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자극하는 시와 함께, 주말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우리 ‘갬성러’들이야 사시사철 언제든 센치하지만, 봄과 가을 등 계절 사이를 이어주는 시기에 유독 그 ‘갬성’들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봄은 마치 조물주가 우리에게 “싱숭생숭하면서도 이유 없이 울적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 맛을 쬐금만 봐라”며 작정하고 만든 것만 같다. 뭔 소리냐고? 우리 감성을 자극하는 온갖 요소들이 몰려있다는 것이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하고도 말. [Photo by Tim Gouw on Unsplash]

생각해봐라, 유독 온갖 꽃들이 만개하는 시기는 언제인가? 또, 살을 에는 추위가 가시고 따스한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시기는? 겨우내 잠자던 온갖 생명들을 촉촉하게 깨우는 비가 내리는 계절은? 바람에 실려 오는 꽃 내음 탓에 잊고 지냈던 풋사랑이 떠오르는 어느 화창한 날은? 다 봄이다. 설렘도 봄, 가슴 아린 것도 봄, 싱그러운 것도 봄이요, 계절이 지나며 시간의 덧없음을 느껴지게 하는 것 역시 죄다 봄이다.

그래선지 유통업계등도 봄이 오면 평상시의 마케팅 방식보다 약간 말랑한 접근을 꾀하고 있는 듯 싶다. 봄이 오면, 화사한 색감을 자랑하는 제품들이 여느 계절보다 더 자주 눈에 띈다. 또 시집 판매량은 어떤가? 예전에는 가을에 유독 시집 판매량이 약진하는 모양새를 보였다면, 요즘은 봄에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시집들이 팔리고 있단다. 그것 역시 많은 사람들이 봄에 유독 감성적인 무언가를 찾는다는 방증이 될 수 있겠다.

시의 맛, 알쏭달쏭하지만 분명 매력은 있을테니 우리 함께 꼭꼭 씹어보자.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하여튼 간에, 봄은 곧 감성이다. 그리고 오늘의 공감신문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여러분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 몇 편을 꼽아 소개해드리려고 한다. 미세먼지니, 황사니,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에 퍽퍽하게 메마른 여러분의 가슴 속에 시 한 방울을 떨어뜨려보겠다. 그게 봄을 닮을 꽃을 틔워낼지 누가 알겠나.

‘시’라니까 벌써부터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분들이 보인다. 에디터도 일단 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시는 괜스레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생각부터 든다. 학창시절 시를 읽고 ‘느끼는’ 게 아니라 ‘학습’을 했던 경험들 때문일 수 있다.

되도록이면 이번 포스트는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서, 좋아하는 음료와 함께 읽어보시는 게 어떨까? [Photo by Andisheh A on Unsplash]

그래서 이번엔 골 아픈 해석이나 풀이 따위보다 순전히 읽고, 함께 느껴보는 데 그치는 시간을 준비해봤다.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건 이런 뜻일 게다’라거나, ‘이걸 이렇게 표현했다니 놀랍다’는 식의 말들보다는 그저 떠오르는 낱말들과 단어들을 아무렇게나 느낀 대로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그게 온전하게 시를 느끼는 방법일 것이라 믿으면서.

 

■ 봄은 과연 고양이로구나

창 밖에서 집 안으로 햇살이 들이치면, 고양이는 그곳이 명당인 걸 또 어떻게 알고 찾아와 거기에 드러눕는다. 햇빛을 맞으면서 기묘한 포즈로 누워 들숨 날숨을 쉬는 고양이를 지켜보고 있자면 참, 그 게으름이 부럽다. 저 녀석처럼 화창한 어느 날 햇빛을 이불삼아 포근한 낮잠에 들고 싶어진다.

많은 시인들이 봄을 고양이와 연관 짓는 것 같다. 송명호 시인의 시 ‘봄바람’에서도 “고양이 발걸음처럼 살금살금 온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라며 둘을 엮으니. 그렇게 살금살금 몰래 찾아온 봄은 부드러운 고양이 털에 향기로 어리우다가, 입술에 가 졸음이 오게 만든다. 고양이를 통해 봄을 떠올리게 하고, 또 반대로 봄을 통해 고양이를 묘사한 이 시는 이장희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 달고, 짜고, 시고, 매운 것

그러면 그때 그냥 때려치우지 그랬어. 그렇게 하면 너 피자 먹고 싶달 때마다 턱턱 사줄 수가 없잖아, 그래서 참았어. 술 취해 오래 전 이야길 하던 어느 연인의 대화를 엿들었다. 사랑이라고 어찌 매 순간 사탕처럼 달콤하기만 할까. 우리 모두의 사랑은 때로 맵고, 뜨겁다가 짜고, 시고, 온갖 맛을 낸다. 말하지 못한 채 입안에 깔깔하게 남은 아쉬운 소리, 책임을 지운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 등 온갖 것들이 모두 사랑의 부산물들이다.

‘부산물들’이라 말하니 뭔가 ‘찌꺼기’같고 께름직할지 모르겠으나, 그 찌꺼기들이 모여 빚어놓은 결실은 꽤나 아름답다. 주고, 받고, 실수하고, 고마워하고, 이해하고, 다투다가 입을 맞추고, 함께 고민하고. 모인 찌꺼기들에는 그 모든 과정들이 다 담긴다. 그래서 우리가 몇 번 씩이나 속아도 또 사랑을 하는 것일 테다.

 

■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

우리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몸서리치게 서로의 부재를 그리워하고, 그저 좋아서 눈물을 흘렸던 언젠가의 밤은 정말이지 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빨랐다. 그때의 우리는 한 쌍의 물고기들처럼 펄떡거렸고, 또 재잘거리며 참 잘도 떠들어댔고, 무엇이 그리 즐거웠는지 볼이 시근거릴 만큼 웃어댔었다.

함께 우주를 들여다보던 그때와 달리 지금 우리는 타인이 돼 있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우주와 ‘네가’ 바라보는 우주는 다를 텐데, 그래도 나란히 앉아 반짝반짝 빛났던 그 때의 일은 아직도 그 빛을 잃지 않아 다행스럽다.

SNS상에서 많은 이들에게 언급되는 젊은 시인 박준의 이 작품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란 시집에 수록된 시다. 이 시집, ‘당신의…’는 “만약 여러분이 이 시집을 읽고 있다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라고도 평가될 만큼 청춘남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오늘은 이만 결근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릴 정도로 하이얀 목련꽃이 늘어선 출근길은 정말이지 고통스럽다. 하얀 눈꽃이나 흰나비를 닮은 그 꼴이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그래서 그게 고통스럽다. 멍하니 그 꽃들을 따라가다 보면 정다운 옛 동네, 골목골목 누비고 다니던 빌라 촌이 나올 것만 같다. 꽃잎이 떨어져 길이 막히는 바람에 지각을 해버렸다는 미미의 핑계를 흉내내면 회사에서 뭐라고 하실까?

날이 좋은 어느 날, 우리 모두는 별안간 탈이라도 났으면 싶다. 그 핑계로 봄볕도 들이마시고, 광합성이라도 좀 하게. 그런데 눈치 없이 튼튼한 몸은 이럴 때 유독 생기가 돈다. 멀쩡한 배라도 아파주면 좋으련만.

그가 목련꽃을 참 좋아하는가보다. 복효근 시인은 ‘목련에게 미안하다’, ‘목련꽃 브라자’, ‘꿈꾸는 목련나무’, ‘목련 후기’ 등 목련에 대해 참으로 자주 노래했다. 헌데, 탐스럽게 개화한 목련을 보고 있자면 그가 어째서 그렇게 수차례 ‘목련 예찬’을 늘어놨는지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이 벚꽃이라면, 봄을 농익게 만들어주는 꽃은 목련이 아닐까?

 

■ 우리의 촉촉한 봄을 위해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져오다가 저번 일요일에는 주룩주룩 봄비가 내렸다. 그게 다 새싹을 틔워내기 위한 물줄기였다. 그러고 나서는 또다시 하늘이 환하게 개었다. 그건 또 땅 밑 생명을 끄집어 올리려는 따스한 손길이었다.

교양공감 포스트를 읽어주시는 고마운 분들에게 올해 봄은 지난 봄보다 조금 더 푸근하고, 달달하고, 즐거운 일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러려면 평상시 우리가 돌아보지 않았던 것들을 곁눈질하려는 마음가짐, 세심하고 따뜻한 감수성이 필요할 테다. 그래서 부득불 시를 끄집어내봤다. 여러분의 메마른 가슴에 새싹을 틔워내고, 잠들어있는 말랑한 감성을 끄집어 올리려고.

알고계실지 모르겠는데, 우린 정말로 여러분께 너무나도 감사하고 있다. 뭐라도 해드리고 싶을 만큼. [Photo by freestocks.org on Unsplash]

이번 교양공감에서 소개해드린 시 네 편이 여러분에게 어떻게 느껴지셨는지? 닭 가슴살 마냥 퍽퍽했던 정서를 촉촉이 적셔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이 시를 조금 더 읽고, 한결 환한 표정을 짓거나 후두둑 눈물을 떨굴 수 있을 테니까.

이제는 5월이다. 만물이 녹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생명이 움트는 계절, 봄이 절정을 향해서 꼭짓점으로, 분주히 등반하고 있다.

푸릇푸릇 생기있게 돋아나는 봄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Photo by Gabriel Santiago on Unsplash]

삶이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는 청년기를 흔히 봄에 빗댄다. 청춘(靑春)이라는 말만 봐도 그렇다. 헌데 그건, 반대로 ‘우리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때가 곧 청춘’이라는 말이라고도 멋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여정 중에서도 유독 ‘푸르른 봄날과도 같다’는 시기, 이 봄을 좀 더 온몸으로 받아들여보자. 우리도 저 밖에 꽃들처럼 피어날지 모르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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