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크게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근본적 원인 '업무강도·처우' 바뀌지 않고 있어

[공감신문]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평균 수명과 건강이 비례해 함께 확대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료기술의 발달로 과거 쉽게 치료할 수 없는 질환도 최근에는 치료가 가능해진 경우가 늘었다. 그렇다고 해도 각종 질환의 완벽한 예방은 불가능하다는 점과 고령화 사회 등으로 의료 인력의 수요 증가가 불가피한 상태다.

특히, 간호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간호사는 수십 년간 '많은 환자 수'와 '낮은 처우'라는 문제를 겪으며 인력이 오히려 줄고 있다. 

간호사·간호조무사에 대한 인력 부족과 처우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전국 각지의 간호 인력 수백 명이 모였다.

‘중소병원 간호인력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간호등급제 시행 20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 참석자들 / 박진종 기자

토론회가 열린 장소는 국회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대회의실’이었다. 이 곳은 약 400명 이상의 인원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준비된 공간이다. 이렇게 큰 공간을 간호사·간호조무사들은 빈틈없이 메웠다.

심지어 보조의자들이 대회의실 곳곳에 깔려 통행이 어려울 정도가 됐지만, 서서라도 토론회를 참석하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10분 전 쯤부터는 통행 계단에라도 착석해달라는 방송이 거듭 울려 퍼졌다.

쉼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푹푹 찌는 여름날, 지방에서는 멀고도 먼 서울 여의도 그리고 한 많은 간호사·간호조무사들을 모두 보듬기에는 좁은 공간. 토론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이런 곳이었지만, 간호사·간호조무사들의 간절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간호 인력, 처우와 관련한 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간호사 부족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간호사 약 16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건강보건복지연구원도 최대 31만명의 간호사 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도자 의원은 “과거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간호등급제를 시행했지만, 광역대도시 상급종합병원에만 간호사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인력 부족은 매우 심각한 실정에 이르렀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간호사 법정 인력 기준을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소재 종합병원도 50%이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 / 박진종 기자

토론회를 주관한 신민석 보건의료혁신포럼 상임대표 역시 지방 중소병원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알렸다.

신민석 상임대표는 “매해 많은 간호 인력이 양성되고 있지만, 지방 중소병원은 오랫동안 고질적인 간호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열악한 처우와 근로 환경 때문에 광역대도시 상급 종합병원으로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축사를 위해 참석한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간호사 1명이 맡아야 하는 환자의 수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위원장은 “간호사 1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 수는 대형병원 13명,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최대 50명까지 늘어난다. 이는 미국 5명, 호주 4명, 일본 7명에 비해 최대 10배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간호조무사 역시 1명당 40명 이상을 맡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발제자인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간호사 부족문제와 처우 개선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오영훈 연구위원은 간호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함께 비활동 간호사의 활용,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동시에 모색돼야 한다고 제언헀다.

구체적으로는 간호사 업무량과 업무한계를 시급히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업무한계의 규정은 곧 직업의 만족도와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간호사 임금수준 개선, 직장 내 육아시설 설치 확대 및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근무형태 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활동 간호 인력의 재취업과 기존 간호 인력에 대한 꾸준한 교육도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병원 간호인력 문제 해결 토론회에 참석한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 박진종 기자

오 연구위원은 “의료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계속 변화하는 의료 환경과 지식, 신기술에 대한 능력이 재충전돼야 한다”고 말헀다.

그러면서 “정부는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조기 퇴직한 간호사들을 건강증진 분야나, 노인시설, 요양시설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종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이사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최종현 이사는 간호조무사 문제 개선방안을 단기대책과 장기대책으로 나눠 내놨다.

그는 단기대책으로 “간호조무사 직무교육을 제도화해 직무교육을 이수한 자에 한해 직무수행 자격을 부여하자. 이렇게 하면 간호조무사 자질논란 해소는 물론 양질의 간호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장기대책으로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다가 중단된 간호 인력개편을 재추진해서 우리도 의료선진국처럼 간호인력 양성의 다양성과 경력 상승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 또는 전문학사 학위 제도를 시행하고, 경력과 교육 및 시험 등을 통해 상승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러면 간호사의 직무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간호조무사도 자기계발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양질의 간호서비스 제공 및 간호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특히, 중단돼 있는 간호 인력개편 재추진은 직종 간 갈등이 아닌 간호인력 대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상생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옥녀 간호조무사협회장과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혜훈 의원 의원(왼쪽부터) 이날 열린 토론회에는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 박진종 기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높은 업무강도, 경직적이고 수직적인 서열 문화 등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급여나 처우는 고생하는 데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간호 인력의 수요가 늘 것이라는 자료가 곳곳에서 나오는 데 정작, 인력 부족의 근본적 원인인 업무·처우 문제는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업무와 처우가 바뀌지 않으면 대학 정원을 확대해도 인력부족이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간호 인력의 현재 상황이 개선돼야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의 만족도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강화를 이유로 해서라도 간호사·간호조무사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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