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히어로냐? 독특한 슈퍼히어로 무비와 함께하는 주말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 시리즈의 3번째 작품, 인피니티 워가 많은 이들에게 화제다. 이 영화는 마블 스튜디오의 무수한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하나로 모이고, 그 동안 여러 영화 속에서 수줍은 새색시마냥 얼굴만 잠깐씩 내비쳤던 최강의 빌런 ‘타노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엄청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헌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하게 되는 걸까? 막상 뚜껑을 따보니, 평가는 다소 갈리는 듯 하다. 누군가는 후속작이 너무나도 기다려진다고 호들갑을 떨고, 그 동안 놓친 영화를 찾아보겠다고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실망스러웠다며, 그렇게 기대를 줘 놓고 어쩜 이리 허무하게 만들 수가 있느냐고 불퉁거린다.

올록볼록한 저 턱 한번만 만져보고 싶더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영화 장면]

자 자, 영화 자체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고, 재밌다는 이들과 별로였다는 이들 모두 다 납득할 수 있다. 어쨌든 간에 슈퍼히어로 팬들은 인피니티 워 만큼의 ‘빅 이벤트’를 또 한동안 기다리게 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그 기다리는 기간 동안 우리는 다른 슈퍼히어로 무비들을 감상할 것이 틀림없다.

짠내나는 슈퍼히어로들이 나오는 영화들, 참 많더라. [디펜더 영화 장면]

바로 그런 기다림의 중간에, 이번에는 우리가 알던 초인 영웅들과 약간 다른 이들을 다룬 영화를 감상해보는 건 어떠신지? 이 친구들을 제각각 살펴보면 그리 ‘슈퍼’한 능력을 갖고 있지도, 혹은 ‘불살주의’를 고집하지도, 정신 상태가 딱히 고결하지도 않다. 하지만 어쨌든 슈퍼히어로이긴 하다. 적어도 그들의 주변 사람들은 슈퍼히어로라 여기는 듯 싶다.

알쏭달쏭,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색 슈퍼히어로들을 교양공감팀과 함께 만나보자. 슈퍼히어로 붐으로 인해 이런 류의 영화가 꽤나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시간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네 개의 영화만 소개해드리겠다. 아마 이 영화들을 보고나면 여러분들은 그들에게 ‘애걔, 너도 히어로냐?’라 질문하게 될 수도, 혹은 색다른 매력을 느껴볼 수도 있겠다.

 

※ 다음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콘스탄틴 (2005)

핸콕 (2008)

슈퍼 (2010)

킥 애스 (2010)

 

■ 콘스탄틴 (2005)

지상파 TV채널에서 시도때도 없이 틀어주는데, 매번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마성의 영화. [콘스탄틴 영화 포스터]

존 콘스탄틴은 날 때부터 천사와 악마를 구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저주로 여기고 자살기도를 한다. 허나 자살은 ‘스스로를 살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한 번의 자살미수로 인해 신에게 지옥행 우등 티켓을 부여받은 상태다. 존은 지옥행을 피하기 위해 현세에 남은 악마들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렇게 하면 천국으로 갈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명품 배우 틸다 스윈튼도 등장해주신다. [콘스탄틴 영화 장면]

수많은 악마들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콘스탄틴은 차츰 피폐해져간다. 술, 담배만이 그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다. 급기야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까지 받게 된다. 그렇게 지겨운 싸움을 해나가던 콘스탄틴의 앞에, 어느 날 수상한 냄시 폴폴 풍기는 여인이 나타나 자신의 여동생의 죽음에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고 조사를 의뢰한다.

와타시가… 아쿠마다!(아무말 대잔치) [콘스탄틴 영화 장면]

“엥, 이거 퇴마 비스무리한 영화 아니었어?”라 말씀하실 수도 있겠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 ‘존 콘스탄틴’은 사실 DC 코믹스 소속의 히어로 캐릭터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다(물론 원작 코믹스와 영화는 다른 부분이 꽤나 많긴 하다).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건 어쨌건 줄담배를 피우는 존 콘스탄틴. [콘스탄틴 영화 장면]

그는 ‘퇴마사’라 분류할 수 있지만, 악마에게 십자가를 들이미는 게 아니라 십자가 모양의 ‘총’을 쏜다. 또, 시종일관 담배를 물고 사는 것 역시 여느 히어로들에게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히어로는 정의와 선(善의) 상징이니까, 오히려 ‘빌런’들이 담배를 꼬나문 모습들이 보편적이겠다. 또, 그가 ‘퇴마’를 하는 이유 역시 대의나 숭고한 이유가 아니라, 천국을 가겠다는 순전히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일반적인 히어로와는 좀 다르지 않나? 큰 힘을 지녔기에 ‘큰 책임’에 따라 악당들을 무찌르는 게 아니고, 천국엘 가기 위해서 퇴마를 한다니.

 

■ 핸콕 (2008)

여러모로 참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를 비틀어 꼬집는 작품. [핸콕 영화 포스터]

핸콕은 여느 슈퍼히어로와 마찬가지로 초인적인 신체능력, 비행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히어로 활동은 어째 순탄치만은 않다. 열차에 치이기 직전인 차(와 탑승자)를 구하기 위해 열차를 탈선시켜버리질 않나, 병나발을 불며 ‘음주비행’을 하다 이리저리 부딪히며 시설물을 파괴해댄다.

구해주기 전 "손 대도 괜찮아요? 나중에 성희롱으로 고소하지 않을거죠?" [핸콕 영화 장면]

사람들은 핸콕의 의도 자체를 보고 고마워하기보다는, 그가 일으키는 부수적인 피해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한다.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이로 인해 비난을 받는 핸콕. 그는 결국 가뜩이나 까칠한 성미를 잔뜩 부리면서 점점 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그러다가 ‘PR전문가’를 구해주고, 그에게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는데, 초인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했다가 단단히 혼쭐나는 당돌한 꼬마. [핸콕 영화 장면]

슈퍼히어로 영화의 액션장면을 보고 있자면 간혹 “아니, 저걸 왜 저렇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악당과 싸울 때, 그냥 맨손으로 때리는 게 더 아플 텐데 굳이 가로등을 뽑아 휘두른다던가, 도로 위 꼬마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트럭을 강제로 멈춰버린다던가(그 과정에서 트럭은 파손되고).

생각보다 많은 얘깃거리가 담겨있고, 회수되지 않은 떡밥도 있는데다 흥행도 성공해 후속작 얘기도 나왔었다고 한다. [핸콕 영화 장면]

물론 다급한 상황이고, 그들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한 행동이었겠지만, 가끔은 누군갈 구하기 위해 더 크게 부수적인 피해를 내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영화 핸콕에서 바로 그런 슈퍼히어로 영화의 맹점을 제대로 꼬집는다. 긴급 상황에서 ‘쿵!’ 하고 도로에 멋지게 착지하면, 부서진 아스팔트는 대체 누가 메꿔 놓냐! 이런 우리 맘속에만 있었을 질문들을 영화 속 시민들은 핸콕에게 직접 따져 묻는다.

 

■ 킥 애스 시리즈

마블 코믹스 산하의 소규모 레이블의 만화가 원작이라고 한다. [킥애스 영화 포스터]

학교에서 ‘찌질이’ 취급을 받는 고교생 데이브는 슈퍼히어로에 빠져있다. 자신만의 슈퍼히어로 코스튬을 만들고, 급기야 그 코스튬을 입고 악당들을 찾아다니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무런 능력도 없이 깡패들에게 덤빈 결과는 처참했다. 온몸을 골고루 찜질당하고, 칼침까지 맞은 상황에서 데이브는 차에 치어버린다. 병원으로 실려온 데이브는 신경 일부를 제거하고, 머리에 철판을 세 장이나 심어야 했을 만큼 부상이 심각했다. 그러나 몇 차례의 수술과 수 개월간의 재활을 거친 뒤에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또다시 코스튬을 입고 거리에 나간다.

얘도 참 무대뽀다. 아버지가 얼마나 마음고생하시겠나. [킥애스 영화 장면]

어느날 밤, 데이브는 거리의 집단 폭행 상황에 개입해 처절하게 싸우는데, 이상하게 아무리 맞아도 그리 아프지가 않다! 신경 제거와 수술로 인해 맷집이 소폭 늘어나버린 것. 데이브의 이날 ‘악당 소탕’ 과정은 행인들에 의해 촬영되고, 그는 순식간에 유튜브 스타가 되어버린다. 슈퍼히어로 활약으로 유명세를 얻게 된 데이브는 묘한 쾌감을 느끼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킥애스’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의 진 주인공 취급을 받는 꼬마 '힛걸'. 저 입술 모양은 흉내내기도 어렵겠더라. [킥애스 영화 장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미성년자이긴 하나, 사실은 성인을 대상으로 출시된 코믹스가 원작이다. 성인 등급인 만큼 폭력 묘사의 수위가 상당히 살벌하며, 흡사 ‘킬빌’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런 준-블록버스터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서는 아마 킥애스 시리즈가 가장 유명할 듯 싶다.

 

■ 슈퍼 (2010)

셧업! 크라임! 영화 속 주인공의 코스튬처럼 핸드메이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포스터. [슈퍼 영화 포스터]

이번에 소개할 히어로는 음, 정말 말 그대로 ‘보통 사람’이다. 강철 체력이나 비행능력도 없고, ‘슈퍼 두뇌’나 강력한 아이템도 없다. 물론 엄청난 재벌도 아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 평범, 아니, 오히려 약간은 무기력하고 무능한 편에 가까운 루저랄까? 우리의 주인공 프랭크(레인 윌슨)는, 마약판매상에게 아내를 빼앗긴 뒤(사실상 마약에 빠진 아내의 자발적 가출이다) 정신적 방황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망상증상도 겪게 되는데, 이런 망상을 ‘신의 계시’라 여기고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나서겠다고 다짐한다.

망상에 시달리는 루저가 폭력을 통해 내재된 분노를 터뜨려내는 이야기. [슈퍼 영화 장면]

한편, 우연히 프랭크와 만난 ‘슈퍼히어로 마니아’ 리비(엘렌 페이지)는 그가 빨간 쫄쫄이를 입고 범죄자들을 찾아 떠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에게 ‘사이드킥(조수)’가 되겠다고 들러붙는다. 이렇게 ‘팀 업’을 하게 된 둘은 거리의 마약 잡법, 새치기하는 사람 등 천인공노할 악당(?)들을 처단하기 위해 쓰레기통 뒤에 숨어 시간을 보낸다.

'크림슨 볼트'의 사이드킥 '볼티'. 이 여자도 정상은 아닌 듯. [슈퍼 영화 장면]

평범한 사람이 영웅 행세를 한다는 설정은 사실 그리 독특하지도 않다. 하지만, 대체로 그런 영화들은 ‘평범한 사람’의 기준치를 조금 높게 잡아두는 편인 듯도 싶다. 영화 속 ‘크림슨 볼트(주인공 프랭크)’는, 일명 ‘악당 소굴’로 쳐들어가 한창 난동을 피우다가 총에 맞고 기겁해서 달아난다. 슈퍼히어로 페티시가 있는 리비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까불다가 총에 맞고 즉사한다.

범죄와 맞서싸워야 하는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하나? [슈퍼 영화 장면]

맞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도, 액션 영화도 아니다. ‘평범한’ 이라 포장됐지만, 사실은 애초부터 숭고하고 선량함을 지녔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찌질이 루저 피터 파커’라면서, 정작 배우는 꽃미남을 캐스팅하는 부류도 아니다. 이 작품은 정말 문자 그대로 평범한, 아니지, 무기력하고 배 나온 중년의 루저가 영웅이 되겠다고 치는 몸부림이 담긴 영화다. 그러니 통쾌한 액션 장면을 보고난 뒤의 후련함 보다는 찝찝하기까지 한 처절함이 오히려 더 길게 남는다.

 

■ 그래, 너도 히어로다

옛날하고도 아주 먼 옛날, 나이든 스님이 한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 스님은 길가에서 어떤 아이와 아버지를 마주치고,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아이가 얼마 후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할 운명이오”라 말했다. 깜짝 놀란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그 운명을 피해갈 수 있겠소?”라 물었고, 스님은 “밤나무 100그루를 심으면 무탈할 것이외다”라 답변했다.

얼마 뒤, 스님의 말대로 호랑이가 나타났다. 아이의 아버지는 호랑이에게 “밤나무 100그루를 심었으니 물러가라!”고 외쳤지만, 호랑이는 “한 그루가 말라죽었으니 99그루 뿐이다”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이와 아버지가 절망하고 있는 가운데, 옆에 있던 나무가 갑자기 “나도 밤나무다”라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호랑이는 얌전하게 물러갔고, 아이의 아버지는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며 그 나무에게 “그래, 너도 밤나무다”라 말했다. 이후 그 나무는 ‘너도밤나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종이 다르지만 생김새가 밤나무와 비슷한 ‘너도밤나무’의 이름에 얽힌 민간설화다. “아이 앰 그루트”도 아니고 “나도 밤나무다”라니, 기특하기 그지없다. 아마 아이 아버지에게는 자기 목숨보다 귀한 아이를 살려준 그 고마운 나무가 은인(은목?), 영웅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실제 코스튬 히어로 '피닉스 존스(가운데)'와 그의 동료 '레인시티 슈퍼히어로 무브먼트' 멤버들. [KEKB 캡쳐]

그런 특별한 나무가 아니고도, 지극히 평범한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는 영웅이 될 수 있다. 미국 몇몇 도시에는 코스튬을 입고 집단 폭행 범죄 등에 대항하기 위해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리얼라이프 히어로’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 마치 위에 소개한 ‘슈퍼’나 ‘킥애스’처럼 말이다. 

'묠니르'가 아닌 눈삽을 휘두르는 정의의 용사 폴라맨. 지금은 은퇴(이사 때문에)했다고 전해진다. [Finding True North 캡쳐]

이들처럼 위험한 범죄 소탕에 직접 나서진 않더라도,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들은 많다. 캐나다 이콸루이트의 리얼라이프 히어로 ‘폴라맨’은 노인 부축,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이 주요 임무라고 한다. 아, 이 얼마나 고결하고 선량한 임무인가! 고마워요! 폴라맨!

자칫 유모차가 도로로 굴러갔다면 크게 다치거나 생명이 위험했을지 모를 아찔한 순간. [동대문경찰서 제공]

또, 얼마 전 내리막으로 미끄러지는 유모차(아이가 탑승해 있었다고 한다)를 택배 차량으로 막아 선 택배 기사도 칭찬과 박수를 받을 만한 영웅이었으며, 아이의 부모에게는 슈퍼 히어로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아기를 살리기 위해 했던 행동인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는 이재황 씨. [동대문경찰서 제공]

이 ‘택배기사 히어로’ 이재황 씨(34)는 미끄러져 내려오는 유모차를 보고 순식간에 택배 차의 ‘타이어’로 충격을 완화했단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순간판단력이다. 이밖에도 사회 곳곳에는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평소의 배에 달하는 힘으로 사람을 구해내거나, 송곳같이 날카로운 판단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능력, 잠재력은 아마 우리 모두에게 내재돼 있을 것이다.

너도 히어로! 나도 히어로! 우리는 모두 슈퍼 영웅들이다! [publicdomainpicture / cc0 public domain]

그러니 우리 모두는 영웅이다. 망토를 두르지도, 바지 위에 팬티를 입지도 않았고, 하늘을 날거나 총알을 튕겨낼 수도 없지만 말이다. 너도 히어로냐고? 그래, 너나 나나, 에디터나 독자 여러분이나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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