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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교양공감] 우리도 탐정이다, 독특한 이미지의 탐정 캐릭터들명탐정의 추리 노트를 들여다보는 주말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중후한 롱코트와 사냥모자를 쓴 사내가 사건 현장에 나타난다. 그는 날카로운 송곳과도 같은 눈빛으로 사건 현장을 둘러본다. 풋내기 신입 경찰이 그를 제지하려 나서지만, 멀찍이서 지켜보단 수사반장이 눈짓으로 그 신입을 만류한다. 사내가 현장을 둘러보게끔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일종의 보증을 받게 된 그 사내는 코트 안에서 돋보기를 꺼내들고 현장을 낱낱이 까발린다. 뭔가를 들춰보기도,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바닥에 엎드려 보기도 한다.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턱을 한 손으로 감싸 쥔다. 그러다가… 아하! 그의 눈이 반짝인다.

사내는 한껏 숨죽어 내려앉은 소파에 깊숙이 파묻힌 채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인다. 몇 초간 뻐끔거리며 뜸을 들이던 사내가 곧 이죽거리며 입을 연다. “이곳에서 일어난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거만하게 다리를 꼬는 사내에게 어둑한 방 안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마치 숙련된 경찰과 형사들 모두가 구연동화를 듣는 어린애가 된 것만 같은 광경이다.

냉철하고 신중한 성격, 상징적인 몇 가지 '아이템'들은 탐정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리게끔 만든다. [photo by matt from london on flickr]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로 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꿰뚫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건 현장에 남은 증거들을 긁어모으고, 머릿속에서 사건 당시의 일을 재구성해낸다. 마치 CCTV라도 들여다본 듯, 생생하게 재연되는 묘사에 범인이 좁혀진다. 베테랑 경찰들도 그가 지목하는 범인을 부랴부랴 뒤쫓는다.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탐정’들은 이런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런 이미지에서 약간은 벗어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탐정’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들도 존재한다.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흔히 떠올리는 ‘셜록 홈즈’ 등의 이미지가 아닌, 그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여러 창작물 속 가상의 탐정 캐릭터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어딘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탐정과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추리력 하나만큼은 명품인, 창작물 속 여러 탐정 캐릭터들을 만나봅시다! [photo by paurian on flickr]

이번에 소개하는 캐릭터들은 어째 조금 이상한 면모도 지니고 있지만, 탐정은 탐정인지라 무서울 정도로 관찰력이 뛰어나고, 사건을 재구성하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아마 여러분을 잠깐 동안 마주친 것만으로도 점심 메뉴로 뭘 먹었는지, 주말엔 어떤 일정이 있는지를 간파해버릴 지도 모른다.


※ ‘직업’이 탐정이 아니라도, 탐정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지닌 캐릭터들을 선정해 보았다.


■ 하드보일드한 일본의 탐정, 진구지 사부로

등장 : 게임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

일본 신주쿠에서 활약하는 탐정 진구지 사부로! [탐정 진구지 사부로 게임 시리즈 스틸 이미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사관 격에 해당하는 캐릭터들은 ‘담배’와 유독 연관성이 짙은 듯 하다. 그 유명한 셜록 홈즈는 소설이나 영화 등 여러 창작물 속에서 ‘파이프 담배’를 물고 등장하고, 이밖에 다른 범죄 수사관들(심지어 형사들도) 역시 담배를 꼬나물고 추리에 골몰하는 장면을 우리는 이미 많이 봤다. 일본 신주쿠에서 활약하는 탐정 ‘진구지 사부로’ 역시 담배와는 떼놓을 수 없는 탐정 캐릭터 중 하나다.

진구지 사부로는 탐문, 사건 현장 수색, 추리 등을 진행하다가 종종 난관에 부딪히거나, 추리가 막히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럴 때면 생각을 정리하고, 머릿 속에 뒤죽박죽 엉켜있는 퍼즐들을 끼워 맞추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 그때마다 등장하는 유명한 내래이션이 바로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다. 추리가 막히는 순간마다 피우는 담배는 플레이어들에게 일종의 힌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금연 중인 분들이라면, 맛깔나게 담배를 피우는 진구지 사부로의 모습에 결심을 꺾게 될 지도 모른다. [탐정 진구지 사부로 게임 시리즈 장면]

탐정으로서 진구지의 자질은 나름대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경지에 도달한 듯 싶다. 때문에 게임 시리즈 내내 의뢰 계속해서 들어온다(사실 의뢰가 안 들어오면 게임 자체가 제작될 수 없잖아). 또한 그의 조력자 격 인물인 조수 미소노 요코, 요도바시서 쿠마노 산조 경감은 물론이고 신주쿠의 야쿠자들에게도 신뢰받고 있는 유능한 탐정이다.

요즘은 소식이 뜸했는데, 조만간 신작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탐정 진구지 사부로 게임 시리즈 스틸컷]

무겁게 닫힌 턱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늘 말이 없고 과묵한 편이다. 그런 과묵함이 굵직하고 힘 있는 화풍으로 그려진 일러스트와 맞물리면서 하드보일드한 매력을 자아낸다. 그리고 여러 시리즈 속에서는 대체로 진구지가 가벼운 사건이라 여겼던 의뢰들이 그의 추리에 의해 실마리가 드러나면서 점차 거대하게 비화한다. 그렇다고 그는 결코 “처음과 말이 다르잖습니까”라며 의뢰를 중도포기하지도 않는다. 비록 사건이 다소 꼬여 엉키고, 위험할 만큼 커지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진실을 향해 걸어간다는 점. 그것이 진구지 사부로의 매력이다.


■ 해괴한 동물 전문 탐정, 에이스 벤추라

등장 : 영화 <에이스 벤추라> 시리즈


자칭 ‘세계 최고의 동물 사건 전문 탐정’이라는 에이스 벤추라는 약간 얼빠진 듯해 보이는, 어찌 보면 조금 이상한 녀석이다. 하지만 그 우스꽝스러운 추적 과정이야 어떻건 간에, 실종된 동물을 찾아주는 데는 최고의 권위자(?)로 이름이 나 있다. 그래서 유명 스포츠 팀의 인기 마스코트인 돌고래 실종 사건 의뢰까지 맡게 된다.

안면근육으로 열연을 펼치는, 짐 캐리 원맨쇼 영화 에이스 벤추라. [에이스 벤추라 영화 장면]

사실 관객들은 짐 캐리 배우의 코믹연기 때문에, 에이스가 ‘탐정’이라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해괴한 표정과 나사 빠진 행동 들이 그를 정신나간 얼간이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

그러나 탐정은 탐정인지 사라진 돌고래 수조에서 특정한 보석을 발견하고, 그것이 스포츠 경기의 우승 기념 반지에 박혀있던 것이라는 걸 알아낸다. 그렇다는 것은? 당시 우승 멤버들 가운데 누군가가 범죄에 연루돼 있다는 뜻! 에이스는 우승 멤버들을 하나하나 스토킹해 부서진 반지를 가진 인물이 누군지를 추적해 나간다.

'저게 말이나 되냐?' 싶다가도 '짐 캐리라면 뭐…' 하며 납득하게 되더라니까. [에이스 벤추라 영화 장면]

동물 전문 탐정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벤츄라는 자신의 타이틀에 걸맞은 ‘동물과의 교감 능력’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금 과할 정도로 범죄 현장을 낱낱이 살펴본 덕분에 부서진 보석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이 우승 기념 반지라는 사실까지도 알아낼 수 있었다. 또 피지컬 역시 사기적인데, 날아오는 총알을 입(치아)으로 잡아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초인적인 교감능력, 예리한 추리감각, 우월한 신체능력 등. 이 양반, 그저 광대놀음이나 하는 머저리는 결코 아니라는 말씀! 상당히 ‘거시기’한 반전이 있는 이 영화는 준수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고 알려져 있다.


■ 세계 최고의 탐정? 장비빨 탐정? 배트맨

등장 : ‘배트맨’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든 창작물

배트맨에겐 '어둠의 기사', '망토 두른 십자군' 등 여러 수식어 중 '세계 최고의 탐정'이란 수식어도 있다. [dc comics 웹사이트 캡쳐]

우리에겐 그저 슈퍼히어로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배트맨도 사실은 ‘탐정’이라는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다. 애초에 그의 소속사(?)인 ‘DC 코믹스’의 ‘DC’도 사실은 ‘Detective Comics’이고, 배트맨 코믹스의 어느 이슈에서는 가장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와 배트맨의 만남이 그려지기도 했단다. 아무튼 배트맨도 탐정 캐릭터라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배트맨의 벨트에는 이렇게 많은 아이템들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dc wikia 캡쳐]

사실 배트맨은 추리력도 추리력이지만 어느 정도의 ‘장비빨’도 보여준다. 애초에 대 부호인 만큼, 온갖 최첨단 장비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배트맨이 차고 있는 ‘유틸리티 벨트’에는 손전등부터 시작해 연막탄, 지문채취기, 카메라와 녹음기 등등이 들어있다. 배트맨은 범죄가 발생한 장소에서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거나 추적하는 데 이 도구들을 사용한다.

게임 속의 배트맨은 온갖 최첨단 장비로 수사를 펼치기도 한다. [배트맨:아캄나이트 게임 장면]

배트맨이 지닌 탐정으로서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여느 영화보다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시리즈, 혹은 게임 시리즈라 할 수 있겠다. ‘배트맨 TAS’라 알려진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는 그가 빌런들의 정체를 파악해내고, 은거지인 배트 케이브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각종 도구들을 활용해 추격하는 장면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또, ‘아캄버스 시리즈’라 불리는 게임 시리즈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추리를 하고 퍼즐을 풀며 빌런들을 추격해야 한다.


■ 탐정의 기본은 기이한 행동? 명탐정 L

등장 : <데스노트> 관련 창작물


이쪽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선배 셜록 홈즈는 사실 뛰어난 명탐정일 뿐, 다른 면모를 들여다보면 상당한 기인(奇人)이다. 셜록은 수사 자료가 분실될까 두려워 청소도 않은 채 어지럽혀진 방 안에서 기거하는 등 편집증 적인 행보를 보인다. 또, 앞서 소개한 에이스 벤추라 역시 괴악한 행동을 일삼는 탐정이다. 그런가하면 이번에 소개할 ‘L’은 또 어떻고? 그 역시 해괴한 자세로 의자에 앉거나, 끊임없이 단 음식을 찾는 등 엄연히 기인이라 불릴 만 한 행동을 일삼는 탐정이다. 탐정이란 양반들은 다 이런 건가?!

선역이라 보기엔 어째 좀 기괴하게 생긴 L. 보통 저런 인물은 만화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던데… [death note wiki 캡쳐]

만화 ‘데스노트’는 주인공 ‘라이토’가 우연히 한 공책을 주우면서 시작된다. 그 괴상한 공책은, 누군가의 이름을 적어 넣으면 죽게 만들 수 있는 불가사의한 공책이다. 다소 비뚤어진 정의감을 갖고 있던 라이토는 그 공책을 이용해 악인을 처벌하고, 선한 이들만 남은 신세계의 신이 되고자 범죄자들을 마구잡이로 처벌한다. 그러던 도중 세계 최고의 명탐정 ‘L’이 등장, 본격적인 대결을 펼치게 된다.

L은 전 세계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라이토의 ‘범죄자 심판’을 발빠르게 파악하고 즉각 수사에 나선다. 급기야 심판의 시작을 추적해, 라이토(‘키라’라는 이름으로 활약 중이던)가 일본 관동지방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다. 핀치에 몰린 라이토는 L과의 정면 대결에 나설 각오를 다지게 된다.

저 기묘하게 전화받는 포즈도 한때 유행했었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이 자주 따라했다고. [데스노트 애니메이션 장면]

이 작품 속의 L은 ‘세계 최고의 명탐정’이라 불리기에 손색 없을 정도의 지위를 갖추고 있다. 오죽하면 다른 나라(미국)의 거대 수사기관(FBI와 CIA)을 수족처럼 부리고, 전 세계 경찰들이 자문을 구하는 정도다.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물이 달콤한 간식을 좋아하고, 투정부리는 어린아이처럼 군다는 점도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 물론 현실 속의 탐정과는 다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실제 현실세계 속 탐정의 업무들이 이렇게 멋들어지지는 않을 터다. 애초에 ‘민간 수사관’인 탐정에게는, 허가된 정보 획득 방식이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용의자의 집에 증거를 찾기 위해 몰래 잠입하는 행위는 결국 무단침입에 해당하며, 사건 현장을 재구성한답시고 시신을 옮겨놓는 것은 사건현장 훼손에 따른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된다. 또! 달아나는 범인의 뒤통수에 축구공을 때려 박는 것은 운 좋으면 ‘용감한 시민’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폭행 혐의가 돼 버린다! 말하자면, 이 창작물 속 탐정들이 지닌 수사 권한은 어디까지나 창작물이기에 가능하다는 것.

탐정제도가 도입된 해외 국가에서는 탐정에 의한 미행, 감시 등 사생활 침해 사례도 발생한다. [photo by @lattefarsan on flickr]

현실세계 속 탐정들은 주로 불륜 뒷조사 의뢰나 실종자 추적, 기업 기밀 관련 의뢰를 받는다고 한다. 이들의 업무 과정도 상당히 제한적인지라 실제로 범죄자를 체포하는 일도 없는데다가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무단침입이나 도청(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에디터 역시 어릴 적엔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으며 감탄했던 경험이 있고,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 속 대사 “범인은 이 안에 있어!”를 따라 외쳐본 적도 있다. 그런데, 정작 현실의 탐정들이 하는 업무들을 알아보고 나니 어째 조금 김새는 것 같기도 하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직업 탐정을 볼 수 있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차츰 강화되어가는 추세인 만큼, 탐정제도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셈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러나 탐정 업무를 하는 이들은 국가가 개입하기 힘든 개인권익의 영역을 나서서 해결해줄 수 있으며, 경찰도 조금 더 민생치안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생각해보라, 우리 능력 밖의 여러 내용들을 조사해주는 이들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된다면? 물론 일자리 창출 효과 역시 기대해볼 수 있기에 정치권에서도 법안 발의를 위해 다각도로 탐정(민간조사) 제도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명탐정이 배출될 지도 모를 일 아닌가. 기대된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인탐정제’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실현 가능성, 공인탐정제로 인한 부작용들 역시 간과할 수는 없겠으나,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고 차근차근 법제화 된다면 이로 인한 다양한 긍정적 효과 역시 기대해볼 수 있겠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셜록 홈즈, 진구지 사부로, 아니면 L과 같은 명탐정이 탄생할지 모르지 않나? 혹시 탐정에 대한 로망을 지닌 분들이라면 공인탐정제의 도입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천재적인 두뇌도, 날카로운 관찰력도 없는 에디터는 언젠가 나타날 명탐정 꿈나무 여러분들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겠다.

    교양공감팀 | pjs@go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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