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행위자열천편찬위, 1차 조사결과 115명 공개...2021년 조사 마치고 열전 간행

[공감신문]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백여 명이 ‘헌법파괴자’로 지목됐다.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는 헌법제정 70주년을 맞아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정사 적폐 청산’을 촉구했다.

‘헌정사 적페청산과 정의로운 대한민국, 헌법제정 70주년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 1차 보고회’ 전경 / 고진경 기자

시민사회 지식인 100여명이 모여 결성된 편찬위는 지난해 2월 405명의 ‘반헌법행위 집중검토대상자’를 발표했다.

이날에는 그 가운데 115명에 대한 1차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명단에는 양승태와 고영주, 노덕술, 이학봉, 박찬일, 한경록, 박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405명에 포함됐던 박근혜·박정희 전 대통령, 황교안 전 총리,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내용은 실리지 않았다.

편찬위는 “특별한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조사가 원활해 빠르게 진행된 명단부터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찬위의 ‘반헌법 행위자’ 규정 기준은 ▲내란 및 헌정유린 ▲부정선거 ▲고문조작 및 테러 ▲간첩조작 ▲학살 ▲언론탄압 등이다.

대한민국의 공직자 또는 공권력의 위임을 받아 일정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조사 범위가 제한됐다.

왼쪽부터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해동 전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 고진경 기자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양 전 대법원장을 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악의 대법원장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제15대 대법원장 출신으로 현(現) 사법농단 사태의 주역으로 법조계 안팎에서 최악의 대법원장으로 지탄, 정치권과의 거래 시도, 사법권 독립을 해치고 헌법을 파괴했고 간첩조작 사건 재판에 참여했다’는 꼬리표를 달았다.

이어 그가 재일동포 김동휘 사건, 이원이 사건, 장역식 사건 등 6건의 간첩 조작 사건 재판과 12건의 긴급조치 위반 사건 판결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103조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 양승태 사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라고 비판했다.

양승태 사법부는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 소송에 대해 특별한 이유 없이 변론기일을 무기 연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4년 넘게 법원에서 표류하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 바로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한홍구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책임편집인 / 고진경 기자

양 전 대법원장 외에도 심각한 반헌법 행위를 저지른 8명이 열전개요 9인에 포함됐다.

이들은 ▲민간인학살에서 악명을 떨친 한경록 경기도경국장 ▲이승만 정권 국정농단의 주역 박찬일 경무대 비서 ▲김대중 납치사건의 실행책임자 윤진원 중앙정보부 해외공작단장 ▲동아일보 광고탄압과 코리아게이트의 주역 양두원 중앙정보부 차장보 ▲5공 설립 주역이자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수사책임자 이학봉 안기부 차장 ▲언론탄압의 선봉에 선 5공의 괴벨스 허문도 ▲방종철 고문치사 사건 총책임자 박처원 치안본부 5차장 ▲부림사건 담당검사이자 빨갱이 낙인 전문 고영주 공안검사 등이다.

한홍구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책임편집인은 한국의 과거사 정리 작업에 가해자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자는 없는 모순적인 역사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폭력의 가해자를 특정하고 그들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정의가 바로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찬위는 3년 뒤인 2021년 중반께 집중검토 대상자 405명 전원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열전을 간행할 계획이다.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 / 고진경 기자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한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신경민 의원,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헌정사의 적폐 청산을 소리 높여 요구했다.

천정배 의원은 “보다 정의롭고 헌법과 인권이 존중되는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적폐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헌법 행위자들의 행적을 정확하게 규명해서 평가하고 기억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종걸 의원은 “인권과 헌법의 최후 보루여야 할 대법원장이 반헌법 행위를 거리낌없이 자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헌법을 파괴한 이들을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홍구 책임편집인은 “리스트에 오른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돌아갔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며 “현실의 법정엔 세우지 못했지만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말했다.

명단에 오른 이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들이 현실의 법정은 피해갔지만 역사의 법정마저 피해가게 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이들은 모두 빠짐없이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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