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족이 희생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도 환경 보호하지 않고 법 위반할 수 있을까?

[공감신문] 환경부 대기관리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유리 사무관은 다수의 민원 전화를 받는다. 민원 중에는 공사현장과 공장 등 여러 곳을 원인으로 하는 문제가 존재하지만, 극심해지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최근에는 비산먼지와 관련한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김유리 사무관은 민원과 관련해 자신이 얼마 전 경험한 한 가지 사례를 알렸는데, 그 사례는 환경 문제에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앞서 김 사무관에게 초등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민원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도 소재 아파트에서 페인트 도장작업을 하고 있는데, 해당 작업현장에 방진막 등 비산먼지 억제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페인트가 주변에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부모는 페인트 도장작업 현장이 초등학생인 자녀가 등하교 하는 곳이라 우려가 더욱 크다고 김 사무관에게 호소했다.

그러면서 만약,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재도장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방진막을 반드시 설치하겠다는 말도 전했다.

법으로 규정하는 방진막 등 비산먼지 억제시설 없이 페인트 스프레이 건 공법을 이용한 도장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 사무관이 설명한 사례는 환경에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담고 있다. 민원의 원인인 페인트 도장 작업자와 발주자가 법을 어김으로써 대기환경이 오염되고 누군가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면. 또 그 피해자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초등학생 학무보의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을 터다.

사실 도장 업체 관계자들과 발주자의 인식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지난 5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과 공감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한 ‘스프레이 페인트 발생 비산먼지,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토론회에는 정부 당국,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페인트 도장작업 현장에서 방진시설 설치 등 법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을 논의했다.

페인트 비산먼지가 대기환경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해 법규가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관련 연구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주로 제시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페인트가 이제는 안전하다며 걱정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출시되는 페인트는 마실 수도 있을 정도라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페인트를 마실 수 있다’는 발언이 현장 인식의 위치를 느끼게 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과 공감신문이 주최한 스프레이 페인트 발생 비산먼지,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 고진경 기자

페인트에는 ▲크로뮴6가화합물 ▲납 ▲카드뮴 등 유해화학물질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강약자들에게는 건강장해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는 제품이다.

혹자에게는 전쟁터의 화학 공격과 같을 수 있는 페인트를 마셔도 된다니.

토론회 이후 공감신문이 추가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발주자의 문제도 심각했다. 일선 현장의 관계자들은 발주자가 방진막을 설치할 수 없는 정도의 금액만 지급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도 안전할 줄 알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라돈 침대도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었다. 인체 치명적이라는 점이 알려졌고, 피해가 속속 들어났다.

현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피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생명과 건강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다.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으며, 교환할 수 있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예방을 통해서만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페인트 도장 작업 현장 주변

이제는 발주자, 업체 관계자, 작업자 등 현장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법과 규정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하고, 법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그렇게 인식을 개선하고 주변 주민과 작업자의 건강권, 환경을 함께 보호해, 피해 발생으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환경을 과거의 환경과 비교하면 매우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 미래세대는 오히려 지금이 나았다고 돌아볼 수 있다.

오늘인 6월 5일은 국민의 환경보전 의식 함양과 실천의 생활화를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인 환경의 날이다. 생명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경보호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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