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농축산물 추가 개방과 철강 관세는 면해

[공감신문] 한미 FTA 재협상 결과,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무역 시장의 무게가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 3년 남짓 남았던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 기한이 20년 연장되면서다.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 허용 물량은 두 배로 늘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시장을 일부 내준 대신 농업과 철강 시장을 지켜냈다는 입장이다.

한미 FTA 재협상 결과,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무역 시장의 무게가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자동차에서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유연성 확대에 합의했다.

당초 2021년까지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철폐 기간이 오는 2041년까지 20년 연장됐다.

관세 철폐가 예고됐던 2021년에 맞춰 픽업트럭 출시를 준비해왔던 국내 기업들의 계획에는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산 픽업트럭의 대미 수출길은 사실상 차단됐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014년까지 계속되는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선 미국 현지 공장에서 트럭을 생산해야만 한다. 이는 트럭 생산 일자리를 미국에 빼앗기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만으로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차의 물량은 제작사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어나게 됐다.

미국산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 기준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를 불공정 협정이라고 비판하며 핵심 품목으로 자동차를 지적해왔다. 업계의 우려대로 한국은 재협상을 하며 자동차 부문에서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미 양국은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유연성 확대에 합의했다.

한미 양국은 5년 단위로 정하는 연비·온실가스 기준에 대해 현행(2016~2020년) 기준을 유지하되,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 시 미국 기준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고 판매량이 연간 4500대 이하인 업체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인정해주는 '에코이노베이션 크레딧' 상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휘발유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시험 절차와 방식도 미국 규정과 더 부합하도록 개정했다.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에 대해서는 한미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제약협회(PhRMA) 등은 한국의 약가 정책이 혁신 제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한국 제약업계에 유리하다면서 "한국의 가격 결정은 여러 단계에서 한미FTA 의무를 어기고 미국 혁신가의 권리를 짓밟는다"고 주장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약가제도 변경에 합의한 것은 아니며 이번 동의는 한미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원칙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일부 양보한 대신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인 농축산물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미국의 관심 분야인 자동차에서 일부 양보한 대신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인 농축산물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협상 전부터 이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해왔다.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해 우리 협상단이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이 완전히 발을 빼게 된 것도 이번 협상의 성과로 꼽힌다. 한미 양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모든 국가의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상에서 한국을 면제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물량을 지난해의 74%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철강 협상 결과가 당초 미국 상무부가 발표했던 3개 관세안보다 국내 철강업계에 훨씬 유리한 결과라고 자체 평가했다.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이 완전히 발을 빼게 된 것도 이번 협상의 성과로 꼽힌다.

산업부는 이번 협상에서 필요한 수준에서 명분을 제공해 우리 측 실리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한미FTA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협상 범위 최소화로 신속히 협상을 타결해 개정협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지만, 국내 안전·환경 기준의 기본 체계를 유지하면서 일부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측 관심 사항인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에 대해서는 투자자 소송 남발 방지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행사에 필요한 요소를 반영했다. 미국의 수입규제 조세관행의 절차적 투명성‧공정성도 확보했다.

산업부는 아직 구체적인 개정 협정문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문안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게 그 이유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 분야별로 세부 문안 작업을 완료한 뒤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 동의 요청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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