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무리에는 지도자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무리생활을 하는 짐승들은 저마다 우두머리가 있고, 무리의 일원들은 우두머리를 따른다. 흔히 우리는 우두머리에게 막강한 권력과 권한이 있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사실 야생의 세계에서 한 무리를 이끄는 개체에게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따른다.

늑대를 예로 들어보자. 늑대 무리를 ‘울프 팩(Wolf Pack)’이라 부르는데, 울프 팩을 이끄는 대장 늑대(보통 암수 부부 한 쌍이 우두머리를 맡는다)는 사냥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고, 정찰에도 선봉으로 나서며, 가족을 잃은 어린 개체를 보호한다.

늑대 무리건, 인간이건 어떤 우두머리의 어떤 지도를 따르냐에 따라 당장의 식사는 물론이고 미래까지도 뒤바뀔 수 있다. [wikimedia 캡쳐]

비단 야생 짐승들의 모습만이 아니다. 인간 역시 가족, 지역사회, 직장 등 온갖 무리를 지으며 살아가고, 그 무리에는 늘 우두머리격인 이가 존재한다. 이 우두머리들은 가장(家長), 시장(市長), 대표(代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다른 무리로부터의 위협을 이겨내거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무리 일원들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 숱한 중압감과 책임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게이머 모두가 제각각 '대장놀음'에 빠져 패배하고 마는 경우도 충분히 있겠다… [오버워치 게임 스틸컷 이미지]

가상의 세계에도 리더는 존재한다. ‘이야기’를 중시하는 비디오 게임에는 흔히 온갖 인간 군상을 닮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들 중에는 특별히 더 눈여겨 보이는 ‘지도자’들도 있다. 플레이어들은 이 지도자 캐릭터들이 ‘어떤 가치관에 기반해 무리를 이끄는지’, 특정한 판단을 ‘그런 상황에서 왜’ 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어떤 우두머리가 존중과 존경을 받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수 있다.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는, 비디오 게임 속의 다양한 지도자 캐릭터들을 만나보는 시간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제각각의 ‘리더십’을 통해 우리는 어떤 리더를 따라야 할지, 혹은 어떤 지도자가 돼야 할지를 배워볼 수도 있겠다.

 

※ 아래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시리즈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엘더스크롤 시리즈

■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속의 지휘관들

다양한 전장을 작중 배경으로 다루고 있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주요 캐릭터 대다수가 ‘군인들’이다(당연하겠지만). 우리의 주인공인 플레이어 여러분 역시 상관의 명령에 따라 사격을 하고, 전진하고, 엄폐하는 군인이다. 그렇다면 플레이어에게 명령을 내리는 캐릭터는 누구냐? 설정상 플레이어 캐릭터보다 계급이 높은 군인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등장한, 여러분이 총성과 포화 속에서 믿고 따를 수 있는 상급자는 누구인가?

-빅터 레즈노프

러시아의 열혈 형님, 빅터 레즈노프! [콜 오브 듀티 게임 장면]

러시아 출신의 소련군 중사인 ‘빅터 레즈노프’는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시리즈 ‘콜 오브 듀티: 월드 앳 워’에 처음으로 등장해 주인공(플레이어) ‘디미트리 페트렌코’를 돕는다. 나치 독일의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분노에 불타는 그는, 주인공과 작품 내내 함께하면서 적 병사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고, 온갖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나든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게임 전개상 주인공은 여러 위기에 마주치게 되는데 그때마다 레즈노프가 등장해 주인공을 구해준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오는 주인공에게 감탄한 듯 ‘불사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 본인 역시도 불사신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 진행 내내 플레이어(주인공)를 엄청나게 추켜세워올리고, 진심으로 신뢰하는 빅터 레즈노프. [콜 오브 듀티 게임 장면]

포화 속에서 그의 뒤를 따른다면 여러분은 아마 적에 대한 분노를 원하는 만큼 마음껏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애국심으로 불타오르던 분노를 영웅심으로 바꿔, 숱한 전투에서 승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론 죽음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레즈노프가 나타나 여러분은 불사신이라며, 이깟 상처에 죽을 리 없다며 여러분을 고양시킬 것이다. 뜨거운 리더십으로 여러분을 잔뜩 고무시키는 레즈노프를 따라, “Ура!(우라!)”를 외치게 될 수도 있다.

-프라이스 대위

프라이스 대위, 우리나라에선 '값(Price) 대위'란 애칭으로도 불린다. [콜 오브 듀티 게임 장면]

빅터 레즈노프가 불타는 열혈의 리더라면, 시리즈의 또 다른 마스코트 ‘프라이스 대위’는 다소 냉랭하고 쌀쌀맞지만 내심 플레이어 여러분(존 ‘소프’ 맥태비시)을 깊이 아끼는 타입의 지휘자다. 현대전장을 다룬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존 프라이스는 영국 육군 SAS 소속의 현장 지휘관이다.

그는 팀에 갓 전입한 주인공에게 툴툴거리면서도 위기의 순간마다 손을 뻗어 내밀고, 낙오한 동료 대원을 구출하는 등 전형적인 ‘츤데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지도력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실력 역시 탁월한 터라 플레이 내내 그의 맹활약을 볼 수 있는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그의 유능함을 목격한 이들이라면 프라이스 대위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분은 참고로 '골초'시다. 따라다니시려면 간접흡연 조심하셔야겠다. [콜 오브 듀티 게임 장면]

프라이스 대위와 빅터 레즈노프는 성향이 다소 다를 수 있어도,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자신이 믿는 부하(주인공, 플레이어)를 진정으로 아낄 줄 안다는 점이다. 스토리상 빅터의 부하 병사인 디미트리, 프라이스의 부하 병사인 소프는 모두 전투 중 사망을 하게 된다. 이때 자신이 아끼는 부하의 죽음을 목도한 둘은 모두 격분해 복수를 다짐한다. 만약 여러분이 프라이스 대위와 함께 임무에 투입된다면 죽음을 당할 확률이 못해도 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 안타깝게도 ‘임무 도중 사망’하게 되더라도, 대위는 반드시 여러분 몫의 복수를 달성해내고야 말 것이다.

-셰퍼드 중장

‘모던 워페어2’에 등장하는 인물로, 미합중국 육군 장군이자 특수부대 ‘태스크포스 141’의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높으신 분’이다. 그는 러시아 테러리스트 ‘블라디미르 마카로프’를 저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실제로 작품 중에도 내내 드러난다. 그는 부하 병사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바로 지척에 아무렇지 않게 포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마저 포격에 휘말릴 수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식으로 무모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

어찌보면 전형적인 '높으신 분' 같은 행동을 하는 것도 같은 셰퍼드 중장. [콜 오브 듀티 게임 장면]

모던 워페어2의 숨겨진 흑막이자 최종 보스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그가 어째서 자신의 조국을 혼란에 빠뜨리려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전작인 모던 워페어1에서 ‘충격과 공포 작전’으로 인해 핵폭발이 일어나고, 수많은 부하들을 한순간에 잃었지만 전 세계가 이를 외면해버렸던 것이다. 만약 전작도 함께 플레이해본 분이라면, 그의 행동에도 나름대로 ‘복수심’이란 이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반감을 갖게 될 수도, 이해할 수도 있는 악역이다. [콜 오브 듀티 게임 장면]

여러분이 셰퍼드 중장의 명령에 따라 전투에 투입된다면 한낱 ‘장기말’로 이용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중장은 현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이며, 때로는 쓰러진 여러분을 부추겨 일어나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간혹 냉혹한 판단을 내려 여러분을 위험해지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방법이야 어쨌건’ 여러분을 승리자의 편에 서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속의 지도자들

스카이림 지역의 원주민 ‘노드’들과 중앙의 ‘제국’은 고대부터 대립해왔으나, 시간이 흐르고 점차 서로 협력하면서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제국의 위대한 황제가 노드 혈통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스카이림은 사실상 제국의 ‘속국’이 됐다. 그러나 제국이 신흥세력 ‘탈모어’에게 밀리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지금은 일부 군벌들이 그 틈을 타 ‘스카이림 독립’을 주장하며 봉기하고, 사태는 내전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여러분은 오랜 혈맹인 ‘제국’의 편에서 내전을 종식시킬 것인가? 아니면 ‘속국’을 벗어나 스카이림을 노드들의 땅을 되돌릴 ‘스톰클록’에 합류할 것인가?

-툴리우스 장군

스카이림에 주둔한 제국군의 총사령관 툴리우스 장군. 직급은 어마어마하게 높은데 생각보다 소탈하시다.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게임 장면]

툴리우스 장군은 스카이림 주둔 제국군 장교로, 내전 발생 이후 황제의 특명을 받아 파견됐다. 그는 세력을 한창 불리던 와중인 반란군 수장 ‘울프릭 스톰클록’을 파견 이후 단시간 내에 생포해내는 업적을 올리는데, 그를 처형하기 직전에 ‘용’이 출현해 훼방을 하고, 울프릭을 놓치고 만다.

플레이어가 제국군을 따를 경우, 툴리우스 장군의 명에 따라 여러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부하로 만나는 툴리우스 장군은 의외로 인간적이고 성격도 좋은데, 한때 사형수였던 주인공이 공을 세우자 아무런 거리낌없이 주인공을 인정해주고, 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까지도 서슴없이 한다. 또한 작중에 표현된 그의 대사들을 보면 더욱 툴리우스 장군의 매력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실수가 있다면 그 즉시 인정하고 후회하는 면모를 지녔으며, 어쩔 수 없이 대립하게 된 스톰클록에게도 나름의 존중을 갖고 있는 편이다.

생각해보면 게임 초반부, 헬겐에 용이 등장해 쑥대밭을 만들때도 "주민들 대피시켜!"라고 외치시더라.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게임 장면]

만약 툴리우스 장군을 따라 제국군에 가입해 스톰클록의 반란을 진압하게 된다면, 무고한 시민이 휘말리는 것을 염려하는 것을 권장한다. 제국군은 스톰클록과 달리 종족차별을 하지도 않고, 죄 없는 이가 피해를 입는 것을 바라지도 않기 때문이다. 끝내 스톰클록 반란을 진압하는 데 성공한다면 툴리우스는 여러분에게 “다음 목표는 탈모어”라는 원대한 계획을 귀띔해줄 수도 있다.

-울프릭 스톰클록

게임 시작 직후 만나게 되는 울프릭 스톰클록은 ‘스카이림은 노드의 것이다’라는 기치 아래 제국군에 반기를 든 스톰클록 군세의 총대장이다. 그는 한때 자신들의 맹우였던 ‘제국’이 탈모어에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그들이 노드 신앙을 탄압하는 등 스카이림 내정에도 간섭하려 하자 분개한 울프릭은 스카이림 전역의 대표자 ‘토릭 왕’에게 왕위를 내놓으라며 도전했다. 토릭 왕을 살해하고 승리한 그는 전통에 따라 자신이 스카이림의 대표자라 주장하고, 제국의 속국으로부터 벗어나겠다고 천명한다.

목소리부터 위압감 넘치는 울프릭 스톰클록. 스톰클록 반란군을 이끌고 있다.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게임 장면]

울프릭은 어찌 보면 왕을 살해한 죄인에 불과하지만, 사실 노드 사이에는 결투 살해를 통한 왕위 승계를 인정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때문에 제국에 반감이 있었던 일부 세력, 노드 민족주의자들은 울프릭의 깃발 아래 모일 수 있었고, 제국군에게 위협이 될 수 있었다. 특히나 그에게 ‘명분이 있다’는 점은 노드라면 모두가 공감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전통주의’ 때문이다. 오죽하면 미망인 신세가 된 토릭 왕의 아내조차도 결투의 정당성만큼은 인정하고 있으니. 울프릭은 탈모어 엘프들이 스카이림으로 들어와 제멋대로 구는 것에 반감을 가진 노드들의 심리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았다.

'탈모어', '제국'에 반감을 지닌 노드들을 결속시킬 명분을 지닌 울프릭.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게임 장면]

만약 여러분이 스톰클록 군세에 몸담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꽤나 힘든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노드들은 뼛속 깊이 ‘노드 우월주의’를 지닌 족속들이기 때문에, 여러분을 이방인 취급할 수도 있다. 다만 총대장인 울프릭만큼은 그런 종족차별의식이 적은 편이라는 점이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이밖에도 또, 토릭 왕의 선례처럼 ‘힘’에서 밀려나는 것이 노드들에게는 아주 당연한 이치이니 만큼, 스카이림 독립을 위해 싸우기도 전에 노드 동료들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속의 리더들

‘두 진영 간의 대립’을 테마로 잡은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에는 온갖 종족들이 등장하며, 각 종족마다 걸출한 인물들도 참 많다. 특히 WOW는 단순한 전면전만을 다루고 있지 않으며, 온갖 외교적 다툼과 정치판의 이야기도 묘사하고 있어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서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WOW 속 여러 지도자들 중에서 몇몇 캐릭터들을 꼽아 살펴보도록 하겠다.

-스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게임 캐릭터 중 하나는 분명 대족장 스랄일 게 틀림없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게임 장면]

호드 플레이어들의 영원한 형님, 스랄(Thrall)은 그 이름 그대로 노예 출신이다. 그러나 고귀한 성품을 타고났으며, 주변의 여러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인해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WOW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을 스랄은 현재 지도자(대족장)의 지위를 내려놓은 상태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의 복귀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검투사 노예 출신의 오크가 아직도 이토록 지도자로서 많은 사랑을 받는 까닭은 그가 타고난 고귀한 성품 탓이다. 그는 여느 오크와 달리 피와 명예만을 부르짖는 호전적인 무투파가 아니었으며, 존중과 배려, 포용력을 지닌 보기 드문 인물이다. 또한, 자신의 종족이 과거 아제로스 세계에 저지른 잘못에 속죄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를 척박한 대지 위에 세우는 등의 면모까지 지닌 대인배로 알려졌다. 다만, 지도자로서의 실력이면 실력, 인성이면 인성, 전쟁 지휘관으로서의 타고난 전투능력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한 듯 보이는 스랄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가로쉬’를 자신의 후임 대족장으로 임명했던 것이 바로 그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후임 대족장으로 가로쉬를 임명한 것은 그에게도 뼈아픈 실책이었다. [WOW 공식 웹사이트 캡쳐]

만약 여러분이 대족장 스랄 아래 호드의 일원으로 합류하길 원한다면, 여러분은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호드로 받아들여질 것이 틀림없다. 스랄은 신생 호드 창립 과정에서 트롤, 타우렌 등 다른 종족과, 심지어 언데드 포세이큰 까지도 동료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드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호드에 위해가 되는 행동을 했다가는 엄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한때 후임 대족장을 맡았던 가로쉬가 스랄에 의해 어떤 최후를 맞게 됐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바리안 린

'국왕'보단 '방랑 검객'이 더 잘 어울릴 법한 외모. [WOW 게임 장면]

얼굴을 4등분하는 커다란 흉터, 위압감 넘치는 대검 탓에 다소 흉포해 보이는 바리안 린은 스톰윈드의 국왕이다. 그는 한때 실종됐다가 WOW의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를 기점으로 왕의 자리에 복귀했는데, 사실 등장 초기에는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지 못했다. 호전적인 오크 ‘가로쉬’와 마찬가지로 늘상 ‘전쟁 미치광이’처럼 굴며 그와 대립했기 때문이다.

허나 WOW의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국왕 자리로 복귀한 바리안도 모두 차츰 지도력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갓 복귀한 바리안이 왕보다 ‘검투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서서히 검이 아닌 인내와 포용을 무기로 삼게 된 것. 그는 온건파 스랄을 인정하고, 자식을 잃은 오크에게 진심으로 측은함을 느끼는 등 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이후 새롭게 대족장이 된 가로쉬가 폭군과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조를 이루면서 그의 평가를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

플레이어는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그가 점차 국왕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WOW 게임 장면]

만약 여러분이 바리안 린 국왕 치하의 얼라이언스로 합류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최전선에서 그와 함께 어깨를 부딪히며 적과 싸우는 등 ‘국왕과의 전우애’를 다져볼 수도 있겠다. 또, 호전적이던 그가 서서히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왕이 자랑스러워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될지 모른다. 제이나 프라우드무어가 그랬던 것처럼.

■ 지도자를 지명하는 손가락

오늘 교양공감 포스트에서 소개한 게임 속의 수많은 지도자 캐릭터들 이외에도, 온갖 게임들에는 나름의 팀이나 세력, 국가를 통치하는 지도자 캐릭터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들은 그저 게임 제작사 측에서 만들어낸 가공의 존재들이지만, 저마다 무리를 이끌면서 여러 결정을 내리고, 그러면서 많은 고뇌를 한다. 그러면서 ‘무능한 지도자’라 불리기도 하고, ‘위대한 리더’라 불리기도 한다. 혹은 ‘최악의 폭군’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전기구이 통닭이 만들어지는 장면(아님). [WOW 게임 장면]

하지만, 가상 세계 속 지도자들이라고 해서 영원한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된 WOW 게임 속 호드의 신생 대족장 가로쉬는 폭정을 일삼다가 쫓기듯 달아났고, 끝내 심판을 당해 전기구이 통닭 신세가 됐다. 카리스마 넘치던 바리안 린 국왕 역시 악당의 손아귀에 한줌의 녹차가루가 돼 버렸고, 스카이림 속 툴리우스 장군이나 울프릭 스톰클록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각각 죽임을 당한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가 한창이라고 한다.

실제 현실 세계에서도 서두에 언급했던 ‘무리의 우두머리’는 결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물론 그들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할 때가 있지만, 무리를 어깨 위에 떠받들고 있다면 그 실수의 무게와 책임감도 막중하다. 때문에 우두머리에게 실책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또, 새로운 도전자에게 패하는 등 건재함을 입증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두머리에서 말단으로 밀려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지도자라도 영원할 수는 없다는 건 현실이건, 게임이건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우두머리에게 우리 지역사회의 견인을 맡기고 싶으신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웹사이트 캡쳐]

각설하고, 우리는 조만간 우리 지역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우두머리를 선출하게 된다. 여러분은 어떤 우두머리를 따르고 싶으신지? 카리스마로 여러분을 사로잡는 강력한 지휘관? 혹은 모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장기간의 심사숙고 끝에 최선의 해결책을 내놓는 느리지만 착실한 지도자? 부드러운 포용력으로 모두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유비’ 타입의 리더? 어떤 우두머리냐에 따라 그 무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으니 잘 고민해보시길. 그리고 그 대답은,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를 통해 들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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