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수사' 필요하지만, 강제권 없어 허탕 일쑤…영장 발부에도 ‘표현의 자유’ 내세워

[공감신문] 최근 경찰이 해외에 본사를 둔 SNS 업체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 수사 협조를 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수사는 국내에서 논란이 된 게시물의 SNS 계정 소유자를 찾기 위함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SNS 업체의 협조를 얻어내는 게 가장 신속하다.

최근 기숙사 몰카사건을 포함, 경찰이 해외 SNS 업체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 수사 협조를 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일, 학교폭력 상담 전화인 117로 경기 남부지역의 한 고등학교 여학생 기숙사를 불법 촬영한 영상물의 캡처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기숙사를 몰래 촬영한 영상 여러 개가 SNS인 텀블러에 올라왔고, 이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인터넷에 퍼진 것이다. 

경찰은 텀블러에 영상을 올린 계정 소유자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영어로 번역해 미국 텀블러 본사에 보내기로 했다.

해외 SNS 업체를 상대로 압수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국내에서 이뤄지는 수사와는 다르다. 국내처럼 물리적인 압수수색이 아닌 수사 협조 공문을 보내는 정도에 그친다. 해외는 우리 사법권할권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상 게시자의 신원을 특정해야 한다. 하지만 텀블러 측이 경찰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일지에 대해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만약 텀블러 측이 사용자 표현의 자유에 중점을 둔다면 수사 협조를 기대하기 힘들겠으나, 피해자가 다수의 여자 청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협조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내에서 논란이 된 SNS 사건을 고려하면, 해외 SNS 업체의 수사 협조 여부는 그때그때 다르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8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선 전해철 예비후보는 트위터 계정 ‘@08__hkkim’이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 계정의 소유자를 찾기 위해 미국 트위터 본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냈으나 수사 협조가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 

트위터 측은 “범죄의 성격을 고려할 때 (해당 계정 사용자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라고만 답했다. 여기서 범죄의 성격은 살인 등 강력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해당 국가에서도 처벌받는 범죄는 수사 협조를 끌어내기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정치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고 각국의 법률과 문화 등 처한 사정이 서로 달라 협조를 받기가 어렵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당시 경찰의 수사에 협조한 바 있다.

하지만 강력 범죄가 아니더라도 국가원수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내용일 경우, SNS 업체가 수사협조에 응했던 적도 있었다.

지난 2016년 1월, 페이스북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향한 욕설과 함께 “청와대를 공격하러 가자”면서 총기와 탄약 사진이 게시됐다. 

당시 경찰은 압수영장을 통해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 수사 협조를 구했으며, 곧바로 IP 주소를 넘겨받아 SNS 게시자를 검거했다.

그런가 하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한 사건에는 별다른 협조를 받지 못했다.

지난 2015년 12월 이천 ‘빗자루 교사 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 중 1명과 같은 실명의 트위터 계정으로 “저런 쓰잘데기도 없는 기간제 빡빡이 선생님을 때린 게 잘못이냐?”는 등의 글이 게재됐다.

경찰 수사에서 이 가해자는 글을 올린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확인 결과, 가해자의 PC와 휴대전화에서는 트위터 접속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제 3자가 글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당 계정 소유자를 찾기 위해 미국 트위터 본사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트위터 측은 이를 거절했다. 

최근 경찰이 해외에 본사를 둔 SNS 업체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 수사 협조를 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PEXELS/CC0 Creative Commons]

미국 등 해외 SNS업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라며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워 수사협조를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SNS 업체가 소재한 선진국 특성상, 명예훼손과 기타 유사한 사건에서는 수사 협조를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 “해외 SNS 업체에 사건과 관련한 계정 소유자 정보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사이버 수사 분야는 국경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범죄 성격에 따라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자체적으로 다양한 수사 기법을 개발 중인데, 이 과정에서 통신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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