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서 ‘묻혀진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재조명 위한 정책토론회 열려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사단법인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공동 주최로 묻혀진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 윤정환 기자

[공감신문] 최근 일제강점기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항일활동을 전개한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사단법인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공동 주최로 묻혀진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구한말 일제에 대항해 독립운동을 펼친 분들 중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인원은 지난 2017년 기준 1만4000여명에 달한다. 이중 여성은 250여명으로 전체 대비 1.7%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 초 국가보훈처는 독립유공자 포상대상에서 여성의 비중을 2%로 높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긴 세월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그들 중에는 구술로만 이야기가 전해지거나 역사적 기록을 남기지 못한 여성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 윤정환 기자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은 “그간 여성은 독립운동에 참여하더라도 이름이 사라지거나 숨겨진 경우가 많다”라며 “자료가 남성위주로 작성돼, 음지에 계신 많은 여성분들에게 국가가 성은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들의 업적을 하나하나 발굴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차장은 “일제강점기 여성들은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뒷바라지로 시작한 경우가 많았지만, 결국은 혼신을 다해 독립운동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토론회는 항일여성들의 활동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그들의 일대기를 구술로 전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이종걸 의원은 ‘동지·동반자·조력자로서 모녀가 함께 걸었던 항일운동이란 형극의 길-조모 이은숙, 고모 이규숙의 생애’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 윤정환 기자

이 의원에 따르면 조모 이은숙은 구한말 독립운동가로 명세를 떨친 이회영의 부인이다. 이회영은 여섯 형제 중 넷째로 태어나 가족들을 설득해 전 재산을 처분하고 독립운동에 전념한 분이다.

이회영은 전 재산을 가지고 만주로 망명한 뒤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다. 그는 서전서숙, 신민회, 헤이그 특사, 신흥무관학교 설립, 의열단, 고종 국외망명 등 전반적인 항일운동에 관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모 이은숙은 이회영이 독립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뒤에서 튼튼한 버팀목이 돼주고 어려움에 처하면 직접 나서서 내·외부 적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방패막이 돼주었다.

특히 이 의원은 조모가 집필한 ‘서간도 시종기’라는 책을 언급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훌륭히 항일운동을 해내신 분들이 많다”며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이 빈곤 속에 빠져있지만, 여필종부의 행동 속에 그들의 힘과 에너지는 다 녹아있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최성주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김동수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박사

이밖에 김동수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박사는 ‘나라사랑의 가시밭길을 걸어가신 나의 어머니 한도신’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최성주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만주항일 무장독립군의 어머니 김성녀’를 발표했다.

지난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99주년 3·1절 태극기 행진에 참석해,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다수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강조한 바 있다. 또 독립운동가 등 국가 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제는 성별을 떠나 투철한 항일정신으로 일제에 맞선 이들에게 국가가 먼저 앞장서 예우를 갖추고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할 시기다. 구술로만 떠도는 여성독립운동가 이야기를 흘리지 않고 발굴에 적극 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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