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적은 양이라도 내피세포 기능 해쳐”…심장병·심근경색·뇌졸중 일으키는 IL-6 증가

전자담배에 향료로 첨가되고 있는 화학물질들이 혈관 내막의 내피세포 기능을 해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공감신문] 담배업계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액상형 전자담배의 첨가 향료가 혈관 내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4일 헬스데이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대학 의대의 제시카 피터만 혈관생물학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향료로 첨가되고 있는 화학물질이 혈관 내막의 내피세포 기능을 해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피터만 교수는 멘솔(박하), 아세틸피리딘(탄맛), 바닐린(바닐라), 신남알데하이드(계피), 유게놀(정향) 등 5가지 향료를 언급하며 “이 향료들은 아주 적은 양이라도 혈관 내피세포의 산화질소 생산 능력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산화질소는 혈관 내피세포를 만들며, 혈관에 혈전(피가 굳어진 덩어리)형성되는 것을 막고 혈관의 염증을 억제하는 등 혈관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WHO는 지난해 10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의 유해물질의 감소가 인체 위해도를 감소시킨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교수팀이 연구 중 시험관에서 배양된 혈관 내피세포를 이 5가지 향료에 노출시키자, 산화질소가 줄어들고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류킨-5(IL-6)’이 증가했다. IL-6의 과잉 생산은 심장병, 심근경색, 뇌졸중 등 중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5가지 향료는 아주 작은 양이라도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해치고 있었다. 단, 멘솔은 상당히 많은 양에 노출됐을 때만 일어났다.

5가지 향료 외에도 다이아세틸(버터), 디메틸프라진(딸기), 아이소아밀 아세테이트(바나나), 유칼립톨(시원한 맛)도 시험해 봤으나, 이 향료들은 상당히 많은 양에 노출됐을 때만 내피세포의 변화가 나타났다.

피터만 교수는 “전자담배를 피웠을 때, 이 향료 첨가제들이 얼마나 많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지적했다. 교수는 앞으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식품의학안전처 담배연기포집실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마찬가지로 찌는 방식의 열기를 가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논란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8월부터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앰버, BAT코리아의 ‘글로’ 브라이트 토바코, KT&G의 ‘릴’ 체인지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성분 11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도 5개나 나왔다.

식약처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외국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담배의 유해성은 흡연기관, 흡연량, 흡연횟수, 흡입깊이 등 흡연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유해성분 함유량만으로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간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거다.

이는 “담뱃잎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찌는 방식으로 발생한 증기에는 유해물질이 적게 들어 있고 건강에도 덜 해롭다”고 광고해온 제조사의 설명과는 오히려 반대된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배에는 최소 70종의 발암물질과 7000종 정도의 유해화합물질이 있다”며 “겨우 11종을 분석했을 뿐인데 이 중 몇 개의 검출량이 적었다고 덜 유해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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