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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시사공감] 가정폭력의 악순환,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가정의 달, 나와 우리 주변의 가족들을 돌아봐야 할 때

[공감신문 시사공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의 이 한자성어를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것이다.

기자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가훈을 써오라’는 숙제가 있는 날이면 반 친구들 중 절반은 가화만사성을 써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기자도 그 절반 중 하나였고. 아마 독자여러분 중에서도 가화만사성을 가훈으로 삼았거나 혹은 삼고 있는 분들이 꽤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러분도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 나누고 계시는지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뜬금없이 웬 가화만사성 이야기냐고? 5월, 그러니까 이번 달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새겨보는 ‘가정의 달’이기 때문이다. 건강가정기본법 제12조에서는 가정의 중요성을 고취하고 건강가정을 위한 개인·가정·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매년 5월을 가정의 달로, 5월 15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했다.

아마도 여러분 중 대부분이 또 그러실 테지만, 기자는 해마다 5월이면 마음이 바쁘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5월 말까지 쭉 이어지는 기념일들을 챙기다 보면 눈 깜짝할 새 한 달이 지나가버리는 것도 뭐 거의 매년이다. 물론 바삐 움직인 만큼 얻게 되는 반가움과 뿌듯함, 기쁨도 딱 이 시즌에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간 바빠서,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등의 핑계로 미뤄왔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새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늘 곁에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자주 잊고 살지만 말이다. 한 달을 통째로 가정의 달로 삼은 것은 아마도 이런 뜻에서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나와 우리 주변의 가족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가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 오늘 시사공감 포스트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이해 나의 가족 그리고 우리 주변의 가족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자세히 들여 보다 보면,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도 찾게 될 것이다.


■ 아직도, 가정폭력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3호에서는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한 행위를 가리켜 ‘가정폭력’이라 칭하고 있다.

정도를 모르는 체벌도, 훈육이란 미명 하에 용인되던 시절도 있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사실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잠시 여러분의 유년시절로 돌아가 생각해보자면, 불과 10~20년 전만 하더라도 체벌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폭행 등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잘못한 아이를 훈육한다는 이유로 옷을 모두 벗겨서 대문 바깥으로 내쫓는 일도 그 시절엔 그럴 수 있는 일이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요즘 같으면, 어휴… 절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부부 사이에 행해지는 폭력은 또 어떤가. 어느 날 옆집 아주머니가 남편한테 맞아 얼굴에 시퍼런 멍을 달고 왔다 해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거나 집안일은 집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 시절 ‘보통의’ 인식이었다.

가정폭력이 집안일로만 치부돼선 안 된다는 문제제기에도 가정폭력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지금은 어떨까. 가정폭력은 더 이상 ‘집안일’로 치부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통계들은 여전히 가정폭력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청의 통계만 보더라도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2013년 16만272건에서 2014년 20만 건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27만9058건까지 증가했다. 인식의 변화로 인해 신고건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 법은 안전할까요?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경찰에 입건된 가정폭력 가해자는 2011년 2939명에서 2016년 5만4191명으로 5년 새 약 18배나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가해자 14만8009명 가운데 기소 돼 재판으로 넘겨진 인원은 1만5194명에 불과하다.

경찰에 입건된 가정폭력 가해자 가운데 재판으로 넘겨지는 인원은 겨우 10%에 불과하다.

5년간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가해자 중 52.9%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34.8%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됐다. 가해자 10명 중 9명은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고건수와 입건된 이들은 늘어가고 있지만, 가정폭력처벌법 기소율은 2011년 18%에서 2016년 8.5%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안전’보다 가정의 ‘안정’을 먼저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신고 후 더 큰 폭력을 당할 것이란 두려움도 피해자들을 양지로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재판으로 넘어간다 한들, 실효성 있는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5년 가정보호사건 중 불처분은 43.4%, 보호처분 중 상담위탁은 16.0%, 사회봉사수강명령은 8.0%에 이르지만, 접근행위제한·전기통신이용 접근행위제한 등은 0.8%에 그친다.

재판으로 넘어가더라도 실효성 있는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는 극소수다.

이는 가정폭력처벌법 자체가 피해자의 인권 보호보다 가정의 보호와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에는 다음과 같이 적시돼 있다.

“이 법은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가정의 보호와 유지에 목적을 둔 법 조항 때문에 가정폭력을 심각한 폭력범죄가 아닌 가정 내의 경미한 범죄로 여기는 법 관점이 작동한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안전을 도모하고 인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신고해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란 무력감도 만만치 않은 상황.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신고해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란 시민들의 무력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는 폭력발생 이후 경찰에 도움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란 답변이 3번째로 많았다.

가정폭력을 전담하는 경찰관과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인력 부족도 더는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재발 우려가 높아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를 필요로 하는 가정은 2117개에 달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전담 경찰관은 85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질적인 관리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 가정폭력 피해, 어떻게 대처해야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가정폭력을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가정사’라 생각해 신고하기를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폭력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을 떠올려보면 이는 결코 쉬쉬해서 덮일 문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폭력에 침묵으로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실제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교도소 수형자 486명 가운데 249명은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같은 응답률은 성범죄에서 64%, 살인에서 60%로 높게 나타났다. 폭력은 대물림될 뿐만 아니라 더 큰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내가 피해자가 된다고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미리 대처방안과 지원책을 알아두는 게 좋겠다.

먼저 가정폭력이 일어났다면 발생장소로부터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한 뒤 112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의 대처다.

가정폭력 신고 처리 순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미 상습적으로 폭행이 일어나고 있다면 미리 신분증, 신용카드, 통장, 여윳돈 등을 급히 챙겨올 수 있는 장소에 보관해두는 게 좋다. 또 위급상황에 대비해 안전하게 머물 곳과 연락할 사람을 미리 정해두거나, 이웃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소리가 나는 경우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사전에 부탁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366 여성긴급전화로 상담을 요청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1366은 365일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전문상담사가 가정폭력 예방 및 대처법에 대해 안내하고 쉼터제공이나 법률기관 연계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가정폭력은 대개 집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가족구성원 외에는 다른 목격자가 없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피해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피해자의 용기 있는 신고만이 더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가화만사성이라 하였다

화목한 가정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낸다 [public doamin pictures/CC0 public domain]

이쯤에서 가화만사성의 뜻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이 말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모든 일의 근간에는 ‘가정’이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막상 가정에서 이뤄지는 폭력에 대해서는 가정사, 집안일 정도로 치부하며 너무 가볍게 여겨왔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미약한 법과 가벼운 인식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여전히 가정폭력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도 말이다.

누구나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족에게서 상처를 당하고 그 폭력이 다시 대물림 되는 악의 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가장 먼저일 것이다.

피해자 인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가정폭력의 악순환은 끊어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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