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지도자에서 국제 무대로...G1·G2 국가 정상과 연달아 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함께 맞잡은 손을 높이 들고 있다.

[공감신문]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면서 최근 김 위원장의 외교 행보가 조명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말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4월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4.27 판문점 선언’이라는 한반도 평화체제 기틀에 합의했다.

5월 초에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미회담 동력을 확보했고, 6월 초 제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중 관계를 공고히 했다. 이후 6월 12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유착, 체제보장’ 등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횟수로 따지면 김 위원장은 석 달간 한국과 2차례, 중국 3차례, 미국 1차례 등 총 6번의 정상회담을 소화했다. 2차 남북회담을 기점으로 하면 김 위원장은 25일 사이 총 3차례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2012년 집권한 김 위원장은 당초 해외 유학파로 북한을 개방의 길로 이끌 지도자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잇단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등 위협행위로 한미와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북한이 중국을 제외한 타국 교류가 현저히 없었다는 점에서 ‘은둔형 지도자’로 불려왔다. 최근 김 위원장의 외교행보는 이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국제무대로 올라서기 위한 균형외교의 일환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로 꼽히는 북한의 지도자가 G1·G2 국가인 미국·중국 정상들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점이다. 

특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유로 미·중의 영향력 행사 줄다리기 사이에서 어깨를 견줬다는 점은 낮게 평가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균형외교를 펼치는 이유에 대해 미국과 협상을 꼽는다. 북한은 ‘비핵화-체제보장’을 걸고 미국과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재자인 한국과 우군인 중국과 소통으로 협상의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성사된 점이 방증이다. 앞서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빌미로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중지를 선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유로 북미정상회담 전면 취소를 선언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재개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이 북미회담 과정에서 ‘핵·미사일 도발 중단-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뜻하는 ‘쌍중단’을 미국 측에 요구한 것은 중국의 영향이 커 보인다. 쌍중단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때마다 줄기차게 주장해온 방안이다.

실제 김 위원장의 의도대로 오는 8월 예정돼 있던 UFG(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중단됐다. 향후 키리졸브(KR) 훈련과 독수리 연습(FE) 훈련까지 협상 기간에 중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북미협상에 남은 과정은 김 위원장 주도로 북한이 비핵화·미사일 시험 시설을 폐쇄하는 일이다. 이를 토대로 남북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 성사된다면 김 위원장의 외교 행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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