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지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자, 곧바로 북한이 북미회담을 원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25일 김계상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는 변함없다”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외무상은 “한가지씩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과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다시금 밝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십년에 걸친 적대와 불신관계를 청산하고 조미관계(북미관계) 개선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진지한 모색과 노력은 한결같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며 “(북미회담 취소 발표는)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선언이 발표된 직후 이같은 담화를 전한 것으로 보아 북측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담화는 북한이 최근까지 보인 이해하기 힘든 태도와 배치된다.  

최근 북한은 북미회담 장소·일시가 정해진 뒤부터 한국과 미국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한미훈련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혀놓고 정례적인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비판하며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를 일방통보하기도 했다.

북한은 펜스 부통령을 ‘얼뜨기’로 표현하고 미국의 태도에 따라 ‘핵 대결’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전형적인 ‘벼랑끝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면 나는 조미수뇌회담 재고려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볼지 핵 대결장에서 만날지는 미국의 처신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펜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북조선이 리비아 전철을 밟는다,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 없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이야기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미국 부통령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핵보유국인 우리를 고작 얼마 되지 않는 설비를 차리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게 한다”며 “우리는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갑작스럽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를 선언한 것은 북한의 위협발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명백히 명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에서 “나는 당신(김 위원장)과 함께 그곳에 있기를 매우 고대했지만, 애석하게도 당신들의 가장 최근 발언에는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이 포함됐다”며 “지금 시점에서 오랜 기간 계획된 이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보유하고 있는 핵 능력에 관해 거론하고 있는데, 우리가 가진 핵이 더 막강하기에 절대로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드린다”며 “북한은 영속적인 평화와 큰 번영을 위한 위대한 기회를 잃어버렸다. 역사상 가장 슬픈 순간”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핵단추’ 공방을 나눈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우리의 핵이 더 막강하다’고 강조한 것은 김 위원장에게 ‘핵’을 운운하는 벼랑끝전술을 구사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