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책임공방 가열, 개헌안 대립국면 심화 전망...정세균 "안타깝지만 개헌 불씨는 살려야"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공감신문] 24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발의 헌법개헌안’ 투표가 의결정족수 부족을 이유로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처리되지 않은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첫 사례다.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 표결을 공고 후 6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표결 후 60일이 되는 마지막 날이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 개헌안은 더이상 표결을 할 수 없는 이유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본회의에 상정된 개헌안의 표결이 이뤄지려면 국회 재적의원 288명 중 의결정족수인 192명이 참여해야 하는데, 정작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114명이다.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를 넘지 못하는 상황은 이전부터 예견됐다. 개헌안이 상정되기 전부터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 등 야당이 격렬하게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개헌안 투표에 참여한 의원들 역시, 거의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의원은 민중당 김종훈 의원과 무소속 손금주 의원뿐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투표 불성립을 선언한 뒤 "국회는 헌법 130조 2항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째 되는 오늘 본회의를 열어 의결을 진행했다. 하지만 명패 수를 확인한 결과 참여의원 숫자가 의결정족수인 재적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법적으로 투표 불성립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앞으로 개헌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개헌안이 국회를 넘지 못한 공식적인 원인은 ‘의결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이지만, 더욱 깊게 따져보면 야당의 반대에 의한 ‘부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헌법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대통령 (개헌) 발의안에 대한 의결 의무를 저버린 야당들은 낡은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도 없이 당리당략에 따르는 호헌세력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은 헌법에 정한 오늘 본회의 표결에 응하지 않았다"며 "개개인이 헌법기관 자체인 국회의원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자기모순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야당은 개헌안 표결 무산의 책임이 야당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여당에 있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야4당이 모두 대통령 개헌안의 철회를 요청하고 부결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대통령 개헌안의 본회의 표결을 강행했다. 대통령 개헌안 표결 처리쇼는 민주당의 야4당과의 협치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 개헌안의 통과를 시도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위한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평화당 조배숙 대표 역시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대통령 개헌안 표결을 강행하는 것 자체가 야당을 반개헌 세력으로 낙인찍기 위한 야비한 시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야가 개헌안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개헌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정세균 국회의장 / 고진경 기자

정 의장은 “30여 년 만에 추진된 개헌이 투표 불성립이란 결과로 이어지게 된 점 대단히 아쉽고 안타깝다”면서도 “개헌 추진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가 여야 합의로 개정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제 개헌과 관련해 남은 절차는 정 의장의 발언대로 국회 합의만 남았다. 그러나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야가 개헌안을 쉽게 합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민주당원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안 등으로 대립이 심화한 상황이라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개헌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합의는 멀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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