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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시사공감] 낙태죄 폐지 찬반논란, 해결책은 어디에태아 생명의 존엄성과 여성의 자기선택권, 그 기로에서

[공감신문 시사공감] 누구에게나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생명의 존엄성에는 성별의 차가 없고 부와 가난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의, 생명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를 모르는 분들이야 없을 줄로 안다.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최근 들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낙태죄’와 관련한 논쟁 역시도 생명의 존엄성과 맞닿아있는 것이다.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데 뜻을 두고 있는 이들도,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도 모두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존엄성을 지키는 방법에 있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으로 둘 것이냐, 태아의 생명을 먼저 보호할 것이냐를 두고 관점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누구라도 여기에 대해 어느 쪽이 틀렸고 어느 쪽이 맞았는지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23만여 명의 지지를 얻은 이후, 낙태죄 폐지에 관한 논쟁은 더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청원에 대한 조국 민정수석의 답변도 이어졌지만 찬반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여기에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이 내달 24일로 예정됨에 따라 당분간 논쟁의 불씨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어떤 결론이 내려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찬성과 반대, 어느 쪽이신지? 이번 시사공감 포스트는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심도 있는 고민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 낙태죄 폐지, 찬성이냐 반대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만 16~44세 성관계 경험이 있는 2006명의 여성 가운데, 낙태죄 폐지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77.3%로 조사됐다. 국내 여성 4명 중 3명은 낙태죄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낙태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형법 296조 1항에서는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70조 1항에는 여성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임신중절 시술을 한 의사에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 담겨있다.

모자보건법은 유전적 질환이 있거나 성폭력에 의한 임신, 4촌 이내 친족 간의 임신 등 6가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와 같은 처벌조항이 과연 실효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띄운다. 낙태와 관련한 법이 엄격하고, 낙태 허용범위가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니, 임신중절 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것 역시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수술에서 의료적인 부작용을 겪었다 하더라도 어디에 호소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의료적 부작용이 나타났다 한들 여성들이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pxhere/CC0 public domain]

모자보건법에서 예외사유로 든 6가지 경우 중 성폭력에 의한 임신에 대한 낙태 허용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간에 의한 임신이라는 사실을 24주 내에 입증해내기가 어려운 탓이다. 사실상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원치 않는 성관계로 인한 임신이라 하더라도, 낙태를 할 수 없다는 반발이 나온다.

또 임신 20주 내외의 태아를 생명으로 볼 것인지, 만약 생명으로 친다 한들 이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선택권보다 태아의 생명을 더 우위에 둘 수 있는 것인지 등도 논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

한편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역시나 ‘생명의 존엄성’을 이야기한다. 아기는 잉태되는 순간 생명을 갖게 돼 존엄성과 인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낙태가 살인과 동일한 행위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인 것 역시 낙태죄 폐지를 반대파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낙태죄를 폐지하면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횡행하게 되고, 가뜩이나 아이를 낳지 않는 분위기가 더 고조될 것이란 주장이다.


■ 해외에서는
그렇다면 해외 주요국들은 낙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조금만 시각을 넓혀보면, 이 치열한 논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 이스라엘 등 9개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임산부의 요청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낙태를 여성의 선택으로 보고, 이를 허용하는 범위도 비교적 넓다.

스웨덴은 여성이 원하는 경우 임신 18주까지, 이후에는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다. [pxhere/CC0 public domain]

스위스는 임신 10주까지 여성의 선택에 따라 임신을 종결할 수 있다. 독일과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 룩셈부르크 등의 국가는 이를 임신 12주까지 허용한다. 스웨덴은 임신 18주까지는 여성이 원하는 경우, 이후에는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해진다.

상당수의 OECD 회원국들은 낙태시술 결정 전, 의학적·사회적 상담을 진행하도록 한다. 네덜란드와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은 낙태를 여성이 선택할 수 있게 하되, 전문의와의 상담을 의무화한다. 상담 후에는 시술까지 대기시간을 두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다.

반면 아일랜드는 서유럽 국가들 중 낙태를 가장 엄격히 금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유럽국 중 거의 유일하게 강간 피해자에 대한 낙태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반낙태 기조’로 인해 해마다 수만 명의 여성들이 영국으로 건너가 ‘원정낙태’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아일랜드 내에서도 낙태 찬반 논쟁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낙태 관련 국민투표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25일, 이와 관련한 국민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2016년 미 연방대법원이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에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낙태 옹호자들과 낙태반대론자들이 워싱턴DC의 대법원 앞에서 맞불시위를 펼치는 모습.

낙태 논쟁은 미국에서도 치열하게 부딪히는 상황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미 하원이 임신 20주부터는 낙태를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탓이다. 하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바로 다음 달 임신 6주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안에 대한 청문회도 열었다. 사실상 낙태를 전면금지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국과 일본, 폴란드, 아이슬란드 등 4개국은 원칙적으로는 낙태를 금지하되 사회경제적 이유에 따른 임신중절은 허용하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임신부에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칠레, 폴란드 등 6개국에 불과하다.


■ 낙태죄 폐지와 함께 떠오른 ‘히트앤드런 방지법’과 ‘미프진’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히트앤드런 방지법’이 그 중 하나다.

해당 청원은 아직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21만여 명의 동의를 받은 히트앤드런 방지법 도입은 미혼모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고, 아이의 부모 모두의 책임감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히트앤드런 방지법 도입으로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낙태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한다.

히트앤드런 방지법은 덴마크에서 실시되고 있는 법으로 비양육자가 양육자에게 다달이 약 60만 원가량을 보내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둔다.

만약 이 같은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 양육자는 시(市)에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으며 국가는 이를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세금으로 원천징수한다. 만약 비양육자가 국외로 도피하는 경우, 귀국하자마자 환수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미혼모 가운데 양육비 지원을 받는 이들은 4.7% 수준에 불과하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생모가 아이 생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기는 했지만 2010년 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양육비 지원을 받는 미혼모는 4.7%에 불과했다. 아이를 태어나게 한 것은 둘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한 사람만 떠안게 되는 것이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더해 아이를 낳아도 혼자서는 제대로 키울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은 결국 낙태를 선택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프진 [프랑스제약사 엑셀진(Exelgyn)]

아울러 미프진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낙태죄 폐지 청원에서도 등장한 바 있는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이라는 성분으로 이뤄진 자연유산유도제다. 1980년 프랑스 제약사 루쎌 위클라에서 최초 개발된 이 약은 자궁 안에 착상된 수정체에 영양공급을 차단해 자궁과 수정체를 분리시켜 유산을 유도한다.

미프진은 지난해 3월 기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베트남 등을 비롯한 세계 62개국의 승인을 얻었다. 다만 의사 처방전 없이는 구입이 불가하며, 미프진 조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는 나라에 약물을 반입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지난해 여성단체 ‘비웨이브(BWAVE: Black Wave)’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존중과 낙태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펼치는 모습.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지난 2005년 미프진을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시키기도. 여기서 필수의약품이란 마취제, 진통제, 구충제 등과 같이 인류의 우선·기초적인 보건 의료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의약품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공임신중절을 목적으로 미프진을 처방·복용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돼 있다. 과거 미프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약물을 이용해 손쉽게 유산이 되면 낙태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도입이 무산됐다.


■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도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존엄사법 시행을 이끌어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지난 2월에는 이른바 ‘존엄사법’이 본격 시행됐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결과다.

그리고 낙태죄와 관련해 생명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목소리 역시 멀지 않은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형태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포스트에서 낙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긴 했지만, 포스트가 마무리되는 이 시점까지도 이 문제만큼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임신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현행법은 어떤 방식으로든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연하고 근본적인 정책이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WHO의 협력기구인 미국 구트마허연구소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낙태가 합법인 국가일수록 낙태율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높은 낙태율과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기 위해선 좀 더 유연하고 근본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누구나 사람으로서의 존엄함을 가진다. 그리고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 가운데서도 뱃속 생명의 존귀함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낙태에 대한 죄를 묻기 전에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는, 그래도 된다는 확신이 드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하지만 귀하게 태어난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는 한, 우리나라는 낙태율 1위국, 저출산국가 등의 오명을 지우기란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 그것이 우리 앞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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