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흔히 사용하는 말 중 ‘도시 생활’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말은 주로 ‘팍팍함’, ‘매정함’ 등을 나타내기 위해 쓰인다. 도시에 빼곡하게 들어찬 구성원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그래선지 사람들은 거리에서 마주치는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푸른 녹음과 아름드리나무가 아닌 ‘빌딩 숲’이 드높게 솟아있다.

도시를 '콘크리트 정글'이라고도 하더라. 삭막하고 빽빽한 빌딩숲을 표현하기 적합한 말인듯 하다. [photo by thirdblade on flickr]

칙칙한 매연, 비좁고 붐비는 지하철, 흐릿한 표정의 사람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도 있다지만,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이 과도하게 넘쳐나는 탓인지 서울은 회색빛을 띄고 있은지 오래다. 인구가 과포화된 채 오염만을 낳고 있는 오늘날 도시의 풍경은 그리 살갑고 따스하지 않다.

반면에 영화 등 매체에서 묘사되는 도시들은 어떤가? 물론 영화에서 도시를 아름답게 그려낸 탓도 있겠지만, 이따금씩 영화에서 배경이 된 도시들을 지켜보며 ‘저런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곳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온갖 문화가 자유롭게 뒤섞여 부대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건간' 족들의 수중도시. 물 밑에서 찬란한 문명을 싹틔우고 있었다. [스타워즈닷컴 캡쳐]

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들은 어떻고? 깊은 해저에 숨어있는 ‘건간’족들의 도시는 경탄을 자아냈고,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들이 살고 있는 숲속의 은신처는 실제 지구의 대자연과 견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이런 곳들은 현실 속의 우리가 직접 마주하는 장소들과 괜히 비교하게 될 만큼 멋져 보인다.

영화 속 매력 넘치는 도시들로 여행을 떠나보자. [Photo by Dariusz Sankowski on Unsplash]

오늘의 공감신문 교양공감 포스트는, 바로 그 영화 속 도시들을 방문해보는 시간이다. 매연에, 러쉬아워와 경적소리에, 배려 없이 걷는 무례한 행인들에, 온갖 도시의 소음들에 넌덜머리가 난 여러분들을 위한 여행 시간이다. 다만 이 여행에는 여권도 필요 없고, 오래 걸어도 발이 편안한 신발 역시 필요 없다. 그저 크게 뜬 눈과 약간의 상상력만 있다면 이 도시들의 곳곳을 둘러볼 수 있을 테다.

 

※ 아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소나마 포함됐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란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빅 히어로

-배트맨 영화 시리즈

-트루먼 쇼

 

■ 가스 행성 상공에 위치한 ‘클라우드 시티’

위치 : 베스핀 행성

등장 작품 :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1980)

주요 관광 포인트 : 도시 하부 통풍시설, 탄소냉동실 등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영화에서 나왔던 장소들 중에서도 인상깊은 '클라우드 시티'를 소개해보겠다. [제국의 역습 영화 포스터]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들 중 상당수는 클래식 3부작 중 ‘최애’ 작품을 꼽아보란 물음에 ‘제국의 역습’을 선택하실 게 틀림없다. 여러 굵직한 사건들이 바로 이 작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 ‘굵직한 사건들’을 몇 가지만 나열해 봐도 ▲요다의 첫 등장 ▲호스 행성 전투 ▲한 솔로의 탄소 냉동 ▲루크와 다스 베이더의 광선검 대결 ▲그리고 ‘그’ 장면 등등이 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본 분들이라면 기억에 남을 만한 도시도 등장한다. 영화 중후반부 이후 대부분의 장면 속 배경이 된 ‘베스핀’ 행성과, 그곳의 공중도시 ‘클라우드 시티’다.

행성 자체가 지표면 없이 가스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공중도시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wookieepedia 캡쳐]

베스핀 행성은 가스로 이뤄진 행성이다. 이 행성은 고체로 된 지표가 없기 때문에 거주민들이 공중도시에서 살아가는데, 그 공중도시들 중 하나가 바로 클라우드 시티다.

가운데 기다란 기둥이 환풍시설인듯 하다. 외부의 바람이 워낙 강해서 그런 시설이 있어야만 한다고. [wookiepedia 캡쳐]

설정상 클라우드 시티는 행성 중심부로부터 6만km 상공에 떠있는 원반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원반은 지름 16.2km로, 수백만의 거주민들이 살고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UFO처럼 생긴 이 원반의 상층부에는 상류층들이, 하부에는 가스 시추를 하는 노동자 등 하층민이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구름 한 가운데 있는 도시인 만큼 경치가 빼어나 부유층의 휴양지로 자주 쓰인다는 것 등이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설득 중인 다스 베이더. [제국의 역습 영화 장면]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일행을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함정’으로 등장했지만, 만약 이곳이 실재한다면 스타워즈 팬들의 방문이 이어졌을 게 뻔하다. 특히나 그 유명한 ‘I am Your Father’ 대사가 울려퍼진 도시 하부 환풍시설이 유독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발을 헛디딘다면 까마득한 저 아래로 떨어져버릴지 모르니 조심하자. 그 깊은 바닥 어딘가에서 루크의 잘린 손이나 광선검을 찾겠다고 까불다가 심하게 다칠 수도 있다.

 

■ 도쿄와 샌프란시스코, 두 도시의 조화

위치 : 미국 캘리포니아 주(출처:디즈니 위키)

등장 작품 : 빅 히어로(2014)

주요 관광 포인트 : 럭키 캣 카페, SFIT, 금문교(비스무리한 것) 등

'안아주고 싶은 로봇'이 주인공인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이라니, 다소 독특한 설정이다. [빅 히어로 영화 포스터]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선보인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는 의료용 로봇 ‘베이맥스’와 히로 아르마다(하마다), 그리고 SFIT(샌프란소쿄 공학대학, San Fransokyo Institute of Technology) 학생들이 슈퍼히어로 팀으로 활약하면서 도시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스푸키 맨’을 추적한다는 내용을 그려냈다.

도쿄와 샌프란시스코의 조화, 샌프란소쿄의 아름다운 풍광에 많은 이들이 감탄했단다. [disney wiki 캡쳐]

주인공 일행은 이 과정에서 도시 곳곳을 누비며 돌아다니는데, 이때 묘사되는 도시의 모습이 꽤나 환상적인지라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지 영화 후기 중 도시에 대한 내용과 평가들도 상당히 많다.

고층건물 지붕의 일본풍 기와들이 또 생각보다 제법 잘 어울린다. [빅 히어로 영화 장면]

이들이 살고 있는 도시 이름은 ‘샌프란소쿄(San Fransokyo)’,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혼합한 콘셉트의 가상 도시다. 제작진은 이 가상의 도시를 보다 현실감 있게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이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고 전해진다.

샌프란시스코 랜드마크 '골든게이트 브리지'도 '도쿄+샌프란시스코'라는 테마에 맞게 동양풍으로 단장했다. [빅 히어로 영화 장면]

우선 샌프란소쿄에는 일본의 국화(國花)인 벚꽃이 곳곳에 피어있다. 또, 벚꽃 가로수들의 사이사이에는 일본식 등이 매달려있다. 그런가하면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는 일본풍의 기와지붕이 얹어져있기도 하고, 현실 속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골든게이트 브릿지(금문교)’도 일본 신사 입구에서 볼 법한 ‘도리이(鳥居)’가 장식됐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샌프란시스코 명물 ‘트램’에도 곳곳에 일본풍 장식물들이 달려있어 이국적 분위기를 한층 더했다.

카페 2층은 주인공 히로와 캐스 이모(숙모?)가 살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빅 히어로 영화 장면]

애니메이션 속 가상 도시인 이곳을 만약 운 좋게 방문하게 된다면 ‘럭키 캣 카페’에 들러 ‘캐스 아르마다(하마다)’를 만나러 가보는 것도 좋겠다. 캐스는 히로와 테디 두 조카를 올바르게 키워냈으며, 설정 상 요리 실력도 빼어나다. 무엇보다도, 미인이고, 미혼이시다! 또, 베이맥스를 비롯한 히어로들의 각종 무기들이 탄생한 SFIT 역시 꼭 방문해봐야 할 장소다. 아, ‘악마의 섬’은 되도록 피하시길. 아직까지 어떤 위협이 남아있을지 모르니까.

 

■ 창작물 속 가장 악명 높은 도시, ‘고담’

위치 : 미국 뉴저지 주 인근으로 추측

등장 작품 : 배트맨을 주역으로 한 창작물 전체

주요 관광 포인트 : 웨인 저택, 배트케이브, 배트 시그널, 아캄 수용소 등

원작 코믹스에서도 거무튀튀하게 그려지는 도시, 고담. [batman wiki 캡쳐]

앞서 소개한 두 개의 도시들이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혹은 ‘언젠가 살아보고 싶은’ 도시들이었다면 이곳은 ‘되도록 피해가고 싶은’, ‘살고 싶지 않은’ 도시로 손꼽힐 것이 틀림없다. 이곳은 온갖 범죄자들, 미치광이 살인범, 괴물들과 갱단이 설치는 걸로 유명한 막장도시 ‘고담’시니까 말이다.

브루스 웨인이 성장하기 전 시대, 고담 시에서 짐 고든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내용을 묘사한 드라마도 있다. [고담 드라마 스틸컷]

과거 뉴욕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이 가상의 도시는 매우 어둡고 음험하며,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는 기괴하다. 고담을 묘사한 여러 영화들도 이 도시를 음울하고 공포스럽게 그려냈는데, 그런 어둑함과 ‘다크 히어로’ 배트맨의 콘셉트가 잘 맞물려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도시가 쑥대밭이 되기도 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영화 장면]

이 도시 최대 유명인사는 대부호 브루스 웨인. 알 사람들은 모두 다 아시다시피 웨인 엔터프라이즈라는 기업 경영자이자 상속 부호, 그리고 밤이 되면 망토를 두르고 악당들을 추격하는 어둠의 기사로 활약하는 자다. 이밖에도 주목할 만한 도시의 인사로는 고담시경 국장인 짐 고든 등이 있다. 대단히 청렴하고 선량한 자라고 명망이 높더라.

이 도시의 '기괴함'이라는 요소가 극대화됐던 작품은 팀 버튼 감독이 제작한 배트맨 시리즈에서가 아닐까? [배트맨(1989) 영화 장면]

여러 매체에서 대체로 고담의 밤, 야경 등을 주로 그리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낮 시간의 고담 시가 등장하는 작품들 역시 존재한다. 물론, 낮이라고 해서 고담 시가 한결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만약 재수 없게 이곳을 지나가게 된다면, 방탄복, 방검복, 아무튼 뭐가 됐든 최대한의 방어 수단을 갖추시길 바란다. 관광 포인트(?)로는 웨인 엔터프라이즈 사옥, 배트맨을 호출하는 배트 시그널 등이 있다. 그러나 어디를 가게 되건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만약 무기나 방어수단이 없다면 배트맨이 지켜주길 기도해야겠다.

아캄 수용소 입구. 이게 어딜 봐서 범죄자 수용소 출입문? [batman wiki 캡쳐]

‘아캄 수용소’ 역시 고담 시의 빼놓을 수 없는 랜드마크(??) 중 하나다. 이곳은 정신이상 범죄자들이 수감되는 곳으로, 조커, 할리 퀸, 투 페이스, 포이즌 아이비, 미스터 프리즈, 베인 등 무시무시한 악당들이 모여 있다. 어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면 한 번 가보시라.

 

■ 세계 최대의 TV 쇼 스튜디오, ‘씨 헤이븐’

위치 : 플로리다 인근으로 추측

등장 작품 : 트루먼 쇼 (1998)

주요 관광 포인트 : 트루먼의 집, 달, 하늘무늬 벽 등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트루먼 쇼. [트루먼 쇼 영화 포스터]

만약 아름다운 도시가 단 한 사람만을 위해 돌아간다면?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곳이 ‘천국’일지 모른다. 짐 캐리의 여러 작품 중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급으로 꼽히는 이 영화는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를 둘러싼 TV 스튜디오(겸 도시) ‘씨 헤이븐’이라는 곳이 극의 주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시 헤이븐의 전경. 하늘이 묘하게 굽어있는 것을 보면 저게 구름이 아니라 '그림'이란 걸 알 수 있다. [트루먼쇼 영화 장면]

이미 이름난 명작이기에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주인공 트루먼을 제외한 씨 헤이븐의 모든 인물들은 인기 프로그램 ‘트루먼 쇼’의 출연배우들, 촬영 스태프들이다. 그저 트루먼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또, 씨 헤이븐 섬의 온갖 상품들도 일종의 PPL이다. 때문에 아내가 느닷없이 코코아를 권장할 수도 있고, 출근길에 만난 지인이 광고 표지판에 여러분을 몰아붙인 채 말을 걸게 될 수도 있다.

"만리장성과 더불어 우주에서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인공 건축물"이란 언급이 작품 속에서 나온다. [트루먼 쇼 영화 장면]

‘플로리다 인근’으로 설정된 이 거대한 스튜디오는 모든 것들이 인공적으로 돌아간다. 이 섬에 ‘무작위’란 결코 없으며, 행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교통정체, 심지어 날씨까지도 철저히 ‘쇼’를 위해 계산된 결과물들이다. 때문에 트루먼이 낙담한 채 앉아있을 때는 그의 머리 위로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그리워하던 인물과 재회하는 순간에는 안개가 끼는 등 그의 삶도 한결 드라마틱해진다.

마치 신이라도 된 양, 시 헤이븐을 내려다보고 있는 '트루먼 쇼' 총괄 크리스토프. [트루먼 쇼 영화 장면]

만약 여러분이 이곳의 배우로 일하게 된다면, ‘우리의 주인공’ 트루먼이 살고 있는 집을 한 번쯤 둘러봄직 하다. 또, 운 좋게 제작자들에게 허락을 받아낸다면 쇼의 모든 것을 관제하는 사령탑인 ‘달’ 스튜디오에 가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트루먼에게 말을 걸거나, 주의를 끄는 행동을 한다면 곧바로 스태프들에게 쫓겨날 수 있으니 조심하시라.

 

■ 창작물 속의 기상천외하고 환상적인 도시들

C-18 락커 안에서 도시를 이루며 살고 있는 소인 외계인들. [맨 인 블랙 영화 장면]

이밖에도 여러 영화, 소설, 게임 등 속에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들이 있다. 포식자들과 피식자들 모두의 낙원이자 동물들의 유토피아라 불리는 ‘주토피아’ 역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 중 하나고, 영화 ‘맨 인 블랙’ 시리즈에서는 손톱만한 크기의 소인들이 ‘락커룸’ 안에 도시를 짓고 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해 기발한 상상력을 뽐냈었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공중도시 '컬럼비아'의 모습.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게임 장면]

영화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도 이런 가상의 도시들이 그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고 있다. ‘바이오쇼크’ 시리즈에서는 수중도시 ‘랩쳐’와 공중도시 ‘컬럼비아’가 각각 등장하면서 독특한 매력을 뽐냈고, 아예 도시 자체가 게임의 주요 콘텐츠로 사용되는 ‘GTA’ 시리즈 속 ‘리버티 시티’, ‘산 안드레아스’, ‘바이스 시티’ 등도 그런 유명한 사례 중 하나다.

유난히 아름답게 묘사돼 "도시가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평가되는 영화 '그녀'. 작중 배경은 로스 앤젤레스인데, 실제 촬영은 중국 상하이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그녀 영화 장면]

이밖에 ‘실제 도시’를 무대로 여러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 역시 많다는 점에 잠시만 주목해보자. 특히 작품 속에서 구체적인 도시 이름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유독 도시 풍경들이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들이 참 많더라.

'귀를 기울이면' 영화를 재밌게 본 분들이라면 한번쯤 가보고 싶은 장소로 꼽힌다는 듯. [pinterest 캡쳐]

대체로 그런 경우에는 실제 촬영지가 어디였는지 팬들의 추리 등을 통해 밝혀지고, 그 영화 팬들에게 나름대로 ‘성지’가 된다. 특별할 것 하나 없다는 도쿄 근교의 베드타운 ‘세이세키사쿠라가오카’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의 배경지로 등장하면서 지브리 팬들의 방문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고, 도시에서도 자체적으로 해당 애니메이션과의 연계점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단다.

 

 

■ 메마른 도시 속 면면을 들여다보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들 계시더라. [Photo by Morgan Jones on Unsplash]

추위는 완전히 가시고, 아직까진 완전히 더워지지도 않은 봄 기온. 요즘은 어쩐 일인지 미세먼지 수치도 ‘보통~좋음’ 수치를 오가니 자전거를 타기에 딱 적절하다. 그 때문인지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이들을 쉽사리 볼 수 있다. 그들이 주말에나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냐고? 자전거 출퇴근도 하고 계시더라.

그래서 에디터도 직접 한 번 자전거 출퇴근을 해봤다. 교통비, 출근시간 등등 여러 측면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장점들이 많았다. 특히 그 몇 가지 중에서도 뭐가 가장 장점인지 꼽아보라 한다면, 아침 시간의 활기 넘치는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생각보다 큰 장점이더라.

모두가 분주한 아침, 활기찬 도시를 한 번 들여다보자.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게 될 지 모른다. [Photo by Danka & Peter on Unsplash]

대도시의 아침 출근길에는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볼 수 있다. 이제 마악 가게 문을 여는 사장님들, 길게 늘어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행렬, 여유롭게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어슬렁 걷는 양복쟁이 신사 등. 소리도 마찬가지다. 버스 차창 너머로 빠앙- 울려 퍼지며 짜증을 돋구던 경적소리도 길 위에서 직접 보니 ‘어휴, 큰일 나실 뻔 했네! 다행이다’ 싶다. 횡단보도를 어서 건너라고 보채는 ‘뚜뚜뚜뚜’ 소리도 리듬감 있게 들려온다.

평소 잘 가지 않던 길을 찾아가보는 것. 꽤나 재밌고 신선한 경험이 될 게 틀림없다. [Photo by Diyana Amir on Unsplash]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로 걷고, 달리고, 어딘가엘 들르는 분주한 풍경을 연출한다. 그 가운데 온갖 소리들을 만들어낸다. 누구나 다 부지런해지는 아침 시간, 그 풍경은 꽤 역동적이고 활력있다.

매일 오가는 길. 붐비고, 차는 밀리고, 지겨워 죽겠다고? 평소와 다른 길, 다른 방법으로 지나다녀보는 건 어떠신가? 온갖 색과 사람들이 채우고 있는 이 도시는 분명 여러분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물론 빙- 돌아서 가야 할지도 모르고, 그 때문에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어떤가, 한번 쯤 걸어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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