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근로시간 단축 시행 유예...차라리 근로시간 단축 시행하며 단점 보완했어야"

[공감신문]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 '근로시간 단축 6개월 계도기간' 시행에 반기를 들었다. 

전날인 20일 정부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건의에 따라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와 관련해 6개월간 계도기간을 검토하겠다며 수용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당정청이 경총의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을 받아들인 것을 두고 "사실상 근로시간 단축 시행 유예"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대표는 "시행 열흘을 앞두고 갑자기 계도 기간을 꺼낸 것을 보며 대통령이 임기 내 '연 1800시간대 노동시간'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기업 편향이라는 기존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믿고, 지난 60년 재벌공화국을 넘어설 근본적 개혁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의에 참석한 노회찬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는 특히 근로시간 단축을 먼저 시행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접근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 원내대표는 "당·정·청의 조치는 자칫 어렵사리 도입한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단축을 먼저 시행하면서 단점을 보완해야 할 문제를 애초부터 시행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택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앞서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이 성공적으로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앞장서 노력하겠지만, 제도적·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일부 사항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건의 내용은 "근로시간 단축 노력, 연말·연초에 이뤄지는 신규 채용의 특성을 감안해 단속과 처벌보다는 6개월의 충분한 계도 기간을 부여해달라"는 것이다.

경총의 건의가 제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정청은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건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문재인 정부였기에 경총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했지만,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인식 아래 건의를 수용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총의 건의와 관련해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충정의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저는 봤다. 조만간 경제부처 중심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계도 기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논의를 했고, 처벌을 하느냐 마느냐 문제는 행정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공식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모처럼 경총이 제안을 주셨기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이는 정부도 계도 기간을 고려했기 때문에 건의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의당은 어떤 이유에서든 6개월 계도기간을 사실상 ‘시행 유예’로 보고 있다. 6개월간 처벌을 미루면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을 지킬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정의당의 태도는 냉담하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당정청의 결정에 환영의 의사를 표하고 있다. 당분간은 당·정·청의 6개월 계도기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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