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이용은 이제 그만...”

[공감신문] 밴(VAN, 부가가치통신망) 시장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금융당국의 명령이 쏟아진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밴 대리점업계)앞에 놓인 고통은 상당하다. 그 중의 한 이유가 하나부터 열까지 대부분 돈과 직결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명령 수행에 투입되는 필요자금 모두는 고스란히 밴 대리점 업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게 업자들의 이야기다. “우리 정부당국은 이런 밑바닥 고통을 알기라도 할까요? 아니면 아예 우리 같은 업자들이 안 중에나 있을까요?” 라며 푸념들을 한다.

금융감독원

그 뿐이겠는가? 금융당국은 이제 내려갈 대로 내려간 가맹점수수료를 또 만지작거린다. 이보다 앞서 이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수수료를 언급하면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신한카드사는 2016년도에 전격 시행된 5만 원 이하 무서명 정책으로 위기에 몰린 밴 업자를 구제하는 방안으로 그해 4월 금융위원회의 중재로 ‘밴 대리점 업자 수익보전 업무협약(MOU)'을 체결 했었다.

당시 신용카드사와 밴 업계는 고통분담차원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어 지금까지 왔다. 하지만 밴 업자들은 신한카드사가 밴 사와 밴 대리점 업자와의 협약을 언제 그랬냐는 듯 깨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부내용은 수많은 언론보도가 있어 생략한다)

이로 인해 밴 업계는 발칵 뒤집어 졌고 급기야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한신협) 주도로 오는 4월 25일 생존권을 위한 총 궐기도 예정되어 있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할 말도 많고 제보도 넘쳐나는 밴 시장으로 들어 가 보자.

 

▶정부주도의 보안인증IC단말기교체

작금의 밴 시장은 가맹점마다 단말기 교체로 그야말로 광풍이 불고 있다. 국가의 명령에 의해 하달되는 명령은 거역할 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시장 구석구석에서는 마찰이 일어나는 곳도 심심찮게 볼 수도 있다.

여기서 또 한술 더 뜨는 곳이 있다. 밴 사다. 밴 사에서 가맹점으로 보내는 메시지(문자)로 인해 고통 받는 것 또한 대리점 업자가 져야 한다.

“제발 좀 보안인증단말기로 교체되었거나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가맹점에는 문자를 보내지 마세요.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데 쓸데없는 전화 응대에 미칠 지경입니다.”

어떤 일이든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이 사업은 좀 특이하다. 개인정보유출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보안인증제도는 시장에 운용중인 멀쩡한 IC단말기 제품을 뜯어내고 새로운 제품을 교체를 하거나 제조원에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에 설치된 IC단말기도 당초 개인정보 유출방지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런 목적으로 구성된 밴 인프라를 보안인증제도란 이름하에 송두리째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밴 업자들은 “멀쩡한 IC단말기를 뜯어내고 새 제품 추가 구입비용이나 사람이 움직이는 모든 것이 돈이다”라며 투덜대기도 하고, 짜증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말이 자주 흘러나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밴 대리점 고충을 함께 하기위해 금융결제원을 비롯한 국내 각 밴 사들은 자사의 대리점에게 일부 제품을 할인해서 제공하는가 하면 업그레이드 비용도 일부를 지원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밴 대리점 업자들로서는 교체해야 할 제품보다 할인 단말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 추가지원이 없어 아쉽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이제 가맹점과 밴 대리점 업자간의 이야기다. 본지는 밴 대리점 업자의 동의를 얻어 보안인증IC단말기의 교체 사업의 사정이 어떠한지 살펴보기로 했다.

전제는 이렇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은 2015년 7월부터 시행됐다. 당국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올(2018년) 7월부터 전격 시행된다. 그렇다면 가맹점에서는 어떨까? 보안인증단말기를 7월에 교체하겠다고 우기는 가맹점이 한둘이 아니란다.

이유는 이렇다. 기존 단말기도 대부분 IC카드로 승인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IC로 거래하면 도대체 승인 속도가 느려서 사용을 못하겠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다. 분쟁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보안인증단말기의 교체사업의 목적이나 사정을 잘 알고 있거나 협조를 잘하는 가맹점은 스스로 알아서 인터넷전용선을 설치하거나 격려의 말까지 해줘서 고마운 가맹들도 많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터넷 전용선을 요구하거나 신용카드결제전용 모뎀을 요구하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오는 5월까지 마무리(국내 가맹점 보안인증으로 전량교체)하라는 강력한 명령이다. “아무리 우리가 설명을 해도 콧방귀도 안 뀌는 업체가 한 둘이 아닙니다” 등 곳곳에서 고충이 파악되고 있다.

“왜?... 7월까지 바꾸면 되는데 우리를 못살게 하시오. 그때까지 하면 될 것 아니요. 5월에 한다고 과태료를 냅니까? 당신네(밴 대리점 업자)들 문제지 않소. 과태료 내도 내가 낼 테니 조르지 마시오. 누가 정부에서 무리하게 요구 한답디까?” 등 공문서를 보여줘도 막무가내란다.

[보안인증단말기교체를 권고하는 문서에서 발췌]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시장 사정이 이런데 당국은 교체하지 않으면 당장 지구가 어떻게 되는 것처럼 조이고 또 조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업자들은 죽을힘을 다해 설치하고 싸우고, 가고 또 가고,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심정입니다. 가맹점에 제품구입비용과 설치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가맹점에 시달리기 까지 하니 죽을 지경입니다. 이것이 ‘을’의 비애지요.”

“생돈 들여 기계교체는 합니다만 정률제다 뭐다 해서 수수료는 줄어들고 전산용지 등을 비롯해서 간접경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맹점은 아직도 공짜를 요구하고 등... 이래저래 견디기가 어렵기만 합니다.”

 

▶신한카드사의 꼼수

전표매입 수수료 문제로 신한카드사와 밴, 밴 대리점 업계 간의 갈등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미 이번 사건에 대해 국내 다수의 언론들에 의해 사정이 낱낱이 공개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신협과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한카드사와 밴 업계 간의 데이터캡처 업무의 위탁수수료문제로 오는 25일 대규모 집회와 더불어 매입전표 업무대행 사업자인 케이알시스에 대한 사업철회 요구 시위도 벌인다는 소식이다.

한 밴 업자는 “이번 신한카드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진 자들의 ‘갑’질 횡포는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바뀜에도 불구하고 예나 다름없이 여전하네요”라며 “우리도 언제 ‘갑’의 횡포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요?”라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분노한 한 업자가 자신의 카드를 자른 모습 / 사진=한신협 홈페이지]

이번 갈등으로 인해 밴으로 밥 먹고 사는 업계의 분위기는 심상찮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사용하는 신한카드를 잘라버리는가 하면 주 거래 은행도 바꾸고 있다. 더불어 가맹점의 주 거래통장 문의 시에도 타 은행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급기야 협회 차원에서 신한 신규 가맹점을 보이콧 한다거나 기존 가맹점도 정지를 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점은 항상 존재한다. “아무리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고 해도 꼭 뒤로는 할 짓 다하는 사람들이 존재 한다”면서 이 효력이 얼마나 갈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업자들의 생존권 총 궐기는 25일이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4.27 남북정상회담이 이틀 뒤인 27일이다. 바로 이것이 우려되는 이유다.

A씨는 “국가의 중대사를 논하는 큰 행사 코앞에서, 모든 국력이 판문점으로 집결되어 있는데 우리 몇 백 명이 모여 목 놓아 소리쳐도 봐도 누가 관심이나 갖겠습니까? 우리가 서로 다급함은 알지만 걱정은 되네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업체와 업계 간의 파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B씨는 “당국은 두 손 놓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 개입해서 이번 사태가 조금씩 양보하여 상생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언급했다.

C씨는 “매입전표 직매입은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이런 행태는 수수료를 주지 않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D씨는 “원만한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밴 사는 신한카드 가맹점을 해지하고 신한카드사는 자신들만의 카드조회기를 별도로 설치해서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성 말을 하기도 했다.

E씨는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요. 밴 업자들은 보안인증IC단말기 교체 사업으로 정신없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매입전표 직매입을 시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꼼수이자 비급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또 밴 업자로부터 돈 들이지 않고 가맹점모집 등 수없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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