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4곳에 임시보호시설 마련 중…이미 격리된 아동과 부모 재결합 두고 혼선

미국 국방부가 가족 없이 혼자서 국경을 넘다가 붙잡힌 이주 아동 2만 명을 군 기지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감신문] 가족 없이 혼자서 밀입국하다가 적발된 ‘동반자 없는 이주 아동(unaccompanied migrant children)’들이 미국 군 기지에 수용될 전망이다.

그간 해당 아동들은 보건복지부 산하 난민 재정착보호소(ORR)에 넘겨졌다. 이들은 후견인이나 친척을 찾는 몇 주 혹은 몇 달간 콘크리트 바닥의 철장에서 20명 단위로 수용돼 왔다.

이에 미국 보건복지부는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이주 아동들을 연말까지 군 기지에서 임시보호해달라고 요청해왔다.

21일(현지시간) 제이미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보건복지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2만명의 이주 아동들을 군 기지에서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무관용 정책'으로 부모와 격리된 이민자 아동은 미국 텍사스 주 멕시코 국경 인근 지역 토닐로에 있는 '텐트시티'에 수용돼 있다.

국방부는 현재 아칸소의 리틀록 공군기지, 텍사스의 굿펠로우 공군기지 등 총 4곳에서 해당 보호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마이클 앤드루스 국방부 중령은 “국방부와 보건복지부가 이들 아동의 수용에 필요한 지원과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면밀히 협력하고 있다”라며 “다만 대상자가 모두 수용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이러한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밀입국한 어린이와 부모를 격리하는 정책을 철회한 뒤에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다가 부모가 체포돼 처벌절차를 밟는 동안 격리된 아동은 미국 정부가 운용하는 수용소에서 지내게 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격리된 아동의 수는 2342명에 달했다.

이 정책이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공화당에서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철회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국경순찰대원에게 몸수색을 당하는 엄마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사진.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무관용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정책은 철회됐지만 행정명령을 이행하는 데 각 부처 사이에 혼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과 부모의 재결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아동가족국 대변인 켄 울프는 “무관용 정책에 따라 격리된 아동을 가족과 재결합시키기 위한 특별한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모-아동 격리 지침은 철회됐지만, 이미 격리된 아이들에게 부모를 되찾아주는 절차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후 아동가족국의 선임 대변인 브라이언 매리엇은 재결합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말을 바꿨다.

그는 “앞서 대변인이 말실수를 했다. 오늘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에 향후 지침을 지금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하지만, 가족 재결합은 항상 궁극적인 목표였다”고 해명했다.

일부 아동이 이미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송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경 보안을 맡고 있는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은 아동가족국과 또 다른 입장을 내보였다.

세관국경보호국과 국경순찰대 관리들은 가족 재결합은 밀입국한 부모들의 기소 절차가 마무리돼야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안보부는 “국경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기소 절차 이후에 부모 또는 다른 후견인들에게 보내질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일부 아동이 이미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송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만약 부모 또는 아동 한쪽의 이송으로 인해 수백 km 떨어진 지역으로 보내졌을 경우, 물리적으로 재결합시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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