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에 의한 협박도 20%…“결혼이주민 위한 지원서비스, 잘 몰라”

국내 결혼이주여성 중 42%는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감신문] 국내 결혼이주여성 가운데 42%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들 중 절반가량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서비스 홍보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7~8월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외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2.1%에 해당하는 387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가정에서 폭력 위협을 당한 여성은 147명(38.0%)이었으며, 흉기에 의한 협박을 당한 이들도 77명(19.9%)이나 됐다. 성행위를 강요하거나 성적수치심을 주는 등의 성적 학대를 경험한 여성은 263명(68%)에 달했다. 

가정에서 욕설을 듣는 등 심리·언어적 학대를 당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314명(81.1%)이었고, 필요한 생활비나 용돈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이들도 129명(33.3%)으로 조사됐다. 

국내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 경험 실태

그러나 가정폭력을 경험한 결혼이주여성 중 140명(36.1%)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35명) 혹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서’·‘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아서’(29명)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결혼이주민들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주요 사회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한국 국적의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에 정부의 양육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서 응답자 중 35.5%는 ‘모른다’고 답했다. 반면 ‘안다’고 답변한 비율은 53.9%로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결혼이주민을 위한 상담전화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2.5%가, 폭력을 당하거나 갈 곳 없는 결혼이주민을 위한 쉼터의 존재에 대해서는 27.6%가 각각 모른다고 응답했다.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 거주하는 기간은 평균 16.37년이었다. 출신 국가별로는 베트남 출신이 42.4%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29.4%), 필리핀(11.4%), 일본(6.5%), 캄보디아(3.6%)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결혼이주여성은 베트남 출신이 가장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 

체류자격별로 분류해보면 결혼이민비자 소지자는 232명, 영주자격 취득자는 113명, 혼인귀화자는 258명이었다. 기타·무응답은 317명으로 집계됐다. 

조사대상자들은 평균 2.7회 한국 체류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혼인 후 귀화한 여성이 우리나라 국적을 갖게 되기까지는 평균 23.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안정적인 체류보장과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마련을 위해 오는 21일, ‘결혼이주여성 체류실태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결혼이주여명 2명이 직접 자신의 사례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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