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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교양공감] 그 순간의 단어-여러 가지 상황을 설명하는 외국어 낱말들

[공감신문 교양공감] 날이 아주 좋았던 얼마 전의 한 오후, 살갗을 달구는 태양을 피해 여의도 공원 한쪽 구석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

잠시 그러고 있자니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조각조각 비쳐 몸 위에 빛과 그림자의 그물을 수놓았고, 그걸 일본어로 ‘코모레비(木漏れ日)’라고 부른다더라는 내용의 교양공감 포스트를 끄적였던 것이 기억났다.

나무 틈으로 비치는 햇빛, 코모레비의 모양. 바람이 불면 저 빛과 그림자들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photo by halfrain on flickr]

나무(木) 틈(漏)으로 비치는 햇빛(日)이라니, 꽤나 구체적인 모양새를 표현하는 단어 아닌가. 그게 제법 재밌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만약 이런 단어들이 있다면, ‘일렁이는 개천의 수면이 햇빛을 받아 반사되면서 만들어내는 무늬’, ‘새벽녘 달빛이 창문에 서서히 스며드는 모양’, 아니면 ‘집에 가고는 싶지만 집에 가서 딱히 할 게 없을 때의 기분’ 등을 표현하는 단어도 분명 전 세계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언어들이 존재한다. 그 무수한 언어들 중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하지만 아름답게 써먹어볼 수 있는 표현들도 있다. [Photo by Bruno Martins on Unsplash]

지구 위엔 70억 인구가 살아가고 있고, 그들이 살고 있는 땅, 문화권 등에 따라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심지어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별 ‘방언’이 존재하는지라 누군가는 “맞나 안 맞나?” 하고, 다른 누군가는 같은 상황에서 “기여 아니여?(그냐 안 그냐?)”라 말한다.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우리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외국어 단어들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하지만 학창시절 ‘영단어 암기’같이 재미없고 딱딱하진 않을 거라 확신한다. 왜냐면, 오늘 우리가 배워볼 이 짤막한 외국어들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무언가의 모양, 또는 상황, 감정’ 등을 설명하는 단어들이니까.

오늘 알아볼 여러 단어들은 참, 감성적인 측면을 많이 지닌 것 같다. 말이 곧 시가 되는 느낌이랄까? 가령 페르시아어 중에는 “누군가를 처음 만난 순간에 반짝이는 눈빛”을 지칭하는 명사가 있다고 한다. 어떤가, 호기심이 솟구치진 않으신가? 여러분을 애태우고 싶은 그런 짓궂은 마음으로, 그 페르시아어 명사 단어를 포스트 맨 밑에 소개해드리도록 하겠다.


■ 익트수아르포크(IKTSUARPOK)

이누이트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지 않을까 마음이 들뜰 때, 그런 때에 이누이트들은 문 밖을 서성거렸는가보다. ‘익트수아르포크’라는, 우리가 읽기엔 다소 투박한 듯한 이 단어는 ‘누군가 올 것 같아 괜히 문밖을 서성이는 행동’을 의미한단다.

우리, '감사한 댓글이 달렸나 안 달렸나' 하면서 엄청 자주 들락거린다. [Photo by Daria Nepriakhina on Unsplash]

이건 우리 교양공감팀도 늘 하는 짓이다. 여러분이 찾아와 우리의 포스트를 즐겁게 감상해주시길 바라면서, 항상 익트수아르포크를 하고 있다.


■ 심퍼티쿠시(SZIMPATIKUS)

헝가리어

살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는 첫 인상, 처음의 말 한마디에 “이 사람 참 괜찮다”는 직감이 들 때가 있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아끼는 누군가를 떠올려보자. 그 사람을 처음으로 마주쳤을 대, 어떠셨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자. [Photo by rawpixel on Unsplash]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한테나 그런 것 아니냐고? 물론 아니다. 사람의 외모나 복장 등 겉모습에 대한 취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직감’적으로 알아차리는 것. 그것을 헝가리에서는 ‘심퍼티쿠시’라고 부른단다.


■ 베바라사나(VEVARASANA)

나미비아, 보츠와나 헤레로어

헤레로어에는 ‘어디에 있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가 있다. ‘베바라사나’라는 말이다. 이 말은 원래 ‘그들은 서로 존경한다’라는 뜻의 동사였으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통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살다가 종종 마음의 거리가 참 가까웠던 사람을 멀리로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들을 맞닥뜨린다. 학창시절, 뭐든 함께 공유했던 같은 반 단짝 친구를 떠나보내면서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야~”라 노래를 불러본 적도 아마 많이들 있으실 거다.

눈에서 아무리 멀어져도, 마음의 거리는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다. [Photo by Berkeley Communications on Unsplash]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예를들어 힘든 서울살이를 하는 자취생들은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있지만, 그 분들이 우리의 무사와 안녕을 기도하며 그리워하고 계실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고향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멀리에 있건, 함께 있지 않아도 늘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


■ 드바(DEBA)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 라마홀롯어

인도네시아의 한 섬에서 사용하는 언어 중에는 ‘손의 감각에만 의지해 무언가를 더듬어 찾는 행동’을 뜻하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라마홀롯어’라는 생소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 마을에는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밤이 어둑해지면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어두운 밤이면 손을 더듬더듬, 이리저리 만지면서 물건을 찾아야 한단다. 바로 그 행동을 ‘드바’라고 부른다.

어두워지면 손의 감각만으로 더듬으며 물건을 찾는 것을 라마홀롯어로 '드바'라고 부른다. [Photo by Marten Newhall on Unsplash]

삶이 그리 백주대낮처럼 명명백백하진 않다. 대관절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들도 있고, 자욱한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도 우리는 주저앉아버리지 않는다. 어둠 속으로 손을 내밀고, 이것저것을 더듬으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고야 만다. 칠흑 속에 덩그러니 남아있어도, 우리는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드바’라는 수단이 있으니까, 손을 내밀어 더듬다 보면 빛을 밝혀줄 무언가를 찾아낼 것이 틀림없으니까.


■ 마밀라피나타파이(Mamihlapinatapai)

칠레 남부 야간(Yaghan)족 원주민어

이 단어의 뜻을 해석하자면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이면서도 자신은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자원하여 해 주기를 바라는,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하면서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타국어로 번역하기 난감한 단어’로 1993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는 단어. 그러나 이 단어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진 뒤, 한 ‘인터넷 현자’ 분이 아주 명쾌하게 마밀라피나타파이를 한국어 문장으로 번역했다. 그게 뭐냐고? ‘대학교 조별과제’란다.

마밀라피나타파이… 대충 이런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giphy 캡쳐]

사실 우리는 살면서 이 ‘마밀라피나타파이’의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를테면, 부장님이 “이번 주말에 업무 지원할 인원이 꼭 필요한데 말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박 대리와 김 대리 사이에 오가는 것을 마밀라피나타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라즐리우비트(RAZLIUBIT)

러시아어

달콤한 꿈을 꾸다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을 때. 눈앞에 사랑하는 이가 아직도 생생하건만, 그게 꿈이었다는 것을 직감하는 순간의 기분은 어떠신지? 눈을 뜨고,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그 ‘로딩’의 시간 동안 달콤쌉싸름한 감정이 드는 것. 그것을 러시아에서는 ‘라즐리우비트’라고 부른단다.

꿈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눈을 감아봐도 보통은 부질없는 짓… [Photo by Kinga Cichewicz on Unsplash]

바로 그 ‘라즐리우비트’의 순간, 우리는 종종 떴던 눈을 다시 질끈 감곤 한다. 마치 그렇게 하면 ‘일시정지’ 상태의 꿈을 계속 이어서 꿀 수 있을 것이라는 듯이.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잠이 다 달아나버려 꿈을 ‘마저’ 꿀 수 없는 경우도 있다.


■ 히라이스(HIRAETH)

웨일스어

더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을 웨일스에서는 ‘히라이스’라고 부른단다. 이 ‘히라이스’를 느끼고 계시는 분들은 아마 우리 주변에도 꽤 많을 것이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님들 중에는 멀고도 가까운 저 북쪽의 꽃 피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실 게다.

오늘 소개해드린 아름다운 말들 중에는 사라져가는 것들도 있다. [Photo by Lisa Fotios on Unsplash]

완벽하게 번역되진 않겠지만, 우리나라 말로 설명하자면 ‘향수’가 이 ‘히라이스’를 대체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참고로 웨일스어는 현재 영어의 영향으로 인해 차츰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만약, 먼 훗날 안타깝게도 웨일스어가 사라져버리게 된다면, 누가 웨일스어에 대한 히라이스를 느낄 수 있을까.


■ 외국어로 옮기기 ‘애매한’ 우리나라 말

“그 사람 참 잔정이 많은 사람이야”, “정들만 하니 떠나네, 아쉽다”, “너 진짜 정 떨어진다”, “사랑이 아니라 정 때문에 같이 사는 거지” 등.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나 ‘정’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한 초코과자 회사는 ‘情’이라고도 표현하던데, 사실 이 한자는 ‘뜻’을 의미한다고. 위의 예시에 ‘정’ 대신 ‘뜻’을 넣어보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정, 참 무어라 명확하게 설명하기 애매하다. [Photo by Ryan Franco on Unsplash]

그렇다면 우리는 이 ‘정’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사랑이나 우정이라기엔 다소 애매하다. 싫은 사람에게 ‘미운 정’이 들었다고 말하곤 하니까. 그렇다고 ‘지속적으로 쌓인 관계에 대한 애착’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 모르는 누군가가 황급히 달려오는 우리를 보고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눌러주는 것 역시 ‘잔정이 많다’고 표현하니까.

교양공감팀과 함께, 외국인들에게 ‘정’을 무어라 설명하면 좋을지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 우리와 만난 여러분의 눈빛이 티암(TIÁM)이길

페르시아어

누군가가 여러분을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인다면 참 행복할 것이다. [Photo by Alex Perez on Unsplash]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반짝이는 눈빛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티암(TIÁM)’.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버리는 그 순간의 눈빛도 ‘티암’이랄 수 있겠고, 유기동물을 보고 “아, 얘는 내가 키워야만 하는 아이다”라 느꼈을 때 반짝이던 여러분의 눈빛도 ‘티암’이랄 수 있겠다. 공감신문 사무실에는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에 버려진 채 ‘티암’을 보내던 고양이가 들어오게 됐다.

누군가를 처음으로 마주쳤을 때, 어째서 눈이 반짝이게 되는 걸까?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혹은 앞서 소개한 ‘심퍼티쿠시’처럼, 직감적으로 마음이 가는 사람이라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요즘은 간식 먹고싶을 때만 '티암'을 보내는 까치.

짧은 찰나의 순간, 누군가를 티암으로 바라본다면 그 사람은 깊은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이 ‘베바라사나’, 서로를 이해한다면 둘은 서로에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의 사이처럼. 그러고 나면 어느 순간에는, 상대가 문득 찾아오지 않을까 하면서 익트수아르포크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교양공감팀과 처음 마주친 여러분의 눈빛도 반짝반짝, 특별한 사람을 마주쳤을 때처럼 빛이 나셨길 바란다. 여러분의 TIÁM에 또다시 힘을 내고, 보다 반갑고 즐거운 글을 보여드리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


-참고서적

사라질 것 같은 세계의 말-시드페이퍼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시공사

    교양공감팀 | pjs@go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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