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내 북미정상회담 회의론 커져...볼턴 NSC 보좌관 “회담 잘 될거라 믿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19일 밤(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관련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하는 통화를 이어갔다.

[공감신문] 다음 달 12일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북한 측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하고,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한미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19일 밤(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30분가량의 통화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북한의 강경 돌변에 대해 한국에 조언을 구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 두 사람이 전화통화한 사실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통화는 ‘북한의 비핵화 합의 도출에 진지하지 않다’는 우려가 백악관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라며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 준비 계획이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백악관 내에서는 북한의 태도 돌변을 두고 북한에 대한 불신이 되살아나고 있는 상태다. 

관계자들은 회담의 성과와 관련해 회의론에 점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미 정상의 통화는 최근 상황변화에 대응하려는 통화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주변에서는 회담과 관련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심야 통화’는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전념하고 있으며, 계획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북미정상회담 실행계획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선발대가 이미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모델과 관련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 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주장해온 리비아 모델과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체제보장’, ‘경제적 보장’을 거듭 약속하며 ‘북한 달래기’에 직접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자신이 정말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이해시킴으로써 북한과의 ‘쇼’가 계속 진행돼 나가길 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두 번째 중국 방문 이후 태도가 바뀐 것 같다”라며 그 배후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배후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김 위원장의 1차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 석상에서 감정이 상해 화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사전에 미국 측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

백악관 집무동인 ‘웨스트윙’ 참모들에 따르면, 결국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서한을 전달하며 진화에 나섰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돌연 ZTE(중싱·中興 통신)에 대한 제재완화를 시사하고 나섰던 것도 북한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막강한 '입김'을 감안, 대북 압박 공조 노선에서 중국을 붙들어 매기 위한 차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최근 태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묘사했던 것에서 꽤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며 "(태도를 돌변한 것이) 북한의 오래된 각본 같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주변에서는 회담과 관련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볼턴 보좌관은 주변 동료들에게 “회담이 잘 추진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발언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WP를 통해 북한이 이미 ‘판문점 합의’를 일부 파기했으며 약속했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정상의 ‘평화회담’이 희열감을 가져다준 뒤 현실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북한이 더는 비핵화를 원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면서 “더 많은 조율이 필요하나 시간이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의제를 정하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마무리를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북한의 의도는 회담 전에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거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트럼프 탓으로 돌릴 명분을 축적해놓거나, 아니면 회담에서 완전히 발을 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P는 외교정책 및 핵 안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려는 것이 아닌, 핵보유국 지도자로서 세계무대에서 위상을 굳히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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