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두 사람 생각 같은지 의문”… 외교 전문가 “불필요한 혼선·논란 유발할 가능성 있어”

[공감신문]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북한의 비핵화 방식으로 꼽혔던 ‘리비아 모델’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미국 안보보좌관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과 관련해 카다피 정권을 전복했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췄으며, 볼턴은 2003년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방식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17일(현지시간) WP는 보도를 통해 “리비아 모델이 실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생각이 과연 같은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며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초토화했다(decimated). 카다피를 지키는 합의가 없었다. 우리는 가서 그를 학살했다”면서 “만약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리비아) 모델이 발생할 것이지만, 합의한다면 김정은은 매우 매우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핵화를 협상 중인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지만, 불발 시 얼마든지 시행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존 볼턴 미국 안보보좌관

리비아 모델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미국과 서방이 침공해 리비아를 초토화하고 카다피 정권을 전복했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볼턴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폐기하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언급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 모델이 정권교체를 포함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시사하지는 않았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29일(현지시간) 볼턴 보좌관은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수주간 북한이 먼저 핵 폐기 절차를 완료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강조했다. 미국이 혜택을 제공하기 전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폐기해야 한다는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인터뷰 등을 분석해보면, 리비아 모델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안전보장’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볼턴 보좌관은 ‘비핵화 방법론’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외교 전문가들은 같은 ‘리비아 모델’을 놓고 대통령과 외교안보참모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의견 불일치가 북미간의 협상에 불필요한 혼선과 논란을 유발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조시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은 “주요한 협상의 목표를 놓고 대통령이 국가안보참모와 공개적으로 이견을 노출한다면, 이는 우리 우방과 동맹을 혼란스럽게 하고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핵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이 의미하는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혼란을 야기하고, 북한에 은근한 협박을 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을 안심시키려는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훼손한 것”고 말했다.

미 군축센터 킹스턴 라이프는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에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고, 북한 내 강경파들에게 ‘핵무기 감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며 “정상회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