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취재진 핵실험장 폐기행사 참석 위해 中베이징 도착...北은 명단 수령 거부 중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

[공감신문] 21일 우리 측 취재진들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가운데, 북한이 우리 기자단 명단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판문점 연락사무소 통화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에 참석할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을 통보했는데, 북측이 아직까지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에 따르면 우리 측은 이날 오전 9시 판문점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에서 기자단 명단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북측 연락관은 내려온 지침이 없다며 명단을 접수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통지문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앞으로 상황을 예단하기 힘들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가 차질 없이 예정대로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취재할 한국 취재진이 21일 북한이 지정한 5개국 취재진의 집결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 주중 북한대사관 주소를 확인하고 있다

백 대변인은 북측이 외신 기자 1명당 비자발급 비용을 1만달러로 책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지난 12일 북한 외무성은 공보에서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의식을 오는 23일부터 25일 사이에 일기조건을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며 “핵실험장 폐기는 장내 모든 갱도를 폭발하는 방법으로 붕락하고 입구를 완전히 폐쇄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핵실험장 폐기를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국내 언론기관과 국제기자단의 현지 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며 “핵실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해 국제 기자단은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남조선 기자들로 한정한다”고 설명했다.

외무성은 또 “핵실험장이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특별 전용열차에서 숙식하도록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며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핵실험장 폐기 상황을 현지에서 취재한 후 기자센터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할 것”이라고 공보했다.

이에 이날 오전 우리 측은 행사 취재를 위한 기자단을 파견 중국 베이징에 파견했지만, 현재까지 북한은 우리 기자단 명단을 수령하지 않고 있다.

파견 예정인 기자단은 총 8명으로 오전에 출발한 기자는 4명이다. 이들은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대사관에 방북 비자를 신청한 후 22일 나머지 국가 기자들과 함께 북한이 마련한 항공기를 타고 방북한다. 남은 기자 4명은 이날 오후 베이징으로 향한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위성사진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이 쏠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두고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엇갈리고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폐기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기 사찰 전문가를 초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쇼'를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당초 북한은 오는 23~25일 갱도 폭파 방식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며 전문가와 기자를 초청하겠다고 밝혔다가 이후 전문가를 빼고 기자만 명시적으로 초청한 상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핵·비확산 전문가인 톰 플랜트는 "북한 핵실험장 폐기는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다른 곳에 쉽게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하며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가 불가역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원로 핵물리학자인 웨이스제는 "풍계리 핵실험장은 매우 낡고 이미 사용하기 어려운 곳이다. 핵실험장 폐쇄는 북한이 시간을 벌기 위한 계략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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