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법 유예대상 포함하고, 식용견 허용하라" vs "이제는 개고기 금지해라"

[공감신문] 1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평소보다 더욱 시끄러웠다. ‘농촌의 축제가 여의도에서 열렸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꽹과리 소리와 북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느 단체가 상경해 시위나 집회를 하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범상치 않은 소리에 발걸음은 자연스레 소리의 근원지로 향하게 됐다.

가축분뇨법 개정안 시위에 참석한 개 사육 농민이 신원 미상의 남성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 / 박진종 기자

도착한 현장은 예상대로 시위가 진행 중이었다. 대한육견협회 등 개 사육 농민들이 모여 가축분뇨법 개정안의 위헌 인용과 식용견 사육 허용을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에 참석한 인원을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려웠지만, 꽤 많은 경찰력이 모였다는 점에서 시위의 강도나 농민의 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열변을 토하는 농민들의 발언을 듣던 가운데, 한편에 경찰에게 둘러싸여 있는 인원들을 발견했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던 중 피켓이 눈에 들어왔다.

개 사육 농민들에 맞서 시위를 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 박진종 기자

피켓에는 ‘불법 개 농장 폐쇄하라’. ‘개고기가 아니라 개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고, 그 아래에는 각 동물단체의 명칭이 쓰여 있었다. 식용견 사육을 허용하라는 농민에 맞서 동물보호단체 등이 맞불 집회를 벌이고 있던 것이다.

성난 농민들은 동물단체에 거듭 접근하려했고, 경찰은 이를 제지했다. 일부 농민은 동물단체 관계자의 실명을 부르짖으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자 단체 측에서도 농민에 맞서는 욕설이 나오는 등 혼잡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일촉즉발, 외줄타기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몇몇 농민의 행동으로 현장 분위가 격화되기 시작했다. 한 개 사육 농민은 경찰을 뚫고 동물단체 측에 다가가려 했지만 저지당하며 넘어지게 됐다.

동물단체 측에 접근하려다 넘어져 119 구급대원에게 진료를 받는 농민 / 박진종 기자

넘어진 농민이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자 결국 119 구급대원이 출동하게 됐다.

다른 농민은 경찰이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을 동물단체 측에 던졌고, 현행범으로 연행되기도 했다. 농민으로 보이는 어떤 남성은 “동물단체 물러가라”라고 소리치며 거듭 울부짖었다.

사태를 정리하던 경찰은 이대로는 문제가 생기겠다고 판단했는지 결국 동물단체에 집회 중지를 권고하고 해산시켰다.

현장에는 개사육 농민들만 남게 됐지만 그들의 분노는 오히려 더욱 커졌다. 경찰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시위 장소에 가득 찼다.

개 사육 농민으로 보이는 남성이 "동물단체 물러가라!"를 외치며 울부짖고 있다. / 박진종 기자

개 사육 농민의 분노의 원인인 가축분뇨법 개정안은 무허가로 운영되는 대형 축사에 대한 분뇨처리시설의 설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애초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3월 2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국회가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한 분뇨처리시설 이행계획서 제출기간을 9월 24일, 6개월 늘리며 시행이 미뤄졌다. 그러나 개 사육 농가는 유예대상에서 제외됐고,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됐다.

농민들은 식용견 사육을 허용하고 가축분뇨법 유예대상에 자신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동물보호단체의 ‘동물권 보호’가 추가됐다. 당분간 개 사육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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