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정서적 어려움 호소하지만 전문가 상담은 소수…서울시 돌봄지원정책 이용률도 낮아

직장에 다니며 아픈 노부모나 배우자를 부양하는 서울시민 10명중 9명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직장에 다니며 아픈 노부모나 배우자를 부양하는 서울시민의 88%는 여성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들 대부분은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이를 해소한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일을 하는 동시에 아픈 부모나 배우자를 부양하는 서울시민 200명을 조사·연구하고 그 결과를 담은 ‘일하는 가족돌봄자 지원방안 연구-노인돌봄가족을 중심으로’를 20일 발표했다. 

재단은 부모세대 부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부양책임이 가족에게 부과되는 현실에서 가족돌봄자의 실태와 욕구를 파악,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노인 돌봄으로 인한 가족돌봄자의 어려움 [서울시]

보고서에 따르면 주 돌봄자는 여성(88.5%)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9세로, 72.0%는 돌봄 대상 노인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돌봄 대상이 되는 노인 중에서도 여성이 69.5%로 남성보다 다수였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81.3세였으며, 56.5%는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우자가 있는 노인(36%)보다 사별하고 홀로 있는 노인(63.5%)이 2배가량 많았다. 

노부모를 돌보는 이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5점 중 4.17점)을 꼽았다. 이외에도 ‘사회·문화적 활동 참여 어려움’(4.03점), ‘신체적 어려움’(4.02점), ‘경제적 어려움’(3.70점) 등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돌봄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누구와 상담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대부분 가족(71.0%)이나 친구(61.0%)라고 응답했다. 반면 전문가와 상담한다는 이들은 11.0%로 소수에 그쳤다. 

노인 돌봄으로 인한 가족돌봄자의 어려움 [서울시]

이에 대해 연구를 담당한 김미현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전문가 상담비율이 낮다는 것은 노인 돌봄 영역이 사회적 어젠다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상담 전문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가족 돌봄자들은 서울시의 지원정책 중에서도 ‘치매노인 돌봄가족 휴가제’(68.5%)를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외에 ‘가족돌봄 휴직제도’(62.5%), ‘서울시 치매상담 지원센터’(38.0%), ‘가족간호 휴가제도’(37.0%), ‘시간제 유연근무’(32.0%)의 순으로 이어졌다. 

가족 돌봄자들이 무엇보다도 휴식과 휴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막상 지원정책을 이용한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가족간호 휴가제도(4.5%)와 서울시 노인돌봄 가족휴가제(2.5%), 유연근무제(2.5%) 등은 이용했다는 응답률이 한자릿 수에 그쳤다. 

가족돌봄자들이 지원정책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pxhere/CC0 public domain]

김 연구위원은 “돌봄지원정책의 이용자 수가 적은 것은 정책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있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이 10인 미만의 영세한 직장에서 일하는 등 정책 수용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각종 돌봄 관련 서비스를 통합하고, 지역 주민을 비롯한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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