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상이연금 소송서 위증으로 맞서...개인이 피해사례 입증하는 현행제도 개선해야”

정의당 김종대 의원

[공감신문]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6년간 석면더미에서 근무한 故유 모 대위가 지난달 폐암으로 사망했지만, 정부와 군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논란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비례대표)은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폐암으로 사망한 유 모 대위의 사망에 대해 폐암과 석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보훈처는 유족들과 상이연금 지급·국가유공자 등록거부 소송을 벌인 것도 모자라 유 대위의 근무시간까지 축소하려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국방부·보훈처·유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육군 통신병과 소위로 임관한 유 대위는 6년간 보호 장비도 없이 매주 2~3차례 석면이 함유된 천장 마감재를 뜯고 통신선 설치 및 보수작업을 진행했다.

2014년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유 대위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유족들에 따르면 평소 유 대위는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았으며,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1등급 판정을 받는 건강한 청년이었다.

또 8촌 이내 친족 중 폐암에 걸린 사람도 없었고,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동일한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 동생은 폐암에 걸리지 않았다.

유 대위는 석면이 폐암을 유발했다는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국방부와 보훈처를 상대로 2년간 홀로 맞섰다. 병상에서 폐 조직을 떼 미국 연구기관에 보내고, 근무했던 부대의 석면을 직접 구해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부대 내 천장 마감재에서 발견된 석면 함유량은 5%로 2009년 기준치인 0.1%의 50배 수준이었다. 

故유 모 대위 폐암 진단 및 사망에 이르기까지 소송 등의 현황 [김종대 의원실 제공]

하지만 육군은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가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유 대위를 공상 판정 이후 퇴역처분했다. 

국방부는 유 대위의 석면 작업시간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 국방부는 수도방위사령부와 27사단에 남아 있는 업무기록이 단 9건에 불과하다며 유 대위가 초과근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대위와 함께 근무한 병사들이 직접 나서 유 대위의 정확한 근무사실을 증언했다. 

결국 지난해 6월 2심 재판부는 유 대위가 2년 넘게 모은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고 “근무 당시 석면분진이 발생했는데 군에서 방진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방부에 상이연금 지급을 명령했다.

재판부의 판결에도 보훈처는 국방부가 주장한 사유를 내세우며 유 대위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하면서 개인과 행정재판을 벌였다. 유족들에 따르면 심리적 부담이 가중된 유 대위는 최종판결인 4월 4일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 3월 26일 유명을 달리했다.

현재 보훈처는 “유공자 소송 당사자인 유 대위가 숨져 유족이 다시 소송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유 대위와 유족들을 외면하고 있다.

故유 모 대위 사망과 관련해 국방부 문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김종대 의원은 “그간 보훈정책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수립한 게 아니라 주어진 예산에 맞춰 보훈 대상자를 최소화하는 데 급급했다”며 “그 결과 국가는 유 대위에게 폐암이라는 1차 가해, 행정소송이라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바뀐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보훈개혁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아직도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며 “군에서 다치거나 병을 얻어도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입증해야 하는 문턱을 제거하기 위해 군인염금심의위원과 보훈심사위원의 현장조사를 의무화하는 등 수요자 중심 정책을 개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모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유 대위의 사연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재돼 4만50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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