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기보다 악용되고 오작동하고 있어”

여성가족부가 낙태죄 폐지 혹은 규제 완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공감신문] 23일 여성가족부가 헌법재판소에 현행 낙태죄 조항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행법상 낙태죄 조항은 2가지로 ▲형법 269조 1항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형법 270조 1항 ‘의사‧한의사‧조산자 등이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여가부는 이런 형법이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낙태 시술이 불법적‧음성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이런 시술이 여성의 기본권 중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현행 낙태죄 조항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여가부는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여가부는 “헌법과 국제규약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은 기본권으로서 보장돼야 한다.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이 규정하는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이러한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한 수단인지, 법익의 균형을 넘어 여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여가부는 낙태죄가 의도한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기보다는 악용되고 오작동하고 있다며, 진정한 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낙태죄가 목적 달성에 적정한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여성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국가의 일방적인 생명보호 의무를 다하면서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예외 없이 여성을 처벌하는 방법 외에도 의료법상의 규제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에 낙태에 대해 예외 사유를 두지 않는 전면적 금지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한민국 형법과는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들은 임신중절을 더 폭넓게 허용하고 임부의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절차를 마련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수단을 택하고 있었다. 

여가부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강간, 근친상간, 임산부의 생명·건강에 위협, 심각한 태아 손상의 경우에는 낙태를 합법화하고 다른 경우에도 낙태를 비범죄화하며 낙태를 한 여성에 대한 처벌 조치를 없애도록 요청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현행 형법이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낙태 시술이 불법적·음성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여가부는 이러한 사유들로 헌재에 적절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의견서는 낙태죄 헌법소원 심판청구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오는 24일 헌재는 의사 A씨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의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A씨는 “태아는 모(母)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권 주체가 될 수 없고, 여성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공개변론에서는 태아에게 생명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여성의 신체 자유를 침해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9명의 헌법재판관 중 6명이 낙태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낙태죄 폐지 혹은 규제 완화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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