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계엄령 뜻 없다고 밝혔음에도 현지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 제기돼

두테르테 대통령은 "야간까지 거리를 배회하는 자는 잠재적인 골칫거리”라고 말하며 엄중한 대처를 지시했다

[공감신문]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경한 정치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에는 야간 배회 단속을 지시해, 1주일 만에 7000여명의 시민이 연행됐다. 

이 가운데 필리핀 내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GMA뉴스 등 필리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3일 “야간까지 거리를 배회하는 자는 잠재적인 골칫거리”라고 말하며 엄중한 대처를 지시했다. 또 “귀가를 거부하면 연행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명령으로 마닐라 경찰청은 20일 오전 5시까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 시민 7291명을 연행했다. 

애당초 필리핀은 대표적인 열대 국가 중 하나로 열대야 때문에 밤에 활동하는 인구가 많다. 마닐라에서만 7291명의 인원이 체포된 이유에 열대 국가라는 지리적인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경찰의 과잉단속을 꼬집는 시선도 있다

연행된 이들은 통행금지법 위반, 길거리 음주, 과도한 신체 노출 등 다양한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현지에서는 경찰의 과잉단속을 꼬집는 시선도 있다.

대표적으로 현지 청년 6명은 지난 16일 오후 11시 주점을 가기 위해 친구를 기다리던 중 밤에 배회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연행돼, 1시간 가량 구금됐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행히도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계엄령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지난 6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범죄가 너무 잦다며 “공공질서 안보를 포함한 급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범죄가 너무 잦다며 “공공질서 안보를 포함한 급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계엄령과 국가비상 사태 선포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제든 군을 형사 사건에 투입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바오 시 폭탄테러 사건으로 무고한 시민 14명이 숨지자, 군을 치안 업무에 투입 시킨 바 있다.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경한 노선 때문에 필리핀은 그가 계엄령 의지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이를 경계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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