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노인 14시간-요양시설 노인 8.25시간…“홀몸노인 위한 의료시설·정책 확충돼야”

혼자 사는 노인은 뇌경색 발생 후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30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wikimedia/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혼자 사는 노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는 경우 평균 30시간이 지나서야 응급실에 도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족과 함께 살거나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독거노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서울의료원·서남병원·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2013~2016년 사이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져 서울의료원 응급실에 실려 온 65세 이상 402명을 대상으로 주거형태에 따른 응급실 도착시간을 분석한 결과, 독거노인이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0시간에 달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뇌졸중 적정치료 골든타임은 3~6시간 사이며, 두 질환 모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사망이나 장애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조사 대상이 된 뇌경색 환자 가운데서는 가족과 함께 사는 일반 환자가 274명(68.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홀몸 환자 65명(16.2%), 요양시설 환자 63명(15.7%) 순으로 나타났다. 

홀몸 환자와 요양시설 환자 중 의료보호 비중은 각각 49.2%(32명), 55.6%(35명)이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경색 노인 응급실 도착 평균 소요시간

연구팀은 상당수의 노인이 뇌경색 발생 후 골든타임이 한참 지나서야 응급실에 도착하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환자별로 병원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중앙값 기준 일반 환자 14시간, 요양시설 환자 8.25시간, 홀몸 환자 30시간이었다. 독거노인은 일반 노인이나 요양시설 노인보다 각각 2.1배, 3.6배가 더 걸린다는 것이다. 

뇌경색 증상이 나타난 후 응급실까지 6시간 넘게 소요된 환자의 비율도 일반 노인과 요양시설 노인은 66.0%(181명), 58.7%(37명)인 데 비해, 홀몸노인은 87.6%(57명)으로 컸다.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일본에 비해 병원 도착이 크게 늦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뇌경색 노인이 병원이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7.5시간이다. 이 중 증상이 발생하고 2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하는 환자가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팀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홀몸노인을 위해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00년부터 노인환자 수 급증에 대비해 노인수발보험(개호보험)을 도입,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재택 서비스를 연결하는 ‘노인의료복지복합체’를 운영 중에 있다. 

홀몸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을 보완하고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2009년부터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돌봄서비스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그 대상을 노인장기요양등급이나 중증장애등급을 받은 환자만으로 제한하는 데다, 자격을 갖춘 경우에도 방문·주간보호 서비스가 월 27시간이나 36시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하고 재정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연구결과는 대한응급의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