년형이 권고 된다.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뇌물대가로 공여자 측에 부정한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되면 가중요소가 적용됨에 따라 11년 이상의 징역형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구속을 둘러싸고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경법상 횡령 혐의도 형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서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스 자금을 348억원 횡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경법상 횡령죄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양형기준으로 봤을 때도 300억원 이상 횡령 시 기본 징역 5~8년형이 권고된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있는 혐의들이 모두 인정될 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형량을 구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내린 1심 구형량은 징역 30년이었다. 

그는 자필 입장문에서 자신은 최선을 다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그가 기울인 수고와 노고는 인정돼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과 최선에 부정과 부패가 섞여 있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응당 이명박 전 대통령, 그의 몫일 것이다. 

 

■ “정치보복” VS “적폐청산”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추미애 대표 페이스북 캡쳐화면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자신의 SNS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비리와 부정부패,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적폐정권 9년’이 뒤늦게 막을 내렸다”며 “우리 국민은 촛불민주주의로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 위에 더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도 적폐청산은 중단 없이 이뤄질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한 집권여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적폐청산을 내세운 정치보복쇼”라고 비난했다.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캡쳐화면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으로 탄핵하고 구속한 지금, 또 한 명의 반대파 전직 대통령을 개인 비리혐의로 또 구속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옳은 판단인가. 정치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국민들은 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친이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한국당 고문은 BBS 라디오에 출연,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보복의) 고리를 끊어줘야지, 망신시켜놓고 감옥에 살게 하는 게 무슨 의미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에 대한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 공방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다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구속영장 발부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만, 그저 안타까울 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외신들 역시 이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부패 스캔들’로 구속됐다”는 제목으로, 아시아 4번째 경제 대국 한국의 대통령들은 부패방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본인이나 측근들의 부패가 계속 일어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쳐화면

미국 AP통신은 “이 전 대통령은 ‘할 수 있다’는 이미지로 경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낸 바 있지만, 재임기간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제는 타격을 받았고, 북한에 대한 적대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대규모 시위로 얼룩졌다”고 보도했다. 

LA타임즈와 뉴욕타임즈, 윌스트리트저널 등도 110억원 뇌물수수와 350억원 다스 횡령 등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언급하며, 역대 4번째로 구속되는 한국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 지켜보고 있다 
 

'다스는 누구겁니까' 이 짧은 질문의 답을 듣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듯하다. [JTBC 뉴스룸 캡쳐화면]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이 당연한 명제가 당연하게 되기까지 너무나 길고도 먼 시간을 돌아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날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잃어버렸던 절대적 가치는 무엇이며, 또 그로 인해 얻은 교훈은 무엇인지를 가슴 깊이 새겨두도록 하자. 그리고 서두에서 밝혔던 것과 같이 이 같은 슬프고 불행한 역사를 두 번 되풀이하게 둬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간곡히 바라는 바다. 그리고 진심으로 국민들 앞에 사죄하는 일만이, 한때 대통령 이명박을 지지했던 국민들에게 마지막 예의를 표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