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 108년째에도 유해 못 찾아…“한중관계, 남북관계 해빙분위기인 지금, 유해 찾기 최적기”

안중근 의사 유해를 찾기위해 남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가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감신문]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중국 다롄(大連)의 일제 감옥에서 순국했다. 

사형 집행 전 안중근 의사는 두 동생에게 “내가 죽은 뒤 나의 뼈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뒀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일제는 안 의사 묘지가 생길 경우, 일제 침략에 맞서는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인의 성지(聖地)로 여겨질 것을 두려워해 그의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지 않고 어딘가에 유기한 뒤 공식적인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올해로 108주년째인 지금까지 유해를 찾지 못하자 이를 위해 남북한,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가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중근 의사 매장 추정지에 들어선 개인 분묘들. 개인분묘 수백기 뿐 아니라 잡초와 나무가 자라 원형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26일 중국 현지 안중근 의사 연구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동위원회 설립을 주장하며 “한중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해빙 분위기가 뚜렷한 지금이 최적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안 의사 유해가 현재 감옥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옛 뤼순감옥 부근 공동묘지의 어딘가에 묻힌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국 국가보훈처가 2014년 해당 지역에 ‘지표 투과 레이더(GPR)’ 조사를 하도록 중국 측에 요청했으나, 3년 반이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안 의사 유해 찾기에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또 안 의사가 황해도 출신인 관계로 북한도 유해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어 북한의 도움도, 일제시대 관련 기록물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26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감옥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108주기 추모식

유해발굴에 관여해온 연구단체‧학자들은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이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중관계 경색이 해소돼, 유해발굴 사업의 외부적 걸림돌이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4월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10년간 안 의사 유해찾기를 위해 노력해온 김월배 하얼빈이공대 교수는 “안 의사 유해 찾기에는 남북한, 중국, 일본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가적 협의를 거쳐 남북한‧중‧일 유해발굴 공동위원회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안 의사 유해발굴은 중국 당국에 명분을 주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공동 합의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당국이 현재 아파트로 변한 옛 무덤터에 대한 조사시 미원제기 가능성, 군항이 소재한 다롄의 군사적 민감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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