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어제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 되는 기일이었다. 할머니가 어디선가 나의 하루를 지켜보고 계실 것 같아 왠지 모르게 서늘하고 따뜻하고 또 쭈뼛거리게 되는 기분이었다. 난 스무 살 때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이후에 독립했다. 10년이 지난 후의 내 생활을, 할머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실까.

이런 사뭇 감상적인 분위기를 타던 중에, 어쩌면 할머니는 ‘지금 쟤가 무얼하고 있는 거지?’하고 생각하시진 않을까 싶었다. 얼굴에 거즈나 호일로 된 팩을 붙인다거나, 할머니는 이전에 보지 못했을 아이코스 같은 걸 피운다던가. ‘신소재’로 만든 옷을 입고 자거나 그런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한다. 할머니는 일평생 부엌에서 본적 없는 도구로 요리를 한다. 이전에 그녀가 본적 없고, 익숙지 않던 물건들이 거의 하루 종일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림="Digital Perspective" by LEANDER ASSMANN]

요즘 구매자들은 ‘똑똑’해야 한다. 돈만 많다고 해서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다. 돈이 많으면 선택지가 넓어진다. 하지만 똑똑하면, 더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입소문’에 빠르다는 게 아니다. 얼리어답터적 기질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내가 중, 고등학교 때엔 휴대폰 브랜드와 기종이 상당히 다양했었다. 지금 같은 스마트폰이 아니었고, 그저 ‘휴대 전화’로서의 기능이 가장 클 때였다. 나는 최신 기계에 관심 갖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내 친한 친구는 달랐다. 그녀는 항상 누구보다 먼저 최신식 휴대폰을 샀었다. 그녀가 나온 지 며칠 안된 ‘스카이 휴대폰’을 학교에 가져와 자랑을 하더라도 난 거기에 큰 리액션을 해줄 수가 없었다. 무슨 기능이 더 추가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봤자 나에겐 그냥 전화기였다. 당시로선 혁신적이었겠지만, 거기서 알려주는 기능을 제대로 써먹을 줄 모르는- 하나도 안 스마트한 사람이었다.

확실히 이런 걸 잘 쓰면 편해진다. 기계의 기능을 알차게 다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렇더라. 친구들은 나에게 ‘너 이럴 거면 아이폰 왜 쓰냐’고 한다. 솔직히 잘 못쓰는 편이다. 그럼 난 ‘그냥 편해서 쓴다’고 한다. 그게 전부다. 여기 있는 어떤 기능들을 다 사용할 이유도 없다. 나의 하루종일과 모든 것을 이 아이에게 매니징 당하긴 싫다. 요즘도 뭘 자꾸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라는데… 사실 해서 뭐하나-싶다. 약 십 년전 사용하던 그 때와 지금- 내가 쓰는 패턴은 똑같으며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한 성질이 ‘폰’이 아닌 다른 물건에도 추가되고 있다. 이를테면 전자 담배가 그렇다. 요즘은 아이코스나 릴 같은 전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관련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를 방문해보면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이 많다. 매장 자체도 가로수길 같은 젊은 사람들이나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 위치한다.

뷰티 제품과 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엔 정말 다양한 게 많다. 마스크팩도 호일이나 거즈 같은 소재의 제품이 유행이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많을 때엔 탄산 성분이 들어간 제품으로 마스크팩을 하면 좋다고들 한다. 식품 역시도 간편하게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랩노쉬, 그리고 미네랄과 비타민 충전에 좋다는 워터팩 등도 인기다. 

이건 어떻게 보면 상당히 획기적인 변화들이다. 아마 어른들이 보기엔 ‘신개념’일 거다. 이런 상품들은 하루가 다르게 소개되어진다. 비싼 편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없이 써보고 또 다른 제품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동떨어진 건? 어른들이다.

[사진=영화 <유스>중에서]

어른들은 인포 푸어(info-poor)세대다. 모든 어른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러하다. 내가 말하는 어른들이란 장년, 노년층이다. 그들은 스마트한 소비로부터 거리가 멀다. 정보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젊은이들보다 피부 미용이나 건강에 더 많은 돈을 쓸 여유가 있다. 하지만 그런 제품을 구매할 기회가 없다, 아니 알 기회가 없다. 구매 패턴 자체가 일단 차이가 있다. 이들은 ‘이거 한번 써볼까?’라기 보다는 이미 인정받은 브랜드의 제품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그만큼 다양하지가 않았었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우리의 소비 패턴은 웰니스(wellness)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여성들은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소재의 생리대를 구매하고자 한다. 맛있는 음식 혹은 칼로리가 낮은 식품을 선호했었다면, 이제는 칼로리가 낮더라도 영양소가 갖추어진 것들을 찾는다. 충분히 맛을 낸 음식이더라도 무엇으로 맛을 내었는지 살핀다. 단백질도 ‘식물성’을 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실상 정말로 ‘웰니스’로부터 가까워져야할 건 어른들이다.

[사진=영화 <아이캔스피크>중에서]

관절이 좋지 않은 어른들은 무리해서 산보를 하기보단 EMS 같은 운동을 하시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담배를 계속 피울 계획이시라면 타르가 없는 전자 담배를 피우시는 게 그나마 낫다. 식사를 잘 챙겨 먹지 못하는 어른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이들에게 영양소를 채우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은 사랑받을 거다. 주변에 내가 사랑하는 어른이 있다면, 우린 이런 것을 그분들께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 나 혼자서만 인포리치를 누리지 말고! 혼자서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웰니스의 제품의 구매층이 청년들에게 맞춰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우리가 정보에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왠지 그러한 ‘신개념’ 제품을 쓰며 스마트해진 기분조차 느낄 때가 있다. ‘난 똑똑하고 현명한 소비자야!’라고. 마치 정말 인생템을 경험한듯!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린 그런 ‘스마트한 소비자’라는 함정에 빠져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음, 난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아빠와 나는 타고난 성격이 정말 예민한 편이다. 주위 환경에 영향도 크게 받는 편이다. 얼마 전 나는 아빠에게 명상을 하는 어플을 깔아드렸다. 명상으로 효과를 본 후에, 아빠와 함께 하고 싶어져서다. 정신 수양에도 스마트함을 장착한 내가, ‘아빠, 이건 해야 돼!’라며 소개한 거다.

사랑하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에게 필요해 보이거나 좋을 만한 것을 건넸을 때에 분명 상대방은 기쁜 마음을 가질 것이다. 배려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모일 때에 사랑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우린 현명함과 신속한 ‘스마트한 소비자’가 되려 하며 이전에 본질들을 놓치고 살며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우리가 연애와 사랑을 전하는 방법, 기본적인 관계에서의 소통들을 다시, 배우는 걸 보면 말이다. 거꾸로 가고 있는 시대, 혹은 과도기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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