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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 바닥이 아닌 땅의 후예들“예수께서 지금 여기 계시다면, 그 분께서는 기독교인이 되려 하지 않으실 것이다.” - 마크 트웨인

[공감신문] 산책은 나에게 굉장한 기쁨 중 하나다. 특히 혼자서만 할 때에 그러하다. 나는 침묵할 수 있는 시간을 얻으며, 세상 것들에 친절하지 않아도 될- 혹은 친절해도 될 기회를 갖는다. 주관적으로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밤, 아니 잘 시간이 되면 침대에 누워 명상을 한다. 주로 호흡 명상보다는 바디스캔을 하면 금방 잠에 빠질 수 있다. 명상 프로그램에서 시키는 대로, 깊게 호흡한 후 오늘 날 위해 고생한 발에게 조용히 맘 속으로 미소를 건네어본다. 금세 나는 마치 따뜻한 물 위에 떠 있는 듯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Jonathan edelhuber 'Life Floats Away, No 3'(2017)

어릴 때부터 걷는 것을 무지 좋아했었다. 난 의정부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었는데, 의정부는 서울보다 지하철 역 구간 거리가 긴 편이다. 우리 집에서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까지 4개의 역이었는데, 때로는 학교가 끝나면 걸어서 집에 갔었다. 당시 난 또래들보다 시간 많은 고딩이긴 했었다. 인문계고를 다녔지만 예체능을 택해서 조금 자유로웠다. 레슨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하염없이 걷곤 했었다. 그때 걸으며 했던 것들이 망상이었을까? 뭐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마음 속 만보계에 대단한 숫자로 기록되었을 것들이, 아직도 나에게 커다란 마음의 근육이 되었다. 지금도 그걸 야금야금 쓰는 중이다.

요즘도 밖에 나가 걷고 싶지만 미세먼지가 너무도 많다. 납 성분도 들어있단다. 섬뜩하다. 살아 생전 베토벤은 성격이 좋지 못했다는데, 그건 그가 알 수 없는 고통으로 늘 괴로워했기 때문이었다. 죽기전 그는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제발, 나를 해부해서 내가 왜 고통스러웠는지 밝혀주라. 그러나 동생은 그러지 못했다. 세월이 꽤 흘러 그의 머리카락이 경매에 나왔고, 어느 미국인이 그걸 구입하여 어느 연구소에 보냈더랬다. 그것을 통해 알게 된 바, 베토벤은 납 중독으로 괴로워했더라는 사실.

그래도 저번주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늦은 밤 산책을 감행했다. 이런, 4월에 눈이 내리다니!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일회용 우비 하나를 사 입었다. 두 세시간을 눈을 맞으며 걷고, 또 걸었다. 그 날 시 두 편 정도를 완성했었다.

목련 꽃 위로 흰 눈이 내리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남산 소월길에서. = 작가 사진

당대의 수많은 철학가와 소설가들의 취미가 산책이었단 이야길 들었다. 무언가 뿌듯하고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걸음이 주는 혜택이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가장 ‘인간적인 행위’라는 데에 있다. 우리들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직립보행을 한다. 허리를 일으키고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다. 수뇌부인 머리를 저 하늘 드높이 올린다.

그러나 짐(gym)에서 걷는 건 산책과 다르다. 산책의 묘미는 ‘하늘’에 있다. 나는 주로 우리 동네인 남산을 걷는데, 그 길을 걸을 때면 하늘이 내 위가 아닌 옆에 와있다. 고개를 돌리면, 하늘이다. 하늘은 내 뒤에도 있고 바로 눈 앞에 있기도 하다. 한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전에 어디선가 들은 얘기로, 천장이 높은 곳에서는 창의력이 발달하며 천장이 낮은 곳에서는 주의력이 깊어 진다고 하더라. 그러나 이전에 위대한 작가들도 산책을 하며 다양한 생각들을 한 후에, 어느 지붕 낮은 곳에 들어가서 글을 썼을 것이다. 천장이 가장 높은 곳은 당연히 ‘밖’일 수 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은 밖에 있을 시간이 없다. 주의력이 발달할 수는 있겠지만 창의적인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게다가 대부분은 어느 문제에 대하여 해결 방안을 생각할, 혹은 감상할 여유도 주지 않고서 미리 그 방법을 훈련시켜 버린다. 아이들은 도구가 많고 재료가 없는 요리사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Leander assmann 'Wednesday'

나는 부모나 선생, 오빠나 누나라면 이런 점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한 아이의 인생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지도하는 것은 좋지만, 어떠한 ‘환경’에 대해선 열어 두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부모가 데려가는 곳 역시 마찬가지다.

나 역시 모태신앙이지만 지금 교회에 나가진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교회’ 때문이다. 성인이 된 후에 자발적으로 교회에 가고 싶었으나, 정말이지 마음에 맞는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예전에 의정부에 살 때 동네 외국인 교회를 몇번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예배가 잊히질 않는다. 은혜를 많이 받았냐고? 그건 아니다. 그 전까지 내가 알던 교회들의 방식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다.

한국의 교회는, 꾸짖는다. 대부분 꾸지람을 들으러 예배에 온다. 그리고 회개한다. 그렇게 매를 맞으면 뭔가 조금 다행스러운 기분이 든다고 훈련 되어진 것 같기도 하다. 꾸지람을 듣는 원인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않아서 그렇다. 그런 것들의 성질은 대부분 하나님과 ‘반대’되는 것들인데, 여기에 한국의 교회들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예로 든다. 이들은 상당히 ‘배타적’인 것이다. 그리고 자꾸만 ‘승리’하라고 한다. 글쎄, 그럼 누군가는 ‘패배’할텐데? 난 누군가와 싸우고 싶지 않은 걸.

부모님들 따라 어린 나이에 교회에 갔던 아이들은 여기서 배타성과 편협한 시각을 배울 위험이 높다. 그 뿐인가? 얼마전 어느 국내 유명 목사의 설교 영상은 정말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성도들이 정말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고는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왜 그다지 성경과 연관이 없는 말에 ‘아멘’을 외치는 거지? 왜 그의 말에 박수를 치는 건가!

그 곳에 처음 간 누군가는 ‘여기 사람들 왜 이러지?’ 싶으면서도 군중심리에 따라칠 지도 모른다. 행동이 주는 심리변화는 놀랍다. 이전에 아는 동생이 다단계에 빠져서, 어린 마음에 걔를 구하겠다고 거길 찾아간 적이 있었다. 건물 밖에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창문 너머로 박수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이른바 성공한 ‘다이아몬드’가 친히 발걸음하셔서 강연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박수를 치다 보면 존경심이 생겨난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어떨 때에 박수를 쳤는지, 우리 뇌가 알고 있다. 반복적 상황에서 이렇게 박수를 치면, 뇌는 어느 상황이나 인물에 대해 그렇게 인식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의 저자 송상호 목사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아 반갑고, 또 고마웠다. 나보다야, 현직 목사가 이야기하는 걸 성도님들이 들으실테니. 그는 인터뷰에서, 21세기 최고의 인재는 창의력을 가진 인재이며 창의력은 의심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교회는 의심을 최대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성인이 된 후에, 자기가 주체적으로 종교를 가지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반기독교인’이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헷갈리면 안된다. 트웨인이 부정한 것은 ‘하나님’이 아닌 ‘교회들’이었다. 그가 “예수께서 지금 여기 계시다면, 그 분께서는 기독교인이 되려 하지 않으실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교회의 배타성과 식민성 말이다.

Mehran Djojan 'Alter Ego'

운(?)이 좋았던 나처럼 하염없이 걷는 10대들을 기대할 순 없겠으나,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최소한 편협함을 강요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내가 믿는 진실이며,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춤’을 잘 추는 게 신사의 상징이던 때가 있었듯이- 시대는 늘 또다른 진실들을 제시하고 요구할 것이다. 우리가 믿고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이 어느 순간, 구겨지고 다시 펴지겠지.

정말 아이를 사랑한다면, 유연한 근육을 기를 기회를 제공하자. 방바닥이 아닌, 땅에 발을 붙이고 하늘을 옆에 두고 서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늘 성장중인 우리 어른들도, 스스로를 그렇게 길러내야 한다. 나에겐, 그런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고 싶은 편협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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