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와 투옥, 재범으로 되풀이되는 처벌 위주의 정책, 끝없는 ‘악순환’ 낳아

[공감신문] 마약과의 전쟁은 공급차단과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약 중독자들은 치료를 받는 대신 벌을 받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다시 사회로 나와 재범을 저지르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있다.

그 사이에 한두 번의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로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길을 잃었다.

마약 전문가들은 이들을 다시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책임이 우리 사회 모두에게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2018 마약퇴치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회가 나서서 마약 정책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 고진경 기자

우리나라에서 마약은 철저한 범죄로 인식된다.

토론자들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범죄자 검거를 목적으로 실적을 내는 데 골몰해있으며, 법원은 마약 사범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치료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엄격한 형벌을 부과한다.

교정이나 보호기관은 마약 사범의 재범률이 높다는 이유로 가석방을 제한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구금과 형벌 위주의 수사·재판기관으로 인해 재사회화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치료 및 재활 역량이 부족한 교정·보호기관 탓에 재범이 반복되는 악순환 구조인 것이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 / 고진경 기자

의료계 전문가들은 마약을 비롯한 약물 중독을 치료 가능한 뇌 질환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마약 중독자에게 치료적으로 접근해 재범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에 따르면 마약을 할 경우 전두엽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난다. 전두엽이 망가지면 충동 억제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천 원장은 “마약 물질은 엄청난 양의 엔돌핀을 나오게 하기 때문에 한번 노출되면 다른 보상으로는 좀처럼 만족할 수 없게 된다”며 “일상이 계속 따분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다시 엔돌핀을 얻기 위해 마약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사만 봐도 마약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중독자들을 돕기 위해서는 처벌이 아니라 갈망을 해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실 법률사무소 진실 대변호사 / 고진경 기자

토론자들은 마약퇴치 정책을 공급자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진실 법률사무소 진실 대변호사는 마약투약 사범에 대해 불구속 수사 원칙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며 치료를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교정과 보호기관의 치료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수용자가 성실하게 임할 시 가석방해 치료 의지를 북돋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처벌보다 예방에 투자하는 정책이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검찰청,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연계하는 마약류 통제 위원회를 신설해 통합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2018 마약퇴치 정책토론회' 전경 / 고진경 기자

수년 전부터 마약 범죄 근절에 힘을 쏟아온 서영교 의원은 “마약류 퇴치의 핵심은 예방과 치료재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의원은 “수요가 없다면 마약밀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법 마약류의 공급 사범은 더 강력하게 처벌하고, 단순 사용 사범은 법적 강제력을 기초로 한 치료 및 재활을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UN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마약 정책 패러다임은 ‘사람 중심’이다.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가 아닌 사회적 약자이자 피해자로 보는 것이다.

치료와 재활 중심의 정책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마약 사범을 줄이는 효과를 낳으며 그 실효성을 입증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철저한 단속과 강력한 처벌에도 마약 사범 검거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만큼 그 원인을 고민하고 정책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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