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는 백해무익한 악법”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써가는 ‘황주홍의 초선일지’
황주홍 의원(민주당, 전남 장흥·강진·영암, 초선)은 지난 7월 3일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공청회’에서 “국민의 기준과 관점에서 볼 때 기초단위 정당공천제는 즉각 폐지돼야 할 백해무익한 악법 중의 악법에 불과하다”며 기초의원·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민주당 기초자치선거정당공천제찬반검토위에서 주최한 이날 공청회에서 그는 “풀뿌리 지방자치의 현장에서 정당정치라는 것이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는 불필요악”이라며 “정당공천 폐지는 2017년 대선 성공 경로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공천이 폐지돼야 한다는 응답이 늘 60%~70%대에 이른다”며 “항상 유지론보다 폐지론이 2배 이상 높게 나오는 국민여론이야 말로 이미 최종 평결 그 자체”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3선 전남 강진군수를 거쳐 지난해 19대 국회에 입성한 황 의원은 당내에서도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몫에 받고 있다.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직접 인터뷰 답변서까지 정리할 정도로 꼼꼼한 성격의 그를 지난 9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동안 의정활동의 소회를 전해주신다면.
“여의도 생활이 1년 남짓 됐습니다. 교수와 단체장을 거쳐 국회의원으로 생활한 지 1년여 지났지만 한 10년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정치의 한 복판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소회는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하는 것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법과 헌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예산안 통과기일을 지난 10년 동안 거의 한 번도 지키지 못한 이 국회는 과연 누구의 민의의 전당인가’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과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지금과 같은 여야간의 극한 정쟁은 바람직한 것인가, 아니라면 불가피한 것이긴 한 것인가’ ‘국회에서 싸우는 일에 국민들은 신물을 내지만 국회는 왜 노상 싸워야 하는가’ ‘빅 데이터(big data)로 민심의 실시간 확인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이 세기에 왜 국회의원들은 민심의 독해(讀解)에 이리 자주 착오하는 것일까’ ‘왜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 일, 관행, 제도를 국회는 깨뜨리지 못하는가, 왜 깨뜨리려 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의 상념들로 제 자신 이방인과 외계인과 같은 이질감과 고립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여성명부제 도입 대표발의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앞장서 오셨는데 구체적인 입장을 전해주신다면.
“기초단위 정당공천제도의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 모두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그 공약을 지켜야 할 차례가 된 것이죠. 보다 중요한 것은 각종 국민 여론조사에서 ‘폐지돼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60~70%대에 이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국민이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뜻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군수로서의 이력도 있으신데, 정당공천제는 폐해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정당공체제의 폐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돈의 문제입니다. 공천을 받기 위해 발생되는 불필요하고 과다한 비용의 문제가 있습니다. 공천과 상관없이 지출되는 공식·비공식 비용 또한 굉장합니다. 둘째, 시간의 문제입니다. 시장·군수·구청장, 그리고 기초의원들이 지자체 본연의 기능과 역할이 아닌 중앙당과 공천권자들의 일로 더 바쁜 게 현실입니다. 주민들을 위해 제대로 일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입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에게 바쳐져야 하는 충성심이 사실상 중앙당과 공천권자에게 바쳐진다는 점입니다.”
-여성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은 것 같습니다만.
“물론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게 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전체 기초의원의 30%는 ‘여성명부’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여성명부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 5월 20일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여성은 전체 의원의 최소 30%는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정치현안에 대해 소신을 밝힌 초선일지가 화제입니다. 계기가 궁금합니다.
“의정활동하면서 그때그때 느낌과 소회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차원에서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제목 없이 민주당에 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몇 번 올렸습니다. 군수 시절에는 「군정일기」라는 것을 이따금씩 썼었습니다. 그리고 국회에 들어와서 뭐라고 이름 지을까 하다가 초선일지로 하게 된 것입니다. 초선일지를 쓰는 목적이 당내싸움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됐고, 그러다 보니 그것이 당내변화를 추구하기도 했던 것 입니다. 헌법으로 봐도 국민이 최고입니다. 국회의원 보고 ‘헌법기관’이라고들 하지만 최상위의 헌법기관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국민입니다. 꼭 정기적으로 일기를 쓰는 형식은 아니겠지만, 남기고 싶은 글이 있다면 부정기적으로 계속 쓰려고 합니다. 초선일지가 됐건 다른 형태가 됐건, 국회의원으로서 항상 국민을 염두에 두고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의정활동에 매진할 것입니다. 의정활동의 소회를 기록하는 글을 쓰는 것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입니다.”
365일 농번기를 누릴 수 있는 농촌 만들기
-지역구에도 많은 현안일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전남은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농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고, 제 지역구인 장흥·강진·영암은 전남에서도 대표적인 농업지역입니다. 군수시절부터 ‘왜 농촌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해왔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8~9개월에 이를 정도로 긴 농한기를 없애고, 365일 내내 농번기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장흥·강진·영암을 포함한 전국의 80여개 농촌 지역은 도시와 같이 번영되고 풍요로운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향후 의정활동계획을 전해주신다면.
“우선 올해 국정감사에 열심히 임하고,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기초단위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는 데에 온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의 화두인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가 이루어진다면 19대 국회의 큰 업적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것이 새 정치를 향한 큰 걸음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의원의 본연의 임무인 입법 활동과 제 지역구인 장흥·강진·영암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지역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땀 흘릴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이 풍족해지고 나라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황주홍의 초선일지 中>
장사의 신(神)
얼마 전 좋아하는 후배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우노 다카시라는 일본인이 쓴 「장사의 신」이란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64쇄(刷)를 찍었을 만큼 베스트셀러였다. 저자는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 업계의 신이자 전설이었다. 단숨에 읽어버렸다. 밑줄을 그어가면서 정독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쉽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거기 진수가 있었다. 노벨 경영상이 있다면 감이었다. 일본인 특유의 치밀하고 노련한 자기경영 교본 같았다. 아아, 우리 민주당 사람들이야말로 필독해야 할 책이로군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우노 다카시는 장사만큼 쉽게 돈 벌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주장한다. 왜 장사해서 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단다. 민주당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상대 가게(새누리당)는 40%대의 높은 고객 만족도를 보이는데 왜, 뭐가 못나서 우리는 그 반토막밖에 못하는 거냐.
이 일본인은 목 좋은 곳에 점포를 낼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간판도 화려하게 내걸 필요가 없다는 거다. 실제로 그가 성공시킨 가게들은 모두 외진 곳에 있고, 상호(常號)도 명함 크기로 내걸고 있다. 그래도 손님들로만 북적댄다.
민주당 사람들은 “보수 언론을 이대로 놔두고선 집권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국민들조차 보수화되어 민주당으로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위쪽을 향해 볼을 차는 것만큼이나 불리한 여건이라는 숙명론도 자주 접한다. 그들에게 우노 다카시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배워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실제로 문하생들은 우노를 아버지라 부른단다).
한국 언론이 보수화되어 있고, 국민들도 보수적이라면? 답은 우리가 그쪽으로 가는 거다. 다수 언론과 다수 국민이 보수화하는데 우리만 진보화한다면 볼 장 다 본 거다. 언론과 국민이 우리 편이냐 아니냐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수 언론과 다수 국민의 편이냐 아니냐다. ‘목 타령’ 하지 말고 ‘역세권 타령’하지 말고 ‘기울어진 운동장’ 탓하지 말라.
손님이 “여기 음식 왜 아직 안 나와요?” 할 때가 성공과 실패의 기로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하는 가게는 곧 문 닫는다. 성공하려면 “지금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국민 다수 여론이 NLL 대화록 진상 공방을 지지하지 않으면 “네. 국민 여러분, 그놈의 공방 즉각 접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만 잠깐만요. 국민 여러분!”하고 접객하면 끝이라는 거다.
나는 얼마 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당」인 한, 그 말로와 후과가 불을 보듯 빤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여론조사들을 보면 쟁점마다 ‘정답’이 나와 있는데도 “국민 여론은 저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렇게 갈 수 밖에 없다”라고 한다면 그 어떤 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는 평소 지론이었다.
우노는 절대 장사하지 말아야 할 부류가 “최선을 다해 실패할 시도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열이면 열, 다 망하는 거다. 우리 민주당이 무섭게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일본인 저자는 분발, 정성, 심리학을 강조한다. 나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이들을 손님으로 규정해야 성공한다. 한 번 온 손님을 무조건 단골로 만들려면 손님의 이름도 알아야 하지만, 손님이 가게 종업원들의 이름도 기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산토로 위스키를 주문한 손님에게 “죄송합니다. 산토리가 다 떨어졌습니다”라고 말하면 망한다. “산토리를 충분히 준비해놓지 못한 건 저희 잘못입니다. 그래서 값이 더 비싼 글랜피딕을 산토리 값에 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어야 성공한다. 주문받은 음식을 손님 자리에 그냥 내가기만 하는 건 팔 생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한다.
우리 민주당이 장사의 신이 되는 그 날은 언제일까? ‘글린턴 공화당원(Clinton Republicans)’이란 말이 있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 출마할 때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클린턴 지지자로 전향한 것을 일컫는 표현이었다. 민주당도 얼마든지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우리쪽으로 전입시킬 수 있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가게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이 일본인 저자의 확신에 찬 말이다.
<황주홍 의원>
-1952년 2월 27일 출생(전남 강진)
-광주제일고 졸업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박사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교수
-아태평화재단 연구실장, 기획조정실장, 부총장
-건국대 정치외교학 교수
-제39·40·41대 전남 강진군수
-전남시장군수협의회 회장
-現 제19대 국회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양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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