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라이벌 '로브레도' 야당 총수로 등판하자 신앙모독 발언 사과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신앙모독 발언을 사과했다.

[공감신문]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신앙모독 발언을 사과했다.

그는 6월 22일 공개 석상에서 “신이 바보같다”라는 발언을 해 필리핀 국민들에게 원성을 샀다. 이어 지난 6일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입증한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언하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0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전혀 관심 없다”고 발언하며 태도를 고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지난 10일 자신의 라이벌로 꼽히는 로브레도 부통령이 야당연합의 대표로 부상하자 결국 자신의 신앙모독 발언을 사과했다. 자신의 맞수인 로브레도 부통령이 야당연합을 이끌게 되면서 고집을 꺾은 것.

로브레도 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내년 5월로 예정된 상원·하원 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두테르테 대통령에 맞서는 야당연합을 이끌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사과 발언과 함께 이날 밤 갑자기 종교계 지도자들을 찾아 사죄했다. 

두테르테는 사과 발언과 함께 이날 밤 갑자기 종교계 지도자들을 찾아 사죄했다. 

필리핀 대주교의 손을 맞잡은 그는 “신께 사과한다”면서 “신은 모든 것을 용서하시기에 내 사과를 받고 과거의 상처를 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를 공격하려는 목적으로 신의 이름이나 종교를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로브레도 부통령이 두테르테의 신앙모독 발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GMA 뉴스 등 현지 매체와 외신은 필리핀 여론조사업체 SWS가 조사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도를 보도했다.

지지도 조사는 6월 27일부터 30일 간 18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불만’이라는 응답자 비율이 빠진 상태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죄에도 신앙모독에 대한 분노 여론이 당장 잠재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조사 결과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만족도는 45%로 지난해 최고 지지율 66%에 비해 20%이상 하락했다. 56%인 3월 조사와 비교해봐도 11% 떨어져 큰폭으로 하락한 모양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얼 팔레노 정치·선거개혁연구소 연구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부적절한 표현이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하며 “종교계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개선 상황을 덧붙였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 80%가 가톨릭 신자로 분류될 만큼 독실한 신앙국가다. 때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죄에도 신앙모독에 대한 분노 여론이 당장 잠재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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