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회장 일당, 전현직 국회의원 99명에 불법정치자금 제공...황 회장, 혐의 모두 임직원 탓으로 돌려

밝은 표정의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 오른쪽)과 황창규 KT 회장(가운데 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을 당했다. 현재는 관련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감신문] 불법정치자금제공(상품권 깡) 혐의를 받는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8일 황창규 회장 및 KT 대관부서인 CR부문 전·현직 임원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알렸다.

앞서 지능범죄수사대는 황창규 회장 등 KT 관계자 7명의 혐의를 포착해 입건한 바 있다.

황창규 회장 일당은 일명 ‘상품권 깡’(상품권을 구매한 후 이를 되팔아 일정 수수료를 떼고 현금화 하는 방식)을 통해 조성한 현금 11억5000만원 중 4억4190만원을 19대·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일당이 국회에 불법 정치후원을 하게 된 동기는 ▲2014년~2015년은 소위 ‘합산규제법’ 저지 ▲2015년~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저지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제외 ▲은행법 등 KT와 관련된 법률에 대해 KT에 유리한 방향으로의 개정 등 현안 업무에 대해 국회와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함이었던 것으로 피의자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앞서 황창규 KT 회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11억5000만원의 비자금 중 불법장치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경조사비나 골프 비용, 식대, 택시비, 주점 팁, 유흥업소 접대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비용들은 영수증 등 증빙·정산처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회계 감사 등도 실시되지 않았다.

피의자 진술에 따르면 혐의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들이 황창규 회장에게 보고된 후 진행됐다. 불법정치자금 제공의 계획과 실행을 맡은 KT의 대관부서 CR부문은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황창규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황 회장 측은 국회에 대한 후원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나 기억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KT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 자체를 CR부문의 일탈행위로 판단하는 등 범행 일체를 임직원들에게 덮어 씌우며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날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능범죄수사대는 앞으로도 황창규 회장 등 KT일당에 대한 수사를 지속한다. 구체적으로 KT 측의 법인자금을 후원회 계좌로 입금 받은 국회의원실의 관계자(후원회 회계책임자 등)를 일부 소환조사하는 등 계속 수사해 나간다.

지난 15일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열린 KT 부진인력(CP)퇴출프로그램의 진상과 피해사례 집회 / 박진종 기자

황창규 회장의 행태는 재임 중 불법행위를 일삼아온 것으로 나타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으며 책임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들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이는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황창규 회장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황창규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됨에 따라 수사의 향배와 함께, KT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KT의 사외이사(이사회)는 투명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이사회는 독립적인 공정한 감시·견제 기구로서 역할을 해 최고경영자(CEO)가 불법이나 해사(害社)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하지만 KT 이사회는 전혀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KT 이사회가 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일까? 이유는 지배구조에 있다.

KT의 지금 지배구조는 정권의 성향에 맞는 최고경영자가 선임될 수 있는 구조이며, 그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경영을 감시·견제할 이사회가 아닌, 보호해 줄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상태다.

이렇게 되면 정권에 의해 선임된 최고경영자가 독단적인 기업 경영을 할 수 있게 되고, 황창규 회장 등 KT의 불법정치자금제공 혐의와 같은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황창규 KT 회장으로 인해 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KT가 투명화·정상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KT 회장에 선임된 황창규 회장은 불법정치자금혐의 외에도 부당노동행위와 CP퇴출프로그램고과 같은 노동자 탄압·학대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더 이상 주주와 노동자, 그리고 KT의 고객인 국민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선택을 해야 한다.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된 지금이야말로 혐의와 논란에 따른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때다. 또 KT는 서둘러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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