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출근 전부터 업무지시 문자가 빗발친다. 딱히 지각할 만한 시간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도 업무요청은 계속된다.

이건 누구에게 전달해주고, 저건 뭐를 받아서 여기로 보내야 하고, 저쪽에 이걸 전달해줘야 하고. 사무실은 분명 키보드 소리로 가득 차 있는데, 어째 일은 나 혼자만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잘 알면 니가 직접 하지 그래…?" 란 말이 턱 끝에 걸릴 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Photo by rawpixel on Unsplash]

점심시간에도 한숨 돌리기 힘들다. 딱히 끌리지도 않는 메뉴를 눈치 보며 ‘통일감 있게’ 주문하고, 그닥 말 섞고 싶지 않은 사람의 개그에 어정쩡하게 미소 짓는 건 참 피곤하면서도 서글픈 일이다. 금쪽같은 점심 휴식시간 한 시간을 꽉 채워서 회사 사람들과 우르르 몰려다니고 나면, 쉰게 쉰 것 같지도 않다. 차라리 다이어트 중이라 말하고 혼자 빠져나와 느긋이 쉴 걸 그랬나, 싶다.

오후부터는 또다시 업무 전쟁이다. 밀린 내 일은 처리도 못했는데, 사방에서 지시와 요청이 날아든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다른 일이 없어 빈둥거린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아니면 각자가 자기의 업무만 보조해주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모든 것을 잡고 있던 손을 탁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종종 찾아오곤 한다. [Photo by Rob Bye on Unsplash]

어느덧 오후 여섯시, 일곱시를 훌쩍 넘어간다. 그건 일상이다. 저녁식사? 그걸 거르고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 그것도 일상이다. 그렇게 주린 배를 부여잡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초과근무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회사를 위해서냐고? 아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데, 산적한 일들은 줄어들 기미가 없으니까. 저녁을 먹고 나면 퇴근 시간은 그보다 더 늦어질 테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퇴근길도 그리 행복하지가 않다. 내일이 올 거란 두려움 때문에. [Photo by Eutah Mizushima on Unsplash]

무더위, 땡볕이라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은 저녁이나 돼서야 퇴근을 하니까. 다리가 후들거려 집까지 무사히 도착하려면 뱃속에 뭔가를 채워넣어야 한다. 편의점에서 달달한 음료수를 사들고 지하철로 깊숙이 걸어 들어간다. 그러면 또, 스마트폰이 울린다. 오늘 한 업무의 개선사항이다. 스마트폰을 높이 들어 바닥에 내려치고 싶다. 하지만 참는다. 액정을 깨먹어 봤자 달라질 건 없으니까. 결국은 나만 손해니까.

행복하냐고? 글쎄. 만약 누가 그런 질문을 한다면, 도리어 반문해보고 싶다. 당신이 내 상황이라면 행복하겠느냐고. 언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행복한 삶의 기준이 된 거냐고 묻고 싶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물어봐주는 사람은 없다.

햄보칼수가 업서! [로스트 드라마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오늘도 교양공감 포스트를 찾아주신 고마우신 여러분께 질문 하나 하고 싶다. 여러분은 행복하신지를 묻고 싶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다’고 답변하실 것 같다. 그저 예상일뿐이지만, 그 예상이 어째 영 틀릴 것 같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왜? 여러분은 행복하지 못한 걸까?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참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는가보다. 행복에 관한 말, 말, 말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행복을 찾는 방법,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한 명언들은 조금만 검색해봐도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심지어 그 말들은 저마다 각각의 방식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행복이 ‘감사함’에 있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욕심이 행복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의 말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칠대로 지쳤지만, 일말의 희망을 품고 그들의 이야기를 뒤적거려보도록 하겠다. 누가 알겠나. 이 안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숨겨져 있을지.

 

■ 주어진 것을 돌아본다면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그의 감사의 깊이에 달려있다” -존 밀러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파랑새의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틸틸’과 ‘미틸’이라는 남매가 파랑새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알고 보니 집에서 기르던 새가 바로 그 파랑새였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치르치르’와 ‘미치르’라는 일본식 발음으로 알려진 이 남매의 이야기는, 결국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니 주위를 둘러보라’는 교훈을 전해준다.

가진 것을 돌아보고, 그걸 소중히 여기며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행복을 향하는 출발점이자 지름길이다. [Photo by Lina Trochez on Unsplash]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불행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자신이 가진 것을 돌아보고, 그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감사함은 결국 소중함을 일깨우고, 그렇게 우리는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노력 없이 얻는 소중한 것들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토머스 페인

힘겨운 업무 끝에 얻은 급여, 오랫동안 저축한 끝에 산 물건 등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그것들을 얻어내기까지의 노력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아무런 노력 없이도 아주 값진 것을 얻어낼 때가 있다. 그리고, 우린 그런 값진 것들을 너무 쉽게 간과하곤 한다.

우리 곁에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Photo by Nick Fewings on Unsplash]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은 대체로 무조건적이다. 그들은 그저 우리가 있기에, 우리를 낳으셨기에 우리를 사랑해주신다. 또, 오래된 친구와의 관계도 그렇다. 그들은 우리가 문득 손을 내밀어도 우리 손을 잡아준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않고. 따스한 햇살이나 시원한 바람 역시 우리가 누군가에게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그것들에 감사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닫는다.

어쩌면 ‘주어진 것에 감사하라’는 말은 너무도 진부하고 뻔해서, 하등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통을 감내하거나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당장 내게 주어진 것을 돌아보는 일이다. 어쩌면 그것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지름길일 수도 있다.

 

■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 것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행복을 소비할 것만을 생각하고, 행복을 낳을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소우

‘행복 전도사’라는 수식어는 쉽게 사용되지만, 정작 그런 ‘행복 전도’를 실천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행복을 소비하기보다, 주변에 행복을 전하려 노력해보자. 여러분이 건넨 미소와 따스한 온정, 배려는 부딪히고 반사돼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행운'이면 또 몰라도, '행복'은 감나무 아래 입만 벌리고 누워서 기다리는 이에게 저절로 찾아가지 않는다. [Photo by Joanna Kosinska on Unsplash]

“행복이란 항상 선물이며, 언제나 기적이다” -안젤름 그륀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로또나 됐으면”, “돈벼락이라도 내렸으면”이라는 표현을 종종 듣는다. 물론 ‘돈이 곧 행복’이라는 공식이 옳다고 볼 순 없으나, 어쨌든 많은 이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꿈을 꾼다. 하지만 ‘로또 1등’도, ‘돈벼락’도 사실은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기적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고 있다. 행복은 그런 이들에게 그리 쉽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늘 불행하다고 한탄한다.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내게 주어진 것들로도 만족할 수 없고, 감사할 수 없으며, 그래서 불행하다면 조금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실 행복은 누가 지나가다 던져주는 것이 아님을 우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행복이 제 발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여러분이 얻어낸 것들은 무엇 하나 노력없이 저절로 생겨난 게 없을 것이다. 행복도 마찬가지. [Photo by Anna Voss on Unsplash]

주변을 둘러보길,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면밀히 살펴보시길 바란다. 물질적인 것부터 그 밖의 다른 것들까지. 아마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은 게 없으실 터다. 그것들을 얻기 위해 여러분은 나름의 노력을 했다.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벌었으며,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성을 다했을 것이고, 인정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을 수도 있겠다. 자, 그런데 행복은 어째서 대가 없이 바라는 걸까? 행복은 어디론가 도망치지 않는다. 그저 여러분의 손길을 기다리며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쥐는 건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이다.

 

■ 지금의 불행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견디기 어려운 일이 나중에는 달콤한 추억임을 기억하라” -도트 야마다

먼 옛날 언젠가 있었던 괴로운 일을 떠올려보자. 아마 그 회상이 전보다는 조금 덜 아프게 느껴지실 것이다. [Photo by Daniel Tafjord on Unsplash]

삶의 곳곳에는 고통이 숨어있다. 그것들은 때때로 우리를 덮쳐와, 우리를 무릎 꿇게 만들거나 주저앉아 엉엉 울게 만든다. 하지만 생각보다 강한 우리는 그 고통의 순간들을 견뎌낸다. 혹자는 그저 견뎌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극복해내기도 한다. 어쨌거나 고통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는 또 한 차례 강해진다. 고통 앞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다. 그 덕에 우리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힘겨웠던 그 때를 웃으며 추억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어둠이 있어야 행복도 존재한다. 행복에 상응하는 슬픔이 없다면, 행복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칼 융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까닭은 겨울이 혹독하게 춥기 때문이다. 만약 겨울이 춥지 않다면, 봄에 대한 기대감도 한결 줄어들게 마련일 것이다. 고난과 행복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삶이 행복할까? 정말로? 행복은 시련 뒤에 찾아와야 그 값어치를 한다. 힘겨운 시간이 끝난 이후에는 행복이 찾아온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기대하고,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날을 떠올려보자. 그날은 편안히 쉰 날이 아니라, 산더미같이 쌓인 일을 모두 해낸 날일 것이다” -마가릿 대처

'밀린 업무를 끝낸 뒤의 성취감'도 누군가에겐 행복의 조건 중 하나일 것이다. [Photo by Alex Kotliarskyi on Unsplash]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서는 하루하루에 충실해야 한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은 채 무의미한 날을 보낸다면 훗날 반드시 그날을 후회할 것이다. 반대로 부지런히 움직인 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날은 언젠가 여러분에게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게 마련이다. 만약 여러분 앞에 ‘해결해야 할 무언가’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면, 잠시 눈을 감고서 그것을 해내고 난 뒤의 성취감을 상상해보자.

 

■ 행복합시다, 우리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찾으셨는지? 누군가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답에 근접하셨을 수도 있겠고, 또 누군가는 나름의 힌트 정도는 얻으셨을지 모르겠다. 반대로 ‘이런 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싶은 분들도 분명 있으실 터다.

과거 유명했던 누군가가 한 말이 여러분의 경종을 울리긴 쉽지 않겠지만… [Photo by Joanna Kosinska on Unsplash]

사실 교양공감팀은 여러분이 행복하시길 간절히 바라고는 있지만, 그 방법을 찾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긴 어렵다. 하지만 약간이라도 마음 편안해지시길 바라면서 행복에 관한 여러 유명 인사들의 명언들을 모아 소개해 봤다. 몇 장의 글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셨기를 바란다.

사실 행복이라는 개념은 참 애매하다. 분명 단순히 경제적 부유함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진대, 그렇다고 해서 가난한 이들이 더 행복함을 느낀다고 단언할 순 없다.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고 반드시 행복하리란 보장도 없다. 때때로 사회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를 접하곤 하니까. 고된 업무에 지친 직장인은 퇴사만 하고 나면 행복해질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회사를 떠나고 나면 자유가 주는 행복이 그리 오래가진 않는다. 행복한 자유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또다시 생계를 위한 고민이 시작된다. 이런 것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행복이라는 게 참,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상에는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나름의 기준을 잡아두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며,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을 닮아보려 노력한다면 우리도 조금쯤 행복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삶의 곳곳에는 분명 괴로운 순간들이 있겠지만, 또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들도 있으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photo by luca upper on unsplash]

“당신의 행복을 성공으로 평가하지 말고, 인생이라는 여행 전반을 즐기세요. 행복 그 자체가 길입니다” -웨인 W. 다이어

앞서도 언급했듯 삶의 곳곳에는 불행과 고통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 행복과 만족감, 희망도 함께 숨어있다. 우리 삶은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여행 도중 우리는 때때로 예기치 못한 비를 만나거나, 목적지를 찾지 못해 땡볕 아래서 해매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산 없이 만난 비가 시원할 때도 있고, 따가운 해를 피해 숨어있던 길고양이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듯, 삶도 ‘그런 것’일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