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첫 사고 이후 60여명 사상, 고령운전자 중심으로 시동 껐다고 착각할 위험 높아져

편의 기능으로 개발된 자동차 스마트키가 미국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유발하고 있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자동차 문을 원격으로 열고 잠글 수 있는 ‘스마트키(Smartkey)’가 확산되면서 차량의 키 박스에서 열쇠를 돌려 빼는 절차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 편리한 스마트키가 도입되면서 미국 고령 운전자를 중심으로 시동을 끄는 것을 깜빡 잊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다. 특히 신형 차량은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크지 않아 차에서 내리면서 시동을 끈 것으로 착각할 위험도 커졌다. 

이로 인해 고령 운전자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집 안으로 연결된 차고에 차량을 넣는 일이 잦다. 이 경우 시동을 끄지 않아 차량에서 나온 무색, 무취, 무자극의 일산화탄소가 집안에 가득 차게 돼 뇌가 손상되거나 심할 경우 목숨을 잃는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었다. 

1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첫 사고 이후 올해까지 이런 사고로 28명이 숨지고 45명이 부상당했다. 이는 당국에 신고되거나 언론에 보도된 것만 집계한 통계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6년 첫 사고 이후 지금까지 스마트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28명이 숨지고 45명이 부상당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지난 2011년 1월, 세계 주요 자동차의 기술표준을 제시하는 자동차엔지니어소사이어티(Th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SAE)는 스마트키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 권고안을 제시했다. 

스마트키를 갖고 내린 상태에서 엔진이 계속 돌아가면 차량 밖에서도 듣거나 볼 수 있는 충분한 경고를 하거나, 시동이 자동적으로 꺼지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역시 이를 토대로 관련 연방 규정을 제정하려 했지만, 자동차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마트키의 이러한 문제는 자동차 업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일부는 SAE가 제시한 권장 기능을 능가한 기술을 채택했지만, 일부는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렉서스

스마트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렉서스를 포함한 일본 도요타자동차 모델에서 절반 가까이 발생했다. 

하지만 도요타 측은 “(자사의 스마트키 시스템은) 모든 연방 안전 기준을 충족하거나 초과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과실치사 소송 관련 증언에 따르면, 도요타 내에서는 차량 안팎의 경고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술진의 권고가 있었으나 회사 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 측과 달리 포드자동차는 차량 안에 스마트키가 없으면 30분 뒤 엔진을 자동적으로 끄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었다. 

자동차 업계는 스마트키를 사용하고 있는 구형 차량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데도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줄이기 위한 기술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었다. 

제너럴모터스가 교통안전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리콜 당시 엔진 자동꺼짐 장치를 장착하는데 드는 비용은 5달러에 불과했다. 

집안 차고의 차량에서 일산화탄소가 배출 돼 목숨을 잃거나 다치게 되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자동차 안전 연구단체인 ‘안전연구전략’ 설립자 숀 케인은 “우리는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상자를 계속 보게 될 것이고, 차량 제조업체는 계속 관련 소송 합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키는 원래 키박스에 열쇠를 꽂고 돌려서 시동을 거는 수고를 던 개발품으로, 차량 컴퓨터에 무선 신호를 보내 이를 소지한 상태에서 버튼을 눌려 시동을 건다. 

지난 1998면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특허출원 1년 만에 스마트키를 고급승용차 사양으로 처음 도입했으며, 미국시장에는 2002년에 상륙했다. 현재는 매년 미국시장에서 판매되는 차량 1700만대 중 절반 이상이 스마트키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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