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의 막연한 불안 탓에 게임 죄악시 돼…내년 5월 회원국 간 논의 예정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자 전문가들이 이를 반발하고 나섰다. [PxHere/Creative Commons CC0]

[공감신문] 지난 1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강박적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게임중독’을 국제질병분류 제11차(ICD-11) 개정판에 올렸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WHO의 결정을 두고 전문가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는 도덕적 공황에 기반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WHO는 개정판과 관련해 "정부와 가족,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게임중독의 위험을 좀 더 경계하고 인식하는데 질병코드 부여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PxHere/Creative Commons CC0]

생물심리학자인 영국 배스 스파 대학교의 피터 에첼 박사는 “WHO의 움직임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행동을 병으로 규정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다. 이는 과잉진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광욕 중독, 춤 중독, 운동 중독 등에 대한 연구는 있지만 누구도 그것들을 (게임중독처럼)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에 올려야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에첼 박사는 “젊은이들이 타락한다는 기성세대의 막연한 불안 탓에 게임이 죄악시되는 등, 이른바 ‘도덕적 공황’이 정책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중독 추산자는 0.5% 미만에서 50%까지 범위가 폭넓은데 이는 누가 중독 문제를 겪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단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인지를 알아볼 수 없는 위험성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에첼 박사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약간의 영상 기기 사용,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부연했다.

에첼 박사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약간의 비디오 게임과 영상기기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옥스퍼드대 인터넷 연구소의 앤디 프지빌스키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포함한 비디오 기기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동이나 청소년 건강에 해롭다는 일부 연구는 상호 연관성이 약하다”고 반박했다.

로열 칼리지 맥스 데비 박사는 “비디오 기기들의 과도한 사용이 수면 부족 및 비만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있지만, 사용 제한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현재로서는 밤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어른이나 아이들의 침실에서 치워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영국 심리학회 존 하비 박사는 몇 시간씩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모두 게임중독은 아니며, 오히려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올리는 게 부모들에게 불필요한 우려를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개정판과 관련해 “정부와 가족,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게임중독의 위험을 좀 더 경계하고 인식하는데 질병코드 부여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판은 내년 5월 WHO 총회에서 회원국 간의 논의를 거쳐 2022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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