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 데 있는 다정한 정보’...우리 사회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청산돼야 할 갑질

Created by Freepik

[공감신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어느새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100여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1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가 이제 고개를 들고 있는 안타까운 문화가 있으니 바로 ‘갑질’이다.

갑질은 수직적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가 비교적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에게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행위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지난 2013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된 ‘갑질’이라는 용어는 신분, 지위, 직급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직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육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사실 갑질문화는 그간 사회 곳곳에 암암리에 존재해왔다. ‘암묵적’이라는 말 그대로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했을 뿐 갑질은 분명히 존재했고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

최근 들어서야 ‘땅콩회항’과 ‘물벼락 갑질’로 대표되는 한진일가의 일련의 행동이 조명받으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를 지키지 않는 일부 권력층에 대한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갑질은 사회 권력층뿐만 아니라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악폐습이다.  / Created by Freepik

하지만 갑질은 비단 무소불위의 권력을 소유한 사회 권력층만 행사하는 비도덕적 행동이 아니다. 우리가 잊고 지낼 뿐이지 사회 여러 곳에는 갑질이 상존한다. 

갓 성인이 된 새내기 대학생이 선배들에게 당하는 이른바 ‘대학생 갑질’ 혹은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간호사 갑질’ 사건이 방증이다.

갑질은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발생한다. 즉, 사회생활을 이어나가는 성인들이 주로 겪는다는 말이다. 그중에서도 하루에 절반 이상을 보내는 ‘직장’은 갑질이 일어나는 주무대다.

실제 직장 내 갑질로 혼자 마음고생하는 분들이 상당히 있으리라 본다. 기자가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본 결과 상상하기 힘든 수많은 갑질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더라.

당시 거론된 사례에는 ▲상사에게 소주병으로 맞고 응급실에 실려 간 후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고 해명하라는 지시를 받은 직장인 ▲상사의 의견에 이견을 제기했다는 명목으로 12시간 동안 훈계를 들은 직장인 등 충격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밖에도 직장 내 인격모독, 왕따, 허위사실 유포, 과도한 업무강요, 업무배제, 성추행, 폭언·행 등 다양한 갑질이 횡행하고 있었으며, 다수 제보자는 이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세상은 넓고 갑질 방법은 셀 수 없이 많다.  / Created by Katemangostar on Freepik

당시 국민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갑질을 행한 자의 70%는 상급자, 임원, 경영진 등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갑질을 당한 자의 66%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처해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직장 내 인간관계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라는 이유에서다. 피해자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더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는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보복성 조치를 당한 이들은 전체의 17.3%나 됐다.

이같은 통계는 사회적 약자인 ‘을’에 해당하는 일반 직장인들이 수직적 우위에 있는 ‘갑’에게 맞서 정당한 권리를 취득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럼 ‘을’의 입장에서 직장 내 갑질을 해결하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아무런 정황 없이 무작정 덤비면 손해는 오롯이 ‘을’의 몫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준비절차가 필요하다. 

피해자는 ‘증거’를 수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직장갑질119 블로그 캡처

‘직장 내 갑질 고발’, ‘갑질문화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치는 한 민간공익단체는 지난해 말 ‘직장갑질 매뉴얼’을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매뉴얼에 따르면 피해자는 ‘증거’를 수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선 업무일지나 작업일지를 작성해 갑질 관련 내용을 그때마다 기록하도록 하자. 육하원칙에 따라 언제 어디서 누가 부당한 지시를 어떤 방식으로 내렸는지 세세히 기록해 두자.

필요하다면 녹음이나 녹취를 해도 좋다. 타인의 대화를 녹취하면 불법이지만, 본인이 참여한 대화라면 증거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금전을 미끼로 부당한 대우와 지시를 받았다면 통장, 월급명세서, 임금내역, 영수증 등 모든 증거를 모아두는 게 좋다. 기본급, 성과급, 초과수당 등 세세한 내역을 모두 수집해 놓으면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로 사용된다.

예로부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갑질을 당했다면 무리하게 총대를 메고 정면충돌할 게 아니라 직장 내 목격자나 동료발언을 미리미리 수집하도록 하자. 조심스레 해당 동료의 동의를 구한 후 말이다. 

혹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자신이 처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말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뭉치면 강해지는 법이다. 혼자보다 둘이, 둘보다는 셋이 더 큰 힘을 발휘하듯 말이다.

이밖에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CCTV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 갑질 행위자의 부당한 행동을 녹화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설명한 수단을 활용하기에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면 전문가 상담을 우선 받도록 하자.

갑질은 우리 사회를 좀먹는 악이다. 이를 뿌리 뽑아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 Created by Freepik

갑질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청산돼야 적폐나 다름없다. 가해자는 사회적 지위라는 보호 아래 아무렇지 않지만, 피해자는 홀로 만겁의 시간을 고통 속에서 지내야 한다.

실제 인권위 조사에 의하면 한 주에 한 번 이상 괴롭힘을 당하는 이의 20.6%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매일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의 경우 33.3%가 자살을 고려했다고 한다.

이제는 나무의 뿌리부터 썩게 만드는 병폐나 다름없는 갑질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할 시기다. 갑질을 당하고 있다면 위의 방법을 동원해보자. 

또 당장 자신이 갑질 피해자가 아니라고 고개를 돌리지 말자.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는 갑질로 힘든 생활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