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자 문제도 심각...법 보완하고 현장의 인식 개선되지 않으면 문제 해결할 수 없어

[공감신문] 정부와 각계는 극심해지는 미세먼지에 집중하며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애초 우리나라는 미세먼지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갈수록 농도가 짙어지고 건강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와 국민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나오면서 국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게 됐다.

미세먼지 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현안이 존재한다. 바로 스프레이건 공법을 이용한 페인트 도장 비산먼지다.

페인트 스프레이 도장 작업은 기본적으로 법이 지켜지지 않다는 점과 정부·당국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과 공감신문이 주최한 스프레이 페인트 발생 비산먼지,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 고진경 기자

공감신문은 이 문제를 취재하며 법규를 들여다보고 국회와 학계, 업계, 정부·당국 측의 입장을 고루 수렴했다. 그 결과 법 강화, 역학조사·건강영향평가·연구의 시행과 함께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건축 현장에서 페인트 도장 작업은 법으로 정하는 방진막과 같은 시설을 설치하면 논란이 될 게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조치마저 이뤄지지 않아,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이 거듭 반복되며 대기환경 오염과 주민 피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업계 관계자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공감신문이 만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도장을 시행하는 업체는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도장 업체들은 하도급 업체인데, ‘도장 작업을 맡긴 이’(발주자)가 비용에 방진시설 설치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시설 설치 등 법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더라도 법을 어겨서는 안되지만, 업계 관계자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갑에 위치한 아파트 자치 단체 등 발주자부터 비용을 이유로 방진시설 설치를 꺼리는 데 현장 작업자들이 무슨 수로 법을 지키겠는가.

여기에 작업 현장이 법 위반으로 적발될 경우 발주자는 ‘나 몰라라’하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다. 결국 하도급 업체와 작업자만 책임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페인트 도장 작업의 피해. 화단의 식물이 온통 페인트로 물들어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의 원인으로는 정부·당국의 관리 소홀, 발주자·하도급 업체·작업자의 인식이 주요 문제로 꼽힌다.

먼저 환경부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곳곳에서 개선할 부분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제43조에 따르면 건축현장에서 페인트 스프레이 도장 작업은 비산먼지 배출사업이다. 따라서 작업 시에는 비산먼지를 억제 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법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단속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고 지자체는 인력이 부족하다고만 호소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대기환경보전법 제43조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일부는 해당 조항이 사문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심지어 기존 건물에 재도장을 하는 경우는 비산먼지 배출 사업에 포함되지도 않아서 사각지대로 남겨져 있는 실정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입법적 불비(不備)라고 지적하며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하는데,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만 말할 뿐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비산먼지 배출사업에 건물 재도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입법적 불비(不備)라고 지적했다. / 박진종 기자

사실, 페인트 스프레이 비산먼지는 발주자와 업체·작업자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다. 이들은 대기환경이나 건강보다는 오직 비용과 시간에만 집중한다.

그동안 페인트 비산먼지를 날려 왔으니, 앞으로도 괜찮다는 식의 생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지금이 새마을 운동을 벌이던 시절도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건강권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이같은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국회와 정부는 서둘러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우선, 무법지대인 재도장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넣어야 한다. 같은 방식의 페인트 스프레이 도장 작업인데,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발주자까지 법 위반에 따른 처벌 대상으로 포함시켜 근본적으로 법이 지켜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발주자·하도급 업체·작업자에 대한 인식 제고 방안 등 교육도 서둘러 마련하고 시행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역학조사·건강영향평가·연구도 시행돼야 한다.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미룬다면, “요즘 페인트는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와 정부는 위험 가능성이 예측되는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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