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지역 정치권과 시민·인권단체 반대하는 가운데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가결

충청남도 도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극심한 반발에도 인권조례를 폐지했다. 이는 전국 첫 사례다.

[공감신문] 충청남도 도의회가 인권조례를 폐지했다. 이는 전국 첫 사례이며, 충남 지역 정치권과 시민·인권단체가 반대하는 가운데 이뤄져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충남인권조례를 공동 발의해 제정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자신들이 만든 조례를 ‘동성애 조장’ 등을 이유로 스스로 없앤 것이기 때문이다.

3일 충남도의회는 제30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충남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충남도의원은 한국당 24명·더불어민주당 8명·바른미래당 1명·무소속 1명 등 총 34명이지만, 본회의에는 민주당 8명을 제외한 26명만 참석했다.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가결을 위해 필요했던 의원 수는 24명이었는데, 참석 의원 26명 모두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인권조례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폐지안이 가결됨에 따라 충남도는 5일 이내에 해당 안을 공포·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충남도가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도의회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민주당과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대응을 경고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충청남도 한 시민단체가 충남도의원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도 자치행정국 관계자는 "인권조례를 없애겠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인권 보장의 책무를 부여한 헌법과 관련 법률을 위반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 7조3항에 따라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여러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한국당이 일부 혐오세력의 표를 얻고자 후안무치한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유병국 충남도의원은 "바로 이 본회의장에서 우리가 의결해 만든 조례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며 "우리 스스로 만든 조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모순이며, 제 발등을 찍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꼭 이번 회기 안에 인권조례 폐지안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냐"며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이 갑자기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발의해 상정한다는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문 의원은 "한국당이 다수당으로서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며 "도민의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등 45개 시민·사회단체·정당으로 이뤄진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과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한국당 의원들을 포함한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처리한 의원들의 낙선운동을 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인권 관련 교육과 상담·실태 조사를 하고 인권센터를 운영할 근거가 없어져 인권행정 수행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조례를 둘러싼 민주당·시민단체와 한국당 의원들의 대립은 앞으로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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