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 수뇌부, ‘주한미군 가족 대피안' 대신 '가족동반 금지' 타협안으로 축소...실행은 불발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전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준비를 명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신문]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몇 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보 수뇌부에게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준비를 명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위기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 명령은 ‘주한미군 가족동반 금지’라는 타협안으로 축소됐으며, 이내 취소돼 사실상 실행되지는 않았다. 

15일(현지시간) CNN은 전‧현직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일일 정보 브리핑에서 8000여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준비를 명령했다. 

이 명령으로 맥매스터를 포함해 최고 안보 수뇌부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북한이 이번 조치를 미국이 자국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미국 안보 수뇌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남북한의 외교적 무대의 서막으로 여겨진 평창 올림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까지 우려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명령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변경 불가능한) 기정사실로 봤다”고 설명했다. 

맥매스터 당시 보좌관은 부하직원들에게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를 명령하는 대통령 각서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하루 만에 만들어진 각서는 존 켈리 비서실장에게 전달됐다.  

아울러 전쟁을 우려한 맥매스터 당시 보좌관과 존 켈리 비서실장은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안을 취소하는 대신, 향후 주한미군 가족동반을 금지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만들었다. 이 타협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끌어냈지만, 다행히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다.

미국 안보 수뇌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명령으로 남북한의 외교적 무대의 서막으로 여겨진 평창 올림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까지 우려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명령에 대해 “나오게 된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당시 그와 그의 참모들은 북한에 대해 ‘코피전략(Bloody Nose Strike)’이라는 예방타격을 가하는 방안을 숙고했다”고 해석했다.

코피전략은 미국 내 대북 정책을 논의하면서 등장한 용어로,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긴장이 궁극적으로 레토릭(rhetoric‧수사법) 차원을 넘어 고조될 수 있다고 믿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도발적 조치에서 지금의 정상외교로의 급격한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취했던 냉‧온탕 식의 접근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전면적으로 이행됐다면, 북한과의 긴장을 끌어올려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다가서게 할 수 있었던 ‘도발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 이 같은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간주했다는 가장 명확한 표시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