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서구권과 달리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다. 국내 연구진은 그 원인이 ‘유전자 차이’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암 중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종이다.

하지만 같은 유방암이라도 아시아와 서구의 발생 양상은 다른 점이 있다. 서구에서는 폐경 후 유방암이 85%에 달하지만, 아시아는 폐경 전 유방암이 절반 정도에 이르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발병할 경우, 병의 생물학적 동태는 매우 공격적이다. 또 암의 진행 속도가 빨라 각종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예후도 나쁘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유방암 환자 187명의 암 조직 유전체를 분석한 뒤, 국제 암유전체컨소시엄 데이터(TCGA)와 비교했다. 연구에 참여한 국내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39.3세로 국제 컨소시엄의 58.3세보다 훨씬 젊었다.

그 결과, 서구와 다른 분자생물학적 특징으로 인해 유방암 발생 양상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국내 유방암 환자들이 ‘여성호르몬/성장호르몬 수용체 양성(ER+/HER2+)’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에서 확인된 해당 유형 환자의 비율은 국내가 16.1%로, 국제 컨소시엄의 5.4%보다 3배나 높았다.

‘루미날 비(luminal B)’형에 해당하는 비율도 국내가 39.2%로 국제 컨소시엄의 33.2%보다 높았다. 루마날 비는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는 상태에서 암의 활성도가 높거나 성장호르몬 수용제가 있는 경우로 치료가 쉽지 않다.

‘루미날 에이(luminal A)’형의 비율은 서구 여성이 43.7%로 국내 여성의 23.8%보다 크게 웃돌았다. 루미날 에이는 여성호르몬 수용체는 있으나 암의 활성도가 낮은 경우로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다고 알려졌다.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BRCA 유전자의 변이율은 국내 환자 10.8%, 서구 환자 4.7%로 2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다른 암 관련 유전자인 TP53 역시 국내 환자가 47.9%로 서구 환자 32%보다 더 많았다.

삼성암병원 박연희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한국 여성의 유방암이 서구와 차별화되는 고유한 생물학적 동태를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향후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삼성암병원 남석진(유방외과)·박연희(혈액종양내과) 교수, 박웅양 삼성유전체연구소 소장,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의 정얀 칸(Zhengyan Kan) 박사가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