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 있는 다정한 정보’…간과하기 쉬운 ‘자취방 계약 전 체크리스트’들

[공감신문] 진학, 취업, 기타 다른 이유들로 이제 갓 자취의 세계에 입성하게 되는 분들이 많다. 물론 ‘첫 집’부터 으리으리하고, 비까번쩍한 곳을 구하게 되는 극히 드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보통 첫 자취를 시작하는 분들은 ‘나만의 공간’을 꾸릴 기대에 부푼 가슴을 안고 부동산 문을 힘차게 열어제꼈다가, 잔뜩 풀이 죽은 채 부동산을 나서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보증금, 월세, 지역 등등이 생각처럼 그리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여차저차해서 적당히 타협한 수준의 방을 계약한 이후. 입주 전엔 보이지 않았던 방의 여러 결함들이 눈에 띌 수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함께 방문했을 땐 안 보이던 벽의 얼룩들, 화장실의 곰팡이 자국부터 시작해서 수압, 켜지지 않는 전구, 어디선가 올라오는 퀴퀴한 냄새들까지. 

이럴 땐 “아! 좀만 더 꼼꼼히 알아볼 걸!” 하고 너무 섣불리 계약을 한 건 아닌지 후회하게 된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이미 계약을 한 이상, 집주인 분과 대화가 잘 통하길 바라는 수밖에.

옷장 뒷쪽에 숨겨져 있던 벽면, 곰팡이들의 파티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일! [photo by Matti Mattila on Flickr]

처음으로 방을 구할 때는 냉철한 태도로 집의 곳곳을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초보자인 여러분들은 무엇을 어떻게 따져봐야 할지조차 감이 오지 않을 것. 이번 알쓸다정은 그런 여러분을 위해 준비해봤다. 자취방 구할 때 꼭 체크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기자 역시 고군분투하며 자취 중인 사람 중 한 명이다. 심지어 경력이 그리 길지도 않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내용들은 그 길지 않은 자취 생활 동안 기자가 직접 겪었던 생생한 체험들인 만큼, 자취 뉴비인 여러분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주변 환경

구하려는 방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 환경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잘 파악해둬야 한다. ‘한적하고 조용해서 좋다’고 소개된 방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일 수 있으며, ‘번화가에 있어 활기차다’고 소개된 지역은 밤마다 취객의 고성이 들려오는 곳일 수 있다.

밤만 되면 시끌벅적해지는 먹자골목에 방을 얻을 뻔 했던 적도 있었더랬다. [Photo by doegox on flickr]

여러분은 아마 늦은 밤에 귀가를 하게 될 수도, 새벽 시간에 일찍 집을 나서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하고 방 주변을 둘러보시길 바란다. 또한 편의점이나 약국(또는 병원), 카페 등 여러분이 자주 이용하게 될 시설이 가까이에 있는지도 잘 확인하자.

-지하철역과의 거리

몇 년 전 기자는 조금이라도 더 넓은 방을 구하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원룸을 포기하고, 조금 더 떨어진 곳에 방을 얻은 적이 있다. 당시엔 ‘어차피 마을버스 타면 지하철역까지 금방 가니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꽤나 안일한 생각이었다.

출근할 때마다 '초록버스 한 번만 타면 금방인데 뭐!'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자신을 패버리고 싶더라니까. [photo by byeangel on flickr]

마을버스 정류장은 매일 출퇴근 시간마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출근 시간, 여러분이 이용할 마을버스 정류장은 여러분 말고도 동네 주민 모두를 태우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또, 만원버스에 타지 못하면 출근 시간이 부쩍 늘어나고 퇴근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말리진 않겠다만, 개인적으로는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곳을 구하는 게 훨씬 더 편하더라.

-습기

처음으로 방을 구하는 분들 중 상당수는 ‘습기’를 그리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건대비 가격이 저렴한 반지하 방도 거리낌 없이 계약을 하는데, 10명 중 6명은 반지하 방에서 여름을 보내본 뒤 곧장 후회한다. 습기 때문이다. 습기가 많은 방은 곳곳에 곰팡이가 피기 쉽고, 빨래도 잘 마르지 않을뿐더러, 옷장 안의 옷도 항상 눅눅하다. 또, 예민한 분은 두통을 달고 살게 될 수도 있다.

눅눅하고 습한 집에서 살았던 당시엔 여름마다 빨래가 안 말라서 코인세탁소엘 다녔었다. [photo by carsten schertzer on flickr]

방을 계약하기 전, 화장실 문이 잘 닫히는지를 한 번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만약 삐걱거리거나, 잘 닫히지 않는다면 습기가 심해 문이 비틀어지거나 불어났다는 뜻일 수 있다. 또 옷장이나 신발장 뒤에 퍼르스름한 곰팡이 얼룩이 묻었다면… 도망쳐!

-관리비

관리비 금액을 고려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아차!’ 하는 분들도 있다. 자취를 할 때는 보통 월세 따로, 관리비 따로 각각 지불해야 하므로, 월간 고정지출은 결국 ‘월세+관리비’가 된다. 그러나 관리비를 간과하고 월세만을 지출계획에 포함했다가 뒤늦게 관리비를 떠올리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

정작 관리는 하나도 안 해주면서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월세를 더 받아가는 분들도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또, 관리비에 어떤 항목들이 포함돼 있는지도 꼼꼼하게 따져보자. 만약 관리비에 인터넷 요금이 포함돼 있을 경우, 인터넷에 문제가 있다면 집주인에게 요구할 수 있다. ‘공동 전기요금’ 항목이 포함돼 있다면, 건물 현관 전등이 고장 났을 때 수리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괜히 귀찮게 굴기 싫어서’, ‘참을 만 하니까’라며 그냥 넘어가지 말자. 그건 친절도 아니고, 배려도 아니다. 그냥 관리비 항목에 들어있는 비용을 길바닥에 버리는 셈이다.

-방충망

그런 경우가 흔치 않지만, 창문 방충망이 없는 곳도 있다. 방충망이 뭐가 중요하냐고? 방충망 없어도 살 수 있다고? 껄껄, 에디터 역시 잠깐 동안 그런 헛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여름이 오고 창문을 열어둬야 하는 날씨가 되자, 날파리와 파리부터 시작해서 모기 등등 온갖 것들이 집에 들어온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방충망도 안 해주는 집 주인이 어딨냐고? 아니 글쎄 있더라니까? [pxhere/creative commons cc0]

곤충들과 공생할 것이 아니라면 방충망은 필수다. 입주 전, 방에 방충망이 있는지도 결코 간과하지 말자. 집 주인이 방충망 설치를 해주겠다면 몰라도, 간혹 “예전 세입자는 굳이 그런 거 없어도 잘 살던데 왜 유난이냐”는 분들도 간혹 계시니 계약 전에 미리 체크해두자.
 

모든 것이 내 맘에 쏙 드는 집을 구하기는 어렵다. 또, 전엔 몰랐는데 살다 보니 여러 단점들이 눈에 거슬리고 밟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마 여러분보다 먼저 자취 경험을 쌓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모든 조건이 여러분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구하는 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꼼꼼하게 따지면 따질수록, 계약기간 동안 즐겁고 행복한 집에서 지낼 수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더군다나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어떤 부동산 중개업자 분은 도통 나가질 않아 골머리 앓던 방을 자취 초보자에게 ‘이 정도 수준에서는 하나 밖에 안 남은 방’이라며 강력 추천하시더라. 자취 초보자라 아무래도 어수룩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물론 양심적이고, 솔직하게 각 방의 장단점을 소개해주시는 분들도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만 하며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방 구할 때, 어차피 꼭 확인해봐야 할 여러 가지 사항들은 여러분들이 잘 체크하실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번 알쓸다정 시간에 알아본 ‘간과하기 쉬운’ 항목들도 고려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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