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잇달아 칭찬하자 이와 관련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전략적으로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서 ‘독재자를 향한 부러움’을 나타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독재자 선망: 트럼프가 김정은 찬사로 전체주의 지도자 포용의 외연을 넓혔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한인들이 보이는 태도를 부러워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김 위원장)가 얘기할 때 그의 사람들은 앉은 상대로 차려 자세를 했다. 나도 내 사람들이 똑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차려 자세를 원한 이들이 백악관 직원 인들인지 일반 미국인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말을 하면서 백악관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후 CNN 기자가 이 발언에 대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이었다. 냉소를 이해 못 한다”고 전했다.

WP는 현재 미국 대통령이 45대에 이르기까지, 권위주의에 대해 이런 수위의 선망을 입 밖에 낸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위주의자들에 대한 선망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라이스대학의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블링클리는 “트럼프에게 독재자 선망이 있다. 김정은이나 푸틴이 종신 대통령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니까 그런 사람에게 더 많이 매료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전화 한 통 해서 파멸시켜 버리는 권위주의자들의 능력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을 ‘국가 최대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기자들을 ‘처벌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북한 국영방송의 여성 앵커가 김 위원장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자신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의 칭찬도 ‘그 정도로는 후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WP는 ▲대선후보 시절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을 용인한 점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에 대한 투옥을 촉구한 점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에 대한 사면을 긍정적으로 보는 점 등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권위주의 성향’이라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은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부러움’이라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장성에게 거수경례를 한 장면을 비판했다.

그는 “그 장면을 보면서 대통령이 숙부를 ‘고사총’으로 처형하고 수십만 명을 집단수용소에 보낸 절대권력을 갖고 있으며 무자비한 세뇌를 토대로 한 개인숭배로 국가를 통치하는 김정은을 부러워한다는 게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비난했다.

고사총은 옛 소련에서 개발한 14.5mm ZPU 중기관총 여러 정을 묶어 제작한 대공화기다. 북한은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에 이 무기가 사용됐다. 처형 시 고사총을 수십 발을 발사해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 뒤, 다시 화염방사기로 시신을 흔적도 없이 없애는 방식을 사용했다.

권위주의를 선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미국 외교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국제안보협력센터(CISC)에서 활동하는 에이미 세거트 학자는 “트럼프는 정의가 아닌 힘의 가치를 믿는다. 그의 발언이 이토록 불안한 것은 거기에서 미국의 가치가 아닌 미국의 국력을 투사하는 것을 신봉하는 대통령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