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고정관념, 외모지상주의 조장 및 성희롱·성폭력 정당화하는 내용 많아

국내 TV 예능·오락프로그램이 성별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성폭력을 희화화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우리나라 TV 예능‧오락프로그램이 성별 고정관념,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성폭력을 희화화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19일 양평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방송된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의 예능‧오락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 총 33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성차별적 내용은 총 56건으로 성평등적 내용 7건의 8배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모니터링에서 집계된 성차별적 내용 19건과 비교해도 3배가량 늘어났다. 

양평원은 "성차별, 성폭력 내용이 프로그램 소재로 이용되어 합리화·정당화되지 않도록 방송사 및 제작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지상파 A 프로그램은 여성 방청객에게 하녀 역할을 맡게 해 ‘빗자루’로 지칭하고 ‘꼬리를 친다’며 폭력을 행사하려 하거나, 남성 출연자들이 번갈아가면서 포옹을 하고 몸을 마구 잡아 흔드는 장면을 희화화했다. 

동일 프로그램의 다른 코너에서는 남성 출연자가 ‘하지마’라고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데도 여성 출연자가 “속옷, 야릇한 눈빛, 섹시”라는 선정적인 대사와 신체접촉 행동을 반복했다. 이를 웃음 소재로 사용해 성희롱‧성폭력을 희화화‧정당화한 것이다.

종편 B 프로그램에서는 한 남성 출연자가 “적어도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떠한 부동산‧교육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어요. 정책이 발표되면 바로 다음 날 브런치 모임을 갖고 작전을 설계해서 단합행동을 해요.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해요”라며 왜곡된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케이블 C 프로그램에는 한 남성 출연자가 “예쁜 것 같다 하는 분들은 앞으로 앉아 주시고, 난 좀 아닌 것 같다 하는 분들은 뒤로 자리를 좀 바꾸는 시간을 갖겠습니다”라며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 

양평원은 3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이렇듯 TV 예능‧오락프로그램에서는 성별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이 많았고,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내용도 있었다.

양평원은 3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방침이다. 

양평원 관계자는 “최근 성차별,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자정노력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TV 예능‧오락 프로그램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성차별, 성폭력 내용이 프로그램 소재로 이용되어 합리화‧정당화되지 않도록 방송사 및 제작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출연자와 진행자 성비도 출연자와 진행자 성비를 보면 전체 출연자 중 여성이 35.4%(140명), 남성이 64.6%(256명)로 남성이 많았다. 특히 주 진행자 성비는 여성 16.2%(11명), 남성 83.8%(57명)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